신도리에서 버스를 타고 태안에 내려, 다시 홍성 • 예산을 거쳐 수덕사에 도착하니 오후 늦은 시각이었다. 계속 비가 나리고, 꽃샘 바람까지 불었다. 수덕사입구에 이르자 수덕여관이 보였다. 돌계단을 올라 마당에 들어서니 이응노화백이 자연석에 새겨 놓는 이란 네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이 수덕여관은 김일엽스님, 나혜석 화가, 이응노화백 등 文學과 美術界의 거장들의 숨결이 살아있는 유서깊은 곳이다. 1896년, 일엽과 같은 해에 수원에서 부유한 관료 집안에서 넷 째 딸로 태어난 나혜석은 서울진명여고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여자미술대학에 유학 가서 서양화를 공부한다. 유학시절 오빠 친구인 게이오 대학생 최승구와 열애에 빠졌고 결핵을 앓던 최승구의 죽음으로 그들의 관계는 막을 내리지만,첫사랑은 나혜석의 뇌리에 영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