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은 어머니 젖줄을 말린다.
분명히 오늘 그리고 내일 소나기가 한차례씩 내린다고 했는데...
지역 기상정보를 검색하니 “오늘 소나기 끝, 강수량 0mm, 계속 비 없다가 토요일구름 많고 비”라고 나온다.
그러면 그렇지 더위 먹은 기상관측컴퓨터가 이번에도 또 공수표를 남발한 거네. 그러나 네 탓이 아니다.
나 역시 하루의 천기를 본답시고, 캄캄해지는 서쪽새벽하늘에 기대를 걸며 오늘은 틀림없이 비가 올 거라고 장담을 했으니 그 누구를 탓하겠는가?
밭에 나가 축 처진 이파리를 보노라면 가뭄과 기근에 허덕이는 아프리카의 풍경이 여지없이 떠오른다.
황토먼지 날리는 적도의 태양아래 상체를 다 드러낸 채, 벌거벗은 아기에게 나오지도 않는 젓을 물린 여인, 키가 크고 하얀 치아가 가지런한 미인, 몸은 지쳤고 선한 눈망울은 체념한 듯 동자가 풀려버렸다. 그래도 아기를 살려야 된다는 간절함이 배어나는 그 눈빛이 왜 그리 아픈지...
가뭄은 강줄기를 말리고, 강이 마르면 어머니의 젖줄도 마른다.
기다려도, 기다려도 비가 오지 않으니 하는 수 없다. 기우제도 소용이 없다. 다 하늘의 뜻이다.
어린 시절 개울에서 고기를 잡을 때 가장 확실한 방법은 한쪽을 막고 물을 퍼내는 것이 최고다. 이것을 우리는 '막고 품는다'고 했다. 해질 무렵 아내와 밭에 나가 물을 퍼다가 참깨 밭에 뿌려야겠다.
고대 중국의 ‘夏王 우(禹)는 처음에는 단군조선의 도움을 받아 9년 홍수의 治水에 성공하여 백성들의 지지를 받았다’고 나온다. 고래로 治水는 나라경영과 국토관리의 기본이다.
한쪽에선 갖가지 핑계를 대며 4대강사업에 반대를 했지만 이번에 보의 덕을 크게 보는 모양이다.
그러면 된 것 아닌가? 반대하는 사람들은 홍수 때 가봐야 된다고 한 자락 까는 모양이지만...
국민대다수에게 이득이 되면 좋은 정책 아닌가? 하기야 경부고속도로건설 때도 기를 쓰고 반대했었지...
홍수 기다려 하자 따질 생각만 하지 말고 가뭄에 고통 받는 농민들에게 걱정의 말씀이나 좀 해주시지요.
잘난 의원님들.

전국이 타들어 가고 있다. 76%는 ‘매우 위험’ 단계에 빠져들고 있다. 장마는 이달 말로 늦춰져 최악의 가뭄이 앞으로 20일가량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어서 전국이 초비상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9, 10일에도 춘천(16mm), 인제(12.5mm), 원주(7.0mm) 등 강원 일부 지역에만 소나기가 내렸을 뿐 전국 대부분 지역에는 비가 오지 않고 30도 내외의 무더위가 계속됐다. 이번 주 역시 일부 산간지역에 5mm 내외의 소나기가 내리는 것을 제외하고는 비소식이 없다. 10년 만의 가뭄은 전국의 농경지뿐 아니라 바다 양식장과 공업단지를 덮쳤다. 천수답 농민들은 모내기 한계일(20일)이 코앞으로 다가와 메마른 저수지를 바라보며 발을 구르고 있다.
○ 함께 타들어 가는 농민 가슴
“하늘만 바라보고 말 수는 없어 나오긴 했는데 살릴 수 있을는지….”
10일 오후 3시 전남 해남군 산이면 덕호리 들녘 고구마 산지. 1주일 전 심었지만 고사 직전인 고구마를 살리기 위해 농민들이 스프링클러를 동원했다. 하지만 이미 말라 비틀어져 바닥에 달라붙은 고구마는 회생 가능성이 없어 보였다. 유귀근 백학감자영농조합법인 대표(68)는 “재배면적의 70%가량은 물을 충분히 주지 못해 말라죽을 듯하다”고 말했다.
전국 양파 생산량의 17%(22만 t)를 수확하는 전남 무안군은 수확량이 20∼25%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기석 무안군청 양파마늘 담당은 “4월 이상기온과 수확기 가뭄까지 겹치니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기 여주군 대신면 후포1리 민영선 이장(54)은 “4월 말에 4000m²(약 1200평) 밭에 땅콩을 심었는데 가물어서 제대로 크질 못한다”며 “지난해에는 비가 너무 자주 와서 밭작물이 썩었는데 올해는 정반대 상황”이라며 울상이다.
‘울산배’의 주산지인 울산 울주군 서생면 농민 이모 씨(63)는 “이맘때 비가 내리지 않으면 배의 크기가 형편없이 작아져 팔 수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남 진주시 정촌면의 매실 단지는 이상고온으로 갈색날개매미충 애벌레까지 기승을 부려 이중고를 겪고 있다.
충남 태안군은 저수지가 말라붙었고 모내기 진척률이 95%로 아직 497ha가 하늘만 바라보고 있다. 태안군 관계자는 “충남 일부지역에 8일 30mm가량 비가 내릴 때 태안은 비 한 방울 구경하지 못한 지역이 많다”며 “간척지 주변 농경지는 염해(鹽害·염분과다로 인한 농작물 피해) 비상까지 걸렸다”고 말했다.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9일 충남 서산 예산 지역을 방문해 농민들을 위로하고 가뭄 극복 대책 마련을 지시하기도 했다.
○ 바다와 공업단지도 덮친 가뭄
태안군 소원면 파도리 어촌계 소속 어민 270여 명은 이달 4일부터 가뭄으로 일본 수출길이 막히자 바지락 채취 일을 접고 마늘 수확으로 일당을 번다. 민물이 들어와 바지락 먹이인 유기물이 생성돼야 하는데 가뭄으로 유입이 끊겼기 때문이다. 먹이를 먹지 못한 바지락은 살이 빠져 상품가치가 떨어지고 작은 종패는 폐사했다. 주변의 송현 신덕 정산포 어촌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최장렬 파도리 어촌계장은 “지난해만 해도 매일 12, 13t에 이르던 생산량이 올봄부터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지더니 이젠 상품성이 없어 조업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충남 서산의 대산산업단지는 용수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삼성토탈, 현대오일뱅크, 호남석유화학, LG석유화학, KCC 등 5개사는 인근 대호방조제의 저수율이 10일 현재 9.8%로 떨어지자 한동안 쓰지 않았던 아산방조제와의 직통 관로를 활용하기 위해 긴급 정비에 나섰다. 한국농어촌공사 서산태안지사 지광현 차장은 “조업 중단을 막고 주변의 농업용수를 충분히 공급하기 위해 삽교방조제(당진)의 용수도 넘겨받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 올해 장마는 일주일 이상 늦는다는데…북한도 가뭄 비상
동아일보가 10일 기상청의 ‘가뭄판단지수’를 분석한 결과 전국(76개 구역)에서 가뭄상태가 ‘매우 위험’ 단계인 지역이 58곳(76.3%)이나 됐다. ‘가뭄판단지수’란 강수량, 증발량, 일사량, 날씨 등을 종합해 △습함 △정상 △가뭄(작물 피해 시작, 부분적 물 부족) △매우 위험(심각한 작물 손실, 광범위한 물 부족)으로 나뉜다. 5월 1일부터 이달 9일까지 서울은 10.2mm의 비가 내려 1910년(1.7mm) 이후 102년 만에 가장 적은 강수량을 기록했다.
극한 가뭄은 한반도 상공을 덮고 있는 강한 고기압에 비 구름대를 가진 기압골이 만주나 제주도 아래로 밀려나 발생했다. 장마는 평년(6월 20∼23일 시작)보다 늦은 28∼30일에 시작될 것으로 예측됐다.
농식품부는 영농 급수에 어려움을 겪는 충남도에 가뭄대책비 25억 원을 긴급 지원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저수율 40% 미만 저수지 98곳에 양수기를 설치하고 하천 굴착도 지원하기로 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일 “4월부터 황해남도 대부분과 평안남북도, 황해북도 평원지역 강수량이 10mm에도 못 미쳤다”며 “특히 평양시 남부, 황해남도 북부, 남포시 등 서부 지역은 비가 거의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서해안의 5월 강수량은 1962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노동신문은 “황해남도의 감자와 밀, 보리뿐만 아니라 강냉이, 콩, 남새(채소) 등 모든 밭작물이 심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4대강 보' 효과?… 낙동강 6개 보 덕분에 경북 저수율 최고
전국적 가뭄으로 영농철을 맞은 농민들이 발을 구르고 있지만 일부 지역은 4대강 보 건설에 따른 효과를 톡톡히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보를 통해 확보한 물을 가뭄 지역에 효과적으로 보내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낙동강 경북지역에 설치한 상주보 구미보 등 6개 보의 저수량은 현재 3억 t가량이다. 보에 저장하는 물이 이전보다 크게 늘어나면서 경북지역 5500여 개 저수지(저수량 4억1400만 t)의 저수율도 70%가량을 유지해 전국 최고 수준이다. 예년 이맘때는 바닥을 보이는 지역이 적지 않았다.
보를 이용한 물 확보가 가뭄 해소에 도움이 되는 이유는 댐과 저수지 수량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가 없을 경우 홍수에 대비해 댐과 저수지의 저수량을 줄여야 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4대강 보가 홍수 조절뿐만 아니라 가뭄에 대처하는 데도 효율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으로 건설한 16개 다기능 보의 저수량은 6억2000만 t이다. 4대강 사업을 통해 1억 t 안팎의 중형 댐 6개 정도의 저수량을 더 확보한 셈이다. 수계별로는 낙동강이 4억9800만 t으로 가장 많고 한강 4500만 t, 금강 4000만 t, 영산강 3300만 t 순이다. 4대강 사업을 통해 낙동강 주변에서는 가뭄 피해가 크게 적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국토부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관계자는 “확보된 용수를 가뭄 지역으로 보낼 수 있도록 콘크리트 관로를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2012.6.11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