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비 맞은 강아지처럼 팔짝거린 하루

백수.白水 2012. 6. 30. 19:22

가마솥 펄펄 끓어 김이 오르듯

태양은 땅을 덥히고

바람맞은 숯불처럼 따끈해진 땅거죽은 몸속의 물을 쥐어짜내 허공으로 흩날려버렸다.

이런 날들이, 속절없이 하늘만 쳐다보며 목말라하던 날들이 몇 날 며칠이던가?

 

비우면 차고, 차면 기울고, 가면 오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거늘

땅에서 뽑아 올린 그 많은 물은 어디로 갔을까?

하늘로 올라가고 다시 오지 않는다?

그러면, 지구는 온통 사막으로 변하고 말텐데...

다행히 엊저녁부터 비가 내렸다. 아주 흠뻑 내렸다.

 

생각해보니 하늘에도 분명히 뚜껑이 있는 거다. 소두방 뚜껑 말이다.

가마솥에 물을 끓이면 김이 오르고, 그 김이 소두방에 막혀 이슬로 서리고,

이슬이 모여 다시 물로 흘러내리니 이는 물의 순환작용이다.

오늘 내린 비는 두어 달 가까이 하늘로 오르기만 했던 그 많은 김이

하늘 뚜껑에 맺혀 있다가 드디어 물이 되어 다시 내린 것 아니겠는가.

 

불같이 화를 내며 물불을 가리지 않고 날뛸 때 우리는 그 사람 뚜껑이 열렸다고 한다.

그런데 만약에 하늘의 뚜껑이 열렸다고 생각해보자.

그 가공할 참상을 어찌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자업자득. 자연파괴와 훼손의 대가는 우리에게 반드시 되돌아오게 되어있다.

하늘의 뚜껑이 열리지 않도록, 자연과 맞서려말고 더불어 같이, 아끼며 살아가야할 이유다.

 

오후 들어 비가 잦아들기에 그동안 비를 기다리며 미뤄놓았던 밭일을 세 시간정도 하고 들어왔다.

고랑은 무논처럼 수렁이 되어 발이 푹푹 빠졌지만

모종을 부어놓았던 팥을 두 판 심고, 덜 빠지는 자리를 골라 들깻모를 냈다.

내일 아침 반 정도 남은 들깨를 내면, 금년농사 심는 일은 모두 마무리된다.

비가 내리니 이리 좋은 걸...

비 맞은 강아지처럼 이리저리 부산하게 팔짝거리며, 오늘은 모처럼 기분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