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태풍카눈이 올라오고 있다.
6월말까지 계속된 가뭄이 대지를 태우고 사람 속을 태우더니 7월초부터 시작된 장마는 이제 정점을 향해 박차를 가한다. 태풍카눈이 태안반도부근을 통과하여 경기서해안 부근을 통과하는데 서울경기도를 포함한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바람이 매우 강하게 불고, 강한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고 한다. 태풍은 오른쪽으로 소용돌이를 일으키니 서울과 가까운 이곳도 태풍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고스란히 받아내야 한다.
아직 바람은 약하지만 새벽부터 세차게 비가 퍼붓고 있으니 텃밭은 고랑에 물이차여 한강이다. 500여m 떨어진 밭에는 나가볼 엄두도 못 내지만 눈으로 보지 않아도 삼척, 넓은 바닥 물을 받아내느라 고랑마다 물이 그득할 것이다.
지난 15일(일요일) 내린 비에 밭고랑은 곤죽이 되고, 햇볕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물만 잔뜩 들이켜 웃자라버린 콩들은 가지가 째지고 이리저리 누워버렸었다. 비가 그치기를 기다려 월요일(16일) 오후와 화요일(17일) 아침에 장화를 신고 들어가 순과 잎을 쳐주고, 질퍽거리는 흙을 끌어올려 줄기를 바로 세우고, 두꺼비집 짓듯이 북을 줬다. 순지르기는 한번만 해도 되지만 거름기가 너무 센 탓에 두 번이나 해준 것이다. 어제 보니 흰콩에 하얀 꽃이 하나씩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객현리 이사장은 쇠똥거름을 너무 많이 집어넣어 순지르기를 세 번이나 했다하는데 꽃이 필 때, 지금부터는 순에 손을 대면 안 된다.
날이 습하면 진딧물이 극성을 부리는 법, 지난 화요일 날 오후에 참깨에 소독을 해줬다. 참깨는 특히 비바람에 약해 바람을 맞으면 농사를 버리는데 이번태풍에는 어쩔는지 모르겠다.
하늘은 우리인간에게 혜택을 주지만 시련도 같이 안겨주는 법, 안성맞춤의 혜택만을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 천하 만물이 혹독한 시련을 꿋꿋하게 버텨내는 것처럼 농사도 그렇게 견뎌내는 일이다. 하늘이 거두어가고 남는 것을 사람이 거둔다. 이제 농사 5년 만에 자연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넓은 가슴으로 변해 감을 느낀다.
어제가 초복, 이웃 우진할아버지 부부와 어유지리로 보신탕을 먹으러 갔다. 그 집은 고추를 3,500포기나 심었는데, 아침에 날이 좀 갰다고 질척거리는 밭에서 소독을 하고 나왔다는데 금방 비가 쏟아지니 옆에서 보는 나도 허탈해진다. 그러나 비는 비고 먹을 것은 먹어야지, 식사 후 장현리 산골짜기에 올라가 아는 사람이 포크레인 작업하면서 깨놓은 칡뿌리를 싣고 왔다. 저녁에는 우진네집에서 미꾸라지와 메기 등 잡어를 넣어 끓인 매운탕으로 소주한잔하고..
바람이 거세어진다. 옥수수며 콩이며 참깨며 넘어질게 천지인데 두고 볼일이다.
그래저래 적당히 잘 넘어 가겠지.
얼마 전 통구리 백학산업단지로 이사한 김사장이 금년부터 농사를 시작한 밭4,500평.
부인은 무릅관절수술을 받아 밭일을 못하고 혼자서 저 넓은 밭의 풀을 다 맺다니 입이 딱 벌어진다.
본인도 수년전에 위를 다 잘라내고 없는 사람, 그 호리호리한 몸에서 어떻게 그러한 힘이 나오는지...
맛은 잘 모르겠고 색깔이 좀 징그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