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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바보 장로님 .희망쉼터 / 민들레 국수집. 서영남

백수.白水 2012. 9. 20.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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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장로님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바보가 되고 싶으세요?

 

감옥에 있는 형제들을 만나러 가려고 이발소에 가서 이발을 했습니다.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신문을 읽다가 재미있는 광고 문구를 봤습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바보가 되세요"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바보가 참 많습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바보들이 많습니다. 민들레국수집에서 지내다보면 바보들을 참 많이 만납니다.

 

제가 존경하는 자원봉사자 자매님이 계십니다. 지하상가에서 조그만 의류 가게를 운영하십니다. 겨우 한 달에 두 번 있는 가게 쉬는 날인데도 불구하고 그날은 민들레국수집을 찾아오십니다. 바보처럼 가장 궂은 일을 찾아서 하십니다. 그리고 오후 다섯 시 하루가 끝날 때 거금 오 만 원이 든 봉투를 살짝 전해주고 가십니다. 몇 년 째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바보처럼 하시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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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바보같은 분을 만났습니다. 트럭 행상을 하십니다. 조그만 트럭을 몰고 골목 골목 다니시면서 두부도 팔고 어묵도 팝니다. 제가 처음 뵌 때가 2003년 민들레국수집을 시작할 때였습니다. 그러니까 트럭 행상을 하신 지 십 년도 넘었습니다. 바보처럼 장사를 하시기에 평생 트럭 행상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어제도 민들레국수집에 두부를 두 판이나 선물해주셨습니다. 장사 개시도 하기 전에 따끈따끈한 두부를 두 판이나 선물해주셨습니다. 바보가 아니시라면 분명 장사 끝난 다음에 안 팔려서 남은 두부를 주셔야 할 텐데 장사 개시도 하기 전에 제일 좋은 두부를 선물해 주시니 부자가 되기는 영 글렀습니다.

 

또 바보같은 분이 계십니다. 부평에 사시는 장로님이십니다. 주일날 외에는 아침 일찍 민들레국수집에 출근하셔서 저녁까지 자원봉사를 하십니다. 연세가 일흔이 넘으셨습니다. 손님들이 편안하게 식사하실 수 있도록 지극정성으로 식탁봉사를 하십니다. 그러다가 술 취한 우리 손님께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듣고도 허허 웃으시면서 손님들을 다독이십니다. 항상 웃으십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십니다. 그러면서도 예수 믿고 구원받으라고 하시지도 않습니다. 참 바보같으신 장로님이십니다.

 

민들레국수집을 찾아오시는 바보들을 소개하자면 끝이 없을 것 같습니다.

 

김해자님이 쓴 '나무, 관세음보살'이라는 시입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산다는 건 저런 것이다.

비 오면 비에 젖고

눈 오면 허옇게 얼며

천지사방 오는 바람

온몸으로 받는 것이다.

부스럼 난 살갗 부딪혀 간

수많은 자국들 버리지 않는 것이다.

얻어맞으며 얼어터지며

그 흉터들 제 속에 담아

또 한 겹의 무늬를 새기는 것이다.

봄빛 따스하면

연두빛 새순 밀어 올리고

뜨거운 여름날 제 속으로 깊어져

그늘이 되는 것이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속담도 모르는 나무는

자기도 모르게 발등 내주어

장작이 되고 의자가 되는 것이다.

나무, 관세음보살

 

 

 

 

 

우리집 VIP들의 희망쉼터

 

 

 

 

민들레희망지원센터가 문을 연지 3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어느새 회원수가 1500여명이나 됩니다. 회원 자격은 노숙하는 사람으로 술을 먹고 센터에 오지 않는다는 것만 지킨다면 됩니다. 요즘은 센터를 이용하는 분이 하루 평균 140명에서 150명 정도 됩니다. 

 

민들레희망지원센터는 2층은 샤워할 수 있고 빨래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낮잠을 잘 수 있는 방 하나와 텔레비젼을 보면서 쉴 수 있는 방이 하나가 있습니다. 1층은 세족실이 있고, 컴퓨터 5대가 있어서 손님들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책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볼 수 있는 프로젝터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매일 오후에는 독후감 발표를 합니다. 발표한 분에게는 장려금으로 3천원을 드립니다. 옥상에는 정원이 꾸며져 있습니다. 그리고 빨래를 널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습니다.  옥상에서만 담배를 피울 수 있습니다.

 

민들레희망지원센터는 이용하시는 분들이 전부 무상으로 사용하고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세면도구와 양말과 속옷도 필요한 분에게는 무상으로 드립니다. 커피와 녹차도 원하시는 만큼 드실 수 있습니다. 민들레희망지원센터를 들어오시면 곧바로 세족실에서 발을 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발을 깨끗하게 씻으신 분에게는 새 양말을 선물로 드립니다. 손님이 감기몸살로 아프거나, 폭염이나 강추위로 길에서 지내기 어려울 때는 찜질방 티켓을 드립니다. 매월 약 300매 정도의 찜질방 티켓을 나눠드립니다. 찜질방에서 시가보다 조금 싸게 구입해서 나눠드립니다. 그리고 고향으로 돌아간다거나 취직이 되어서 여비가 필요한 경우에도 도와드립니다.

 

민들레희망지원센터에서는 매월 두 차례 격주로 토요일에 "민들레진료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하대병원의 의사선생님들과 의료진에서 봉사활동을 하십니다. 진료소를 할 때는 1층에 진료소를 운영하고, 2층에서는 새워와 빨래와 휴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또 매월 한 차례 "인문학 강의"를 합니다. 요즘은 40-50여명의 손님들이 강의에 자발적으로 참여하십니다.

 

민들레희망지원센터는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운영이 되고 있습니다. 베로니카께서 상담을 맡아주시고요.  민들레 식구 몇 분이 도와주십니다.

 

손님들이 늘어나면서 세탁세제와  세면도구 그리고 수건과 양말과 팬티가 많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남성용 사각 팬티가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구입을 해도 필요한 분의 필요를 채울 수 없어서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커피믹스도 무척 많이 듭니다. 노숙하시는 분들이 녹차는 별로 좋아히지 않지만 커피는 무지무지 좋아하십니다. 초코파이도 좋아하십니다. 손님들이 샤워하고 빨래를 하면 빨래가 마르는 동안 센터에 준비된 간이복을 입고 있습니다. 그런데 간이복을 그대로 입고 사라지는 분이 많습니다.  얼마나 옷이 필요하면 그럴까 여기면서 없어진 간이복을 곧바로 채워놓습니다. 새 슬리퍼나 새 간이복을 입고 가는 분이 많아서 참 안타깝습니다.

 

물품들이 모자라서 힘들어할 때 인천교구 사회사목국장이신 이용권 신부님께서 각 성당에 도움을 요청해주셨습니다.  

 

어제 부천에 있는 상3동 성당 사회복지분과 위원장께서 직접 성당에서 모은 물품들을 싣고 국수집을 방문해 주셨습니다. 수건과 치약, 치솔, 비누 그리고 세탁세제를 아주 많이 선물해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민들레희망지원센터가 노숙하시는 우리 VIP 손님들의 아늑한 보금자리가 된 데에는 베로니카의 공로가 큽니다. 특히 독후감 발표가 우리 손님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손님들의 필요를 많이 듣게 되고 또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노숙생활을 벗어나서 평범한 우리의 이웃으로 돌아온 분들이 참 많이 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8월 25일(토)에는 민들레 진료소가 열립니다. 그날은 민들레진료소 2주년 기념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진료가 끝난 저녁에 의사선생님과 의료봉사를 해 주신 분들께 저녁 대접을 하려고 합니다. 민들레국수집에서 25일 저녁 6시에 민들레진료소 2주년 기념 파티가 있습니다.

 

민들레 꿈 공부방 아이들은 내일 저녁부터 공부방에서 합숙을 합니다. 그리고 금요일에는 수영장을 갑니다. 아이들이 신났습니다. 요즘은 "민들레 책들레"에서 더위를 피해 책을 읽는 아이들이 많아졌습니다. 민들레 책들레에는 예쁜 선미선생님이 아이들 독서를 도와줍니다. 그리고 에어컨을 틀어서 아주 시원합니다. 아이들이 참 좋아합니다. 평상시에도 이러면 참 좋겠습니다. 

 

감옥에 있는 형제들이 더워 죽을 것 같다고 하소연을 합니다. 얼마나 더울까!  

 

 

 

 

죽고싶은 마음

 

겨우 서른 아홉 살.  자유공원에서 노숙한지 두 달이나 되었답니다.  배가 고프답니다.  먹지를 못했는지 비쩍 말랐습니다.  말못할 사정으로 이혼하고 다니던 회사 사람들이 이혼했다고 수근대는 것이 싫어서 퇴직하고 퇴직금이라고 삼천만 원 정도 받아서 친구와 함께 인하대 앞에서 동업으로 장사를 했다가 쫄딱 망했습니다.  빚이 이천오백만 원 정도 있답니다.  죽고싶은 마음 뿐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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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것이라곤 헌옷 몇 벌 들어있는 가방 하나 뿐.  정신을 놓아버리면 이 가방마저 눈깜짝 할 사이에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막노동이라도 할 수 있게 헌 안전화라도 한 컬레 얻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민들레가게에 있는 헌 안전화를 드렸더니 좋아합니다.

 

민들레 식구인 석원(가명) 씨가 다리 관절에 염증이 생겨서 인천의료원에 입원해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베로니카와 함께 세번 째 면회를 갔을 때 민들레국수집 vip 손님 한 분을 만났습니다.  임00 씨입니다.  민들레국수집 시작할 때부터의 손님입니다.  혼자 외롭게 입원해 있습니다.  내일 위 절제 수술을 받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돈이 한 푼도 없으니 난감한 모양입니다.  베로니카께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물어봤더니 눈물을 주루룩 흘립니다.  너무너무 고맙다고 합니다.  속옷과 수건 그리고 병원에서 필요로 하는 물티슈 등등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곧 보내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꼭 필요한 것이 있으면 쓰라고 이만 원을 쥐어주었더니 너무너무 고맙다고 합니다.  수심에 가득찼던 얼굴이 환해졌습니다.

 

태풍 피해가 있습니다.  어린이 밥집 지붕 일부가 날아가버렸습니다.  그리고 비 새는 곳에 덮었던 천막이 찢겨져 날아가버렸습니다.   다행이 사람이 다치지는 않았습니다.

고마운 분께서 민들레희망지원센터에 새책을 한 상자 보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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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희망지원센터에서 책을 읽고 있는 우리 손님을 보면 참 기분이 좋습니다.  센터 1층은 이제 작은 도서관처럼 책읽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집에 식구가 늘었습니다.  민들레와 다롱이가 있는데 다롱이가 강아지 엄마가 되었습니다.  지난 7월 13일에 강아지 다섯 마리가 태어났습니다.  가장 약했던 한 놈이 죽었습니다.  그저께 두 마리를 분양했고 두 마리가 남았습니다.  9월 1일이면 전부 분양이 됩니다.  예쁜 강아지들이 새벽 서너 시가 되면 놀아달라고 끙끙거립니다.  엄마인 다롱이는 이제 강아지에게 젖을 물리지 않습니다.  강아지들이 가까이 오면 도망다니기 바쁩니다.  날카로운 이빨 때문입니다.  그래서 새벽에 일어나서 한 시간 가량 놀아주면 다시 잠이 듭니다.  금새 똥 누고 오줌 싸고 난리가 아닙니다.  강아지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치워줘야 합니다.  그렇게 새벽을 보냅니다.

 

 

 

 

교도소 형제들과 함께하는 여름휴가

 

 

 

 

교도소행 여름휴가1

 

 

민들레국수집은 매년 지하상가의 여름휴가 기간에 맞춰서 베로니카와 함께 교도소행 여름휴가를 가집니다. 올해는 광복절이 수요일이어서 어쩔 수 없이 휴가 기간이 길어졌습니다. 우리 VIP 손님들이 8월 25일(토) 국수집 문 여는 날까지 잘 계시다가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여름휴가를 떠나기 며칠 전부터 베로니카께서는 감옥에 있는 형제들을 기쁘게 해 줄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감옥에 있는 형제들이 교도소 밖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선물이라곤 수건 몇 장, 칫솔 몇 개뿐입니다. 그것뿐이라도 베로니카께서는 형제들이 받고 기뻐할 수 있도록 좋은 것으로 선물을 준비해 놓고 이름표 붙여서 준비해 놓았습니다. 거의 오십여 개나 됩니다.

 

8월 13일 아침 일곱 시에 인천을 출발했습니다. 오전 11시까지 원주교도소까지 가야하기 때문입니다. 피서를 떠나는 차들로 원주 가는 길이 꽉 막혔습니다. 가슴을 조이면서 겨우 11시 시간을 맞춰서 원주교도소에 도착했습니다.

 

총무과에 들러 ‘장소 외 접견’ 신청을 했습니다.

 

원주교도소에 있는 정00 형제는 겨우 스물셋일 때 10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리고 청송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을 때 만났습니다. 벌써 7년이나 지났습니다. 베로니카께서 극진히 옥바라지를 했습니다. 그 사이에 검정고시 공부를 해서 고입자격을 거쳐서 대입자격까지 통과했습니다. 대학공부는 너무 어려워서 못하겠다고 합니다. 그 대신 목재관리 작업을 하고 있답니다.

 

거의 삼십 분이나 기다렸습니다. 교도관과 함께 교도소 내정문을 들어갔습니다. 핸드백을 맡기고 전화기도 맡기고 빈 몸으로 교도소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장소 외 접견’은 변호사 접견실 비슷한 곳에서 합니다. 교도관의 입회하에 창살이나 유리로 막히지 않은 곳에서 3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악수도 할 수 있습니다. 여름에는 에어컨도 틀어줍니다.

 

정00 형제와 내년에 다시 만날 약속을 하고 헤어졌습니다. 그리고 교도소 내정문을 나와서 민원실에 가서 영치금과 간식과 준비해 간 수건과 칫솔 선물을 넣어주었습니다.

 

다음 예정지는 청송교도소입니다.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경북북부교도소라고 합니다. 오후 4시까지만 청송교도소에 도착하면 두 형제를 면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점심은 늦었지만 안동에 가서 헛제삿밥을 먹자고 했습니다. 원주에서 안동을 내려가는 길은 차들도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주 좋은 드라이브 코스였습니다. 안동댐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맛있는 헛제사밥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청송3교도소에 갔습니다. 저는 꼴베 형제를 면회하고 베로니카께서는 프란치스코 형제를 면회했습니다.

 

꼴베 형제와 프란치스코 형제는 재소자가 아닙니다. 감호자입니다. 감호자는 감호법에 의해서 감호를 살아야 합니다. 감호자는 같은 범죄로 세 번 이상 실형을 선고받으면 감호처분을 받습니다. 그런데 감호법이 몇 년 전에 폐지되었습니다. 그런데 폐지되면서 단서조항에 감호법에 의해 선고를 받은 사람의 감호는 유효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경북북부 3교도소에는 감호자들이 몇 십 여명이 감호를 살고 있습니다.

 

꼴베 형제는 20년 6월의 형을 모두 살고 이곳에서 감호를 살고 있습니다. 벌써 1년 6개월이나 되었습니다. 언제 출소할지 알지 못합니다. 늦으면 오륙년을 더 살아야 합니다. 감호는 7년 이내라고 합니다. 꼴베 형제는 서른 살에 교도소에 들어와서 이제는 쉰이 넘었습니다. 요즘은 취사장에서 근무를 합니다. 지난달에는 칠십 만원이나 벌었다고 합니다.

 

다음 날에는 오전에 다시 경북북부 3교도소로 왔습니다. 이번에는 베로니카와 함께 꼴베 형제 면회를 했습니다. 오늘은 성 막시밀리안 꼴베 신부님 축일이어서 꼴베 형제에게 축하인사를 했습니다.

 

일반 면회는 접견실에서 합니다. 접견실은 유리로 막혀있습니다. 작은 스피커와 마이크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정해진 접견 시간이 스피커에 켜지면 그때부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1분이 남았을 때 안내방송이 나오고 1분후 스피커가 꺼지면 상대편의 이야기가 들리지 않습니다. 청송에서는 교도관이 10분이나 더 연장해주었습니다. 그래서 30분이나 꼴베 형제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면회가 끝난 후에 경북북부 1교도소 민원실로 갔습니다. 겨우 스물다섯 살인 현수 형제가 면회 한 번 해 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고아원에서 살았었고, 고아원을 나와서는 소년원을 들락거렸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몇 년 전에 청송에 왔습니다. 삼년 전부터 베로니카께서 현수의 옥바라지를 해 왔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에 편지를 했던 모양입니다. 접견실 구경을 한 번도 해 보지 못했다고, 면회 한 번 해 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입니다.

 

현수의 생애 첫 면회를 마치고 진보로 나와서 점심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진보시장 근처에 우리 밀 국수집이 있습니다. 참 정갈하게 차려진 음식상을 받아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런 다음 시장에 가서 8개에 만 원이나 하는 복숭아를 샀습니다. 그리고 떡집에 가서 떡을 샀습니다. 마트에 들려서 얼음과자도 사고, 커피믹스와 사탕과 초콜릿도 샀습니다. 빵집에 가서 빵도 잔뜩 샀습니다. 그리고 형제들이 제일 좋아하는 것 중의 하나인 케이크도 몇 개 샀습니다. 껌을 하나 사서 주머니에 감춰뒀습니다. 교도소 안에 들어가서 껌 하나 살짝 찔러줄 생각입니다. 껌은 가지고 들어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경북북부 1교도소에는 매달 찾아갑니다. 자매상담을 하기 때문입니다. 자매상담에 나오고 싶어 하는 형제들이 많아서 제 팀은 스물다섯 명이나 나옵니다. 형제들이 저보다 베로니카를 만난 것이 더 좋은 모양입니다. 간단한 기도로 시작했습니다. 그런 다음 안부를 나누고 준비해 간 음식을 나눴습니다. 케이크를 얼마나 맛있게 먹는지요. 입에서 살살 녹는다고 합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지금껏 접견실이 어떻게 생겼는지 본 적도 없는 분들 손들어보라고 했습니다. 다섯 명이나 손을 들었습니다. 그중에 한 명은 서른여덟 살인데 무기징역을 받아서 살고 있는 무기수입니다. 교도소에 들어온 지 8년이 넘었는데 지금껏 어느 누구도 찾아온 적이 없다고 합니다. 세상에!

 

통풍으로 아주 많이 아프다고 합니다. 약을 사 먹을 돈도 없다고 합니다. 자매상담에 나와서 만 원 영치금 도움 받는 것으로 그래도 품위를 지키면서 살아왔다고 합니다. 베로니카께서 이야기를 듣더니 눈물을 글썽입니다. 그리고 도와주겠다고 합니다. 우선 약값으로 오만 원을 넣어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다른 동생들처럼 옥바라지를 도와주겠다고 합니다. 천사 같습니다. 한 번도 면회를 못해 본 형제들을 위해서 다음번에 자매상담 올 때 조금 미리 청송에 와서 면회를 해 주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달부터는 자매상담에 나올 형제들을 다섯 명을 더 받기로 했습니다. 그러면 우리 팀이 서른 명이나 됩니다.

 

아쉬운 작별을 한 다음에 교도소를 나와서 민원실에 가서 형제들에게 영치금을 넣어주고 준비해 간 선물도 넣어주었습니다. 오후 4시가 다 되었습니다.

 

/ 휴심정. 한겨레

 

 

 

서영남

전직 가톨릭 수사로, 인천에서 노숙자들과 가난한 이들에게 국수를 나누 는 민들레국수집 운영하고 있다. 1976년 가톨릭 한국순교복자수도회에 입회해 1995년부터 전국의 교도소로 장기수들을 찾아다니다가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정사목위원회에 파견돼 출소자의 집인 ‘평화의 집’에서 출소자들과 함께 살았다.

이메일 : syepeter@hanmail.net    

 

민들레국수집(http://mindlele.com)

 

 

 

 

 

출처 : 마음의 정원
글쓴이 : 마음의 정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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