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북극해권 강과 태평양권 강, 유목몽골리안루트
http://www.kimdonggill.com/ 김동길교수의 Freedom Watch 2013/08/05(월)
시베리아 전도. 순록 유목 문화권인 오비·․예니세이·․레나 강은 북극해로 흐르고, 몽골고원에서 발원한 케룰렌강이나 오논강은 아무르 강과 연결돼 태평양으로 흐른다. 상대적으로 온난한 후자 일대에서만 거북이와 호랑이의 생존이 가능하다. 그래서 고조선-부여-고올리의 건국설화가 후자에 국한되고 있음은 당연하다.
아예 몽골스텝에 발을 디딘 적이 없는 경우는 논외로 하더라도, 울란바아타르 스텝에서 숨 쉬고 있으면서도 실은 우리는 여기가 어딘지 아주 잘 모를 수가 있습니다. 생태사나 생태현실에 관해서도 그렇고 역사나 격변중의 역사현실에 대해서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눈뜬장님이라면 자기비하가 너무 심한 걸까요? 긴긴 세월에 남다른 고난을 헤쳐오면서도 한결같이 깨어 있어온 겨레도 있어요. 진실로 날카롭게 갈라보고 섬세하게 쪼개보며 비교·분석한 것을 맥을 짚어 정리해보는 천착력을, 우리가 언제부턴가 일구어내오지 않아서입니다. 그래서 제 나름의 독창의 엔진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해왔음은 자명하다고 하겠네요.
일례를 들면 울란바아타르시를 굽돌아 흐르는 톨 강이나 셀렝게 강 및 오르홍 강은 모두 바이칼 호수로 흘러들어 북류(北流)하는 북극해 권이고, 오논 강이나 헤를렝 강처럼 칭기스칸의 태생지 부르칸(不咸)산과 접맥되기도 하는 강은 훌룬 호와 부이르 호를 거쳐 몽골의 기원지 에르구네 강을 에둘러 아무르(一名 黑龍) 강을 통해 동류하는 태평양권이지요. 하지만 이런 사실을, 대부분의 우리 여행자들은 까마득하게 모르면서도 그걸 굳이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는 겁니다.
전자에서는 물이차서 거북이(龜)와 호랑이가 못 살고 거대 제국의 발전이 불가능했지만, 후자에서는 물이 그리 차지는 않아 단군(檀君)신화에 등장하는 거북이와 호랑이가 살 수 있지요.
동북아 유목국가는 보통 목·농이 어우러져야 이루어지고 그래서 동북아시아 유목제국의 기원지가 모두 다 북대흥안령의 훌룬부이르 몽골스텝·눈강(嫩江)평원임은, 북방민족 유목사학계에서는 공인된 지가 이미 오래입니다.
그렇지만 정작 거기에 유목태반 주도 기원 뿌리를 매우 오랫동안 깊숙이 내려온 우리는 그걸 모를 뿐만 아니라, 아주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는 거지요. 그래서 남과 북으로 극도로 응축된 지금의 나라만 분단된 게 아니라 상고와 현대로 뻗어내린 공활한 역사의 뿌리와 줄기도 분단된 터입니다.
동북아 태평양권 강들이 백두산 천지의 유일한 물줄기 쑹화 강(松花江)물과만 수맥(水脈)을 직접 잇는데, 실은 우리에겐 그걸 깨달아 아는 이들이 거의 전무하지요. 그러니 「유목의 농경화와 농경의 유목화」라는 특이한 역사적 교호(交互)작용과정에서 주로 생성돼온 호한(胡韓)체제 한민족의 역사적 정체성은 자취를 감추어올 수밖엔 없었던 겁니다.
진실로 백두산 소재지대가 압록과 두만의 양강도가 아닌 칭기스칸의 탄생지 부르칸산(不咸山) 처럼 이에 주류 쑹화(Sungari)강을 당당히 품은 「삼강지대」로, 적어도 역사적으로는 그 정체를 제대로 자각해낼 때만 「유목태반 주도 기원」 한민족사가 뿌리를 굳건히 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周采赫 qorian6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