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시리도록 파아란 가을하늘.

백수.白水 2013. 9. 27. 13:58

 

가을하늘 공활(空豁)한데 높고 구름 없이...”

이보다 더 멋지고 아름다운 표현이 어디 있겠는가.

눈이 시리도록 파아란 가을하늘,

볼수록 공허(空虛)하고 심원(深遠)하다.

가슴이 시리고 쿵쿵 울렁인다.

가을을 타는 거다. 집에 붙어 있을 수가 없다.

싫다는 아내의 손을 잡아끌고 나들이에 나섰다.

 

사고를 당했던 돼지농장 사장집에 들렸더니 문이 잠겨있다.

부인에게 전화를 했더니 일 때문에 금촌에 나가있는데

다음 월요일부터 직장출근을 하겠단다.

힘든 일 잘 추스르며 슬픔에서 벗어나려는 듯  밝고 결기 가득한 목소리.

다행스럽고 눈물겹도록 고맙다.

일요일 날 다시 찾기로 하고

 

 소야 사랑한다' [http://blog.daum.net/ybm0913/2319)] 박사장님 댁을 찾았다.

요즘에 소 값이 올랐다며 얼굴색이 많이 밝다.

금년에 대추와 밤이 흉년들었는데

그래도 마당에 떨어진 밤을 주워놨다며 비닐봉지에 가득 담아 건네주신다.

소주를 곁들여 점심을 먹는 자리, 자주 만나는 편이지만 그때마다 쌓인 말들이 많다.

 

가난하고 고달픈 농촌생활을 살아내느라 몸은 술에 찌들어 많이도 망가졌다.

당뇨로 몸이 바싹 마르고 이빨이 모두 빠져 틀니에 의존한다.

관절도 성치 않아 농삿일은 물론 걸어 다니기도 원활치가 않다.

 

앞으로 건강관리 잘하시라했더니 마당의 밤나무를 가리끼며 옛일을 풀어낸다.

1963년도 19살의 어린나이에 타지에서 아버지를 따라

이곳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았고 그해에 마당에다 밤나무를 심었단다.

밤나무의 나이가 50살이고 자기가 정착한지도 반세기라고..

 

나이 오십이 넘어가니 저 밤나무도 저렇게 병들어 밑둥에 구멍이 휑하게 뚫렸다고,

내가 오십년 넘게 술에 쩔어 험하게 살아왔으니 이렇게 망가진 것은 당연하지 않겠느냐고,

그럭저럭 살다 가면 그만이라고...

대범한 척  쏟아내는 말에 마음이 울적해진다.

 

 

 

 

 

 

50년생 밤나무

 

 

 

강 건너 보이는 육계토성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개성 송악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