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겨 온 글

인간은 변하는 게 아니라 꽃피우는 거야

백수.白水 2014. 1. 6. 13:48

[천주교 서울대교구 영성생활상담소장 홍성남 신부]

때로 말은 그냥 말이 아닙니다.

어떤 사람들은 누군가의 말을 가슴에 품고 살아갑니다.

마음 한구석의 응어리로, 또는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로, 벼락처럼 다가온 인생의 전환점으로.

각계 인사들이 언젠가, 어디선가 들었던, 그러나 아직도 잊지 못하는 그 말의 여운을 들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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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정말 변하는 존재일까.

명동성당에서 심리 사역 중이었던 신부님과 얘길하다가 문득 내 오랜 의문에 대한 답을 얻었다.

신부님이 내게 해주었던 말은 이런 거였다.

 

성격은 안 바뀌죠. 장미가 백합이 되진 않아요.

근데 많은 사람이 자기는 할미꽃인데 장미가 되고 싶어 해요.

많은 종교는 그걸 회개라고 생각하고요.

가톨릭의 성인, 멘토? 그들과 같아지면 안 돼요.

인간은 그렇게 될 수도 없어요.

나를 있는 그대로 피워야죠.

민들레와 제비꽃이 왜 백합이 돼야 합니까.

민들레고 제비꽃이라도 그것이 시들고, 활짝 피고는 자신에게 달려 있어요.

닭이 독수리가 되는 게 아니고, 새장 속을 나와 하늘 높이 나는 게 구원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 얘길 들었을 때, 뭔가 가슴을 툭 치는 것 같았다.

상태가 바뀔 뿐, 본질이 바뀌지 않는단 얘기를 듣는 순간 변화에 대한 내 고정관념 하나가 깨진 셈이다.

말하자면 시든 상태가 아니라 피어 있는 상태로 살아가는 것, 가장 나답게 잘사는 것이 중요하단 생각 말이다.

그러므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내가 어떤 존재인지를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딸이나 며느리로, 엄마로, 혹은 직장의 과장으로, 팀장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얼굴로 사는 일.

 

그제야 김훈의 이 말이 돌연 이해되었다.

형사를 보면 형사 같고, 검사를 보면 검사 같이 보이는 사람들은 모두 노동때문에 망가진 사람이란 말,

뭘 하고 사는지 도대체 감이 안 와야 그 인간이 온전한 인간이라는 그 얘기 말이다.

 

<소설가 백영옥 | '잊지못할 말 한 마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