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봄날에...
장단콩과 개성인삼의 주산지인 이곳시골마을의 농사일은 일찌감치 3월11일부터 시작되었다.
가장먼저 하는 일은 씨삼(種蔘)을 캐고, 이것을 본밭에 옮겨 심는 일,
人蔘재배농가는 많고 한정된 시기에 일이 집중되는 관계로, 서로 일정을 조율하여 중복을 피하는데도
늘 일손이 달린다. 재배농가간의 품앗이로 많은 부분을 메우고, 인근 군부대의 인력지원도 받지만,
마을 사람들을 사지 않으면 일을 추어나갈 수가 없다.
아내와 겨울에 고스톱을 같이 치고, 자치센터의 문화강좌에 참여하며 가깝게 지내는 또래의 멤버들이 있다.
종삼을 캐는 일은 크게 힘들지 않으니 같이 해보자는 그네들의 권유로 귀촌8년차 만에 처음으로 품팔이에 나섰다.
가까운 곳에서 씨삼을 캘 때는 6시에 일어나서 7시까지 현장에 나가야되고,
포천에 있는 종삼밭으로 일하러 가는 날은 5시에 일어나서 6시까지 마을회관으로 나가야한다.
원래 늦잠을 자는 사람이 아침도 거른 채 눈비비고 나가는 모습이 참 용하다 싶다.
저녁때 집에 들어서면서 4만원을 받아왔다고 돈을 펼쳐 보이며 흔들고는 지갑에 넣는다.
결혼 후 처음으로 벌어오는 금쪽같은 돈이다. 중간에 하루 쉬고 어제까지 10일간 열심히 다녔다.
금쪽같은 돈 40만원이 쌓이니 지갑이 두툼해졌다.
그런데 어제는 기진맥진해서 들어오면서 손을 들고 발도 든다.
인삼을 심었는데 허리가 끊어지는 것 같단다.
내일 다시 한다고 생각하니 끔찍하다면서 항복이란다.
앞으로 맞춰놓은 일이 오늘을 포함해서 4일인데...
전화해서 양해를 구하고 사정을 하면서 앞으로의 일을 모두 취소했다.
품 팔아 생계를 유지해야만 하는 민초들의 고초가 눈에 선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식도 못 취하고 매일같이 일을 나가야하는 사람들이
결국에는 말년에 허리가 꼬부라지고 만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삼 캐는 일이 4만원이라면 인삼 심는 일은 5만원은 줘야하는데
품삯책정이 잘못 됐다는 나름대로의 객관적인 문제제기도 한다.
아내는 불면증과 변비, 관절염, 알레르기성비염까지 온갖 병을 지닌 채 시골로 들어왔는데
이제 거의 다 사라지고 남의 일을 할 정도로 건강해진 것이 큰 수확이다.
오늘 못 일어날 줄 알았더니 일찍 일어나서 아침도 챙기고 널브러진 집안청소를 한다.
봄 잠바를 하나 사주겠단다.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마음이 고맙고 눈물겹다.
부추밭에 퇴비를 뿌리고, 감악산 아래로 냉이 캐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