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순을 지르다.
"마른장마란 시기적으로는 장마철인데도 비가 없거나 비가 적은 날씨를 뜻한다. 때문에 이미 심한 가뭄이 더욱 악화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올여름 장마가 시작된 지 열흘 가까이 지났는데, 중부지방에 내린 비가 보통 때의 3분의 1 밖에 되지 않는다. 마른장마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서 가뭄 피해가 걱정이다.
다음 주 금요일 경에 중부지방에도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비가 오겠으나 그 양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그 밖의 날은 구름 많은 날씨에 더운 날씨가 이어지겠다. 이 같은 마른장마가 이어지게 되면 30도를 웃도는 더위에 수분 증발량이 많아지면서 농작물들이 타들어 갈 가능성이 높아지게 돼 농가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장마 시작 뒤 단 한 차례 비가 내린 서울도 7월 강수량이 23mm에 머무는 등 중부 강수량은 평년의 36%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한강 상류 화천댐과 소양강댐의 저수율이 40% 안팎에 머물고 있고 특히 충주댐은 25%까지 낮아졌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엘니뇨로 약해져 장마전선을 중부지방까지 밀어 올리지 못하기 때문인데 문제는 당분간 비다운 비 소식이 없다는 점이다.
기상청은 이번 여름 가뭄과 집중호우와 같은 이상 기상 현상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있다며 수자원 관리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여전히 암울한 기상전망이다.
밤콩에 꽃이 피다.
녹두 꽃과 꼬투리
새벽안개 자욱하여 어둑한 5시 30분! 숫돌에 잘 갈아 새파랗게 날이 선 낫을 자전거 뒷자리에 매달고 밭에 도착해 보니, 건너 밭에는 面노인회장님이 일찌감치 나와서 콩밭을 매고 있었고, 그 너머 밭에서는 오씨할아버지부부가 콩 순을 지르고 있었다.
마른장마로 매일 30도를 웃도는 요즘 같은 여름날씨에는 해질녘에도 농사일하기가 버겁다. 그러나 새벽녘에 나가면 축축한 이슬에 바짓가랑이가 흠뻑 젖기는 하지만, 3시간 넘게 시원하게 일 할 수 있으니 들판에서는 새벽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장마철의 찐득거리는 습한 더위 속에서 농작물이 훌쩍 키를 키운다. 5.21일날 한꺼번에 심어 놓은 두류(豆流; 노란콩, 서리태, 밤콩, 쥐눈이콩, 녹두, 팥)는 한 달 열흘이 지난 6월 말경에 1차 순지르기를 해서 가지를 많이 벌려 놓았는데, 가뭄을 잘 버텨내면 벌써 가지가 찢어질 정도로 무성하게 자랐다. 이럴 때 장맛비를 맞아 이파리가 무거워지면 가지가 찢어지고 심하면 포기전체가 넘어지게 된다.
순지르기, 위로 자라는 순을 잘라준다는 말이다. 1차 순지르기가 가지치기를 유도하는 작업이라면, 이번의 2차 순지르기는 키가 크는 것을 억제하면서 줄기와 가지가 굵고 튼튼하게 자라도록 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손으로 순만 똑똑 집어주거나, 아니면 예초기로 콩 줄기윗부분을 이발하듯 가지런하게 밀고 나가기도하지만, 나는 예초기가 없고 면적도 그리 넓지 않은지라 낫으로 콩 순을 쳐서 날려주었다.
밤콩이 가장 먼저 꽃을 피우기 시작했는데 순지르기는 콩 꽃이 피기 전에 해줘야한다. 이어서 다른 콩들이 꽃을 피울 것이고, 서리태는 제일 늦게 꽃이 피는 관계로 당분간 더욱 왕성하게 생장을 할 것이니 한번쯤은 더 순지르기를 해야 할 것 같다.
한창 녹두꽃이 피고 꼬투리가 실하게 맺히기 시작한다. 녹두는 꼬투리가 까맣게 익는 것부터 수시로 따서 말려두었다가 한꺼번에 털면 편하다. 빈대떡, 청포묵, 녹두죽이 일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