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내리는 날
해맑은 바람과 따가운 햇살을 받아야만 곡식이 제대로 여물게 되므로, 가을비가 그다지 반갑진 않지만 덕분에 빈둥거리며 게으름을 피울 수 있으니 그리 싫지도 않다.
하기사 참깨를 베어 털었고 김장배추와 무 심기를 마쳤으니 땅콩을 캐는 9월20일까지는 딱히 해야 할 농사일이 없기도 하고...
남부지방은 큰 수해를 입었지만 올해 경기북부지방은 비바람피해 없이 조신하게 비를 내려주시니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가을비에 함초롬히 젖은 강둑의 가을꽃들이 보기에도 시원하고 향기롭다.
겸재 정선의 '임진적벽도' 배경인 자장리주상절리적벽
강 이쪽의 봉곳한 둔덕은 ‘삭령바위’
무릇꽃 군락
5곡의 하나로 여기기도 했던 ‘피’
다른 일은 거의 기계화가 되었지만 피사리만은 반드시 손으로 해야 한다. 옛날 어른들은 열심히 피사리를 했는데, 요즘 사람들은 귀찮은 일을 싫어한다. 벼논이 한마디로 ‘피투성이’가 되었다.
석잠풀
돔부콩
새삼
메꽃과에 속하는 일년생 풀로 기생식물인데 잎은 비늘과 같으며 꽃은 백색으로 8∼9월에 핀다. 종자는 토사자(菟絲子)라 하여 약재로 이용된다.
고려 때의 이두 명칭으로는 조이마(鳥伊麻)라 하였고 조선 때는 조마(鳥麻)라 하였다. ≪동의보감≫에는 ‘새삼배’로, ≪훈몽자회 訓蒙字會≫에는 ‘새삼’으로 기재되었다.
신장의 기능허약으로 인하여 정력이 감퇴되고, 허리와 다리에 힘이 없는 데 이용된다. 특히, 성신경흥분작용을 나타내고 갈증을 풀어 주기도 한다. 소변을 자주 보거나 야뇨증상이 심한 아이에게도 효과가 있다.
새삼스럽다.
새삼스럽다는 이미 알고 있는 뭔가에 대하여 갑자기 새로운 데가 있다는 뜻으로 쓰인다. 그런데 새삼은 다른 식물의 영양을 빨아먹고 사는 악덕 기생식물이다. 다른 식물에 달라붙으면 영양분을 흡입하는 뿌리가 필요없기에 스스로 잘라내며, 광합성으로 영양을 창출하는 잎도 비늘처럼 퇴화한다.
그래도 씨는 뿌려야 하기에 생식기관인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어떤 식물에 새삼이 달라 붙으면 영양분을 빼앗겨 말라 죽는다.
새삼스럽다의 어원에 대해 몇몇 설들이 있지만 바로 이 새삼에서 나왔다는 설에 따르면 새삼스럽다는 결코 좋은 뜻이 못된다. "새삼스럽게 무슨 말씀을"은 "저를 말려죽여 잡수실 말씀을"이란 뜻이 된다.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팥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