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어떤 놈이 이랬노? 잡히면 죽는다. 모순(矛盾) / 가을풍경 하나

백수.白水 2015. 9. 14. 20:21

한 보름쯤 지나서 9월 말경이면 땅콩을 캐도 되는데...

땅속의 알이 비대해지는 요즈음 들짐승의 피해가 날이 갈수록 극심하다.

이때쯤이면 땅콩 알에서 단백질이 생성되면서 라이코펜 냄새를 풍겨 짐승들이 몰려들게 된다는 것,

 

까치비들기 같은 날짐승의 소행일까? 고라니멧돼지 같은 큰 짐승은 아닐테고,

땅을 판 것으로 보아 너구리들쥐너구리들쥐청설모 중 한 놈의 짓임이 분명하다.

들짐승이 땅을 파헤쳐서 통통한 것을 까먹고 나면, 날짐승이 날아와 겉으로 드러난 시원찮은 열매를 물어가기도 한다네...

 

일주일전 쯤 첫 피해를 발견하고 나서 살충제를 뿌리고, 냄새가 많이 나는 입제로 된 살충제도 뿌렸지만 하루하루 피해범위가 넓어진다. 그래서 이틀 전에 새그물을 삥 둘러쳤지만 별무효과, 피해는 여전하다. 

쥐약을 놓으라는 사람도 있고, 밭에 새그물이나 한냉사그물망을 덮으라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은 크레졸액을 권유하기도 한다.

짐승이 먹고 나서 사람은 남는 것을 먹으면 된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말은 허탈해서 하는 소리일 뿐이고...

 

목초액을 땅에 뿌려주면 강한 냄새 때문에 짐승들이 접근을 하지 않을 거라는 정보를 접하고

오늘은 마지막 방책으로 목초액을 100배로 희석하여 질통(20리터)으로 한 통을 뿌렸다.

 

도대체 어떤 놈이 이랬노? 잡히면 죽는다.

창과 방패, 모순(矛盾)!  네가 창으로 공격하면 나는 방패로 막을 것이다.

 

그러나 상대가 정확히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막아내겠다니... 내 행동이 정말 모순이구나.

 

 

 

 

 

 

 

부레옥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