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놈이 이랬노? 잡히면 죽는다. 모순(矛盾) / 가을풍경 하나
한 보름쯤 지나서 9월 말경이면 땅콩을 캐도 되는데...
땅속의 알이 비대해지는 요즈음 들짐승의 피해가 날이 갈수록 극심하다.
이때쯤이면 땅콩 알에서 단백질이 생성되면서 라이코펜 냄새를 풍겨 짐승들이 몰려들게 된다는 것,
까치∙꿩∙비들기 같은 날짐승의 소행일까? 고라니∙멧돼지 같은 큰 짐승은 아닐테고,
땅을 판 것으로 보아 너구리∙들쥐∙너구리∙들쥐∙청설모 중 한 놈의 짓임이 분명하다.
들짐승이 땅을 파헤쳐서 통통한 것을 까먹고 나면, 날짐승이 날아와 겉으로 드러난 시원찮은 열매를 물어가기도 한다네...
일주일전 쯤 첫 피해를 발견하고 나서 살충제를 뿌리고, 냄새가 많이 나는 입제로 된 살충제도 뿌렸지만 하루하루 피해범위가 넓어진다. 그래서 이틀 전에 새그물을 삥 둘러쳤지만 별무효과, 피해는 여전하다.
쥐약을 놓으라는 사람도 있고, 밭에 새그물이나 한냉사그물망을 덮으라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은 크레졸액을 권유하기도 한다.
짐승이 먹고 나서 사람은 남는 것을 먹으면 된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말은 허탈해서 하는 소리일 뿐이고...
목초액을 땅에 뿌려주면 강한 냄새 때문에 짐승들이 접근을 하지 않을 거라는 정보를 접하고
오늘은 마지막 방책으로 목초액을 100배로 희석하여 질통(20리터)으로 한 통을 뿌렸다.
도대체 어떤 놈이 이랬노? 잡히면 죽는다.
창과 방패, 모순(矛盾)! 네가 창으로 공격하면 나는 방패로 막을 것이다.
그러나 상대가 정확히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막아내겠다니... 내 행동이 정말 모순이구나.
부레옥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