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리 키워볼까 칠면조.
그의 벼슬은 입을 가렸다. 닭벼슬처럼 하늘로 치솟은 것도 아니고 부리 앞에 귓볼처럼 늘어진 것이 제 아랫것들과 구분하는 턱벼슬도 아니면서.
그의 벼슬은 늘거나 준다. 놀라운 처세술이다. 하마트면 소리내어 웃을 뻔 했는데 우스꽝스럽게시리 부리 앞을 가린 벼슬이 다 뭐람. 하고.
저리 불편한 자리에 하필이면 벼슬이 붙어가지고 당상관 벼슬을 했나. 생원 벼슬을 했나.
어떻게 먹이를 취할까. 벼슬이 아무리 높아도 수염 때문에 구겨질 체면은 없어도 되는가.
코의 연장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숨 쉬는 구멍이 없다해도 부리 앞에 늘어진 저 벼슬은 코이기도 하면서 가장 예민한 촉수이기도 하다.
부리 앞에 늘어진 그의 벼슬은 일종의 안테나다. 쪼그려 앉아 한참을 들여다본 후애 내린 결론이다.
낙향처사라도 경계심이 발동되면 벼슬은 급히 줄어들어 왕년의 용인술을 드러내고 만다.
먹이를 먹어야할 때도 역시 급히 줄어들어 거추장스럽게 늘어진 것을 급히 축소시킨다.
예민한 전달수단이다. 부리 앞 그의 벼슬이 줄어드는 것을 보는 주변 것들은 감히 범접할 엄두를 거둔다.
그가 전달하는 늘리고 거두는 수단을 사람의 사고로는 가늠할 수 없다.
닭이 머리 위에 턱 아래 벼슬을 두고 나 봐라 하고 과시하는 것이라면 그의 부리 앞에 늘어진 벼슬은 낙향한 벼슬아치의 그것처럼 호령이 통하지 않는 뒷방 늙은이 같은 벼슬아치로되 유사시애는 급히 거둬들여 날카로운 부리를 드러내는 퇴역장군 같은 것이다.
한 마리 키워볼까 칠면조.
<출처: 如空스님, 2017.4.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