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이나마 다행이고, 그나마 다행이다.

백수.白水 2019. 9. 7. 17:39

13호 태풍 링링(玲玲, Lingling)은 옥구슬(,옥구슬 령)이 부딪힐 때 나는 소리로

소녀를 귀엽게 부르는 소리라는데, 이름과 달리 사나운 기세로 한반도를 관통하며 지나갔다.

 

세상에 무서운 것이 많지만 물처럼 불처럼 무서운 것이 있을까.

그러한 고로 물불가리지 않고 덤비는 사람을 당해낼 장사가 없다고 하는 것이다.

 

물과 불. 거기다가 바람이 합세하는 형국이 되면 그 파장은 예측불허,

에너지를 파죽지세로 폭발하며 큰 재앙을 몰고 온다는 것을 그간의 태풍을 겪으면서 경험했다.

아직 완전히 소멸되지는 않았지만 바람이 많이 잦아들어 소강상태를 보이니 다행이다.

 

예전에 아는 사람이 비바람에 날아가려는 비닐하우스파이프를 부여잡고 있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내 나름 태풍소식에 사전대비를 한다고는 했지만 그래도 걱정스러워 하루 종일 집을 지켰다.


내가 집을 지킨다고 해서 누구처럼 비바람에 엎어지는 고춧대를 잡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모두 하늘의 뜻인 것이니 다만 피해가 덜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고추가 제멋대로 편안하게 누워버렸다. 그 대신 여린 김장배추와 무는 세찬 비를 두드려 맞고도 삭아버리지 않고 잘 버텨냈으니 얼나마 큰 다행인가. 잘못되었으면 다시 심고 뿌려야하는데 말이다.

 

잘난 척 머리를 쳐들고 거만하게 위세를 부리던 것들은 바람을 맞았지만, 조신하게 엎드려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살아가니 칼바람을 피한 것이다.


다른 분들도 큰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하룻밤자고 나거든 내일아침에 깨워서 일으켜 세워봐야겠다.



天地不仁(천지불인) 무위자연(無爲自然). 세상일이 모두 자연의 이치를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