歸省도 그렇다고 역귀성도 아닌 어정쩡한 半歸省
날씨가 포근하다 싶더니 보슬비가 봄비처럼 내린다. 내일부터 시작되는 5일 간의 설 연휴, 이번에도 지리적으로 우리 집과 고향의 중간지점인 천안 아들 네 집에서 보내기로 했다.
부모님은 돌아가셨고 고향에서 대소사를 주관하시던 큰 형님도 재작년에 돌아가셨다. 고향마을의 집은 사라져 빈터만 남아있고, 기제사(忌祭祀)를 모시던 읍내의 형님 댁은 평소에는 비워놓고 장손인 큰 조카가 가끔씩 드나드는데, 명절이나 큰 일이 있을 때 우리형제와 조카들이 모이는 별장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부모님이 안 계시니 고향을 자주 찾지 않게 된다. 제사나 성묘를 빼먹지 않고 꼬박꼬박 챙기지도 않는다. 있을 때 잘 하고 살아계실 때 효도해야지 사후에 격식을 제대로 차리는 것이 무슨 소용이련가. 선산에 조부모, 작은 조부모, 부모님, 숙부, 큰 형님내외분을 모셨는데 명절에 구애받지 않고 내가 보고 싶고 찾고 가고 싶을 때 아무 때나 불쑥 찾는 편이다. 그러나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장손인 큰 조카가 잘 챙기고 있으니 상대적으로 내가 소홀한 것이 맞다.
길이 막힐까봐 아침 7시 일어나서 준비를 하고 아침식사를 생략한 채 8시에 집을 나서 적성의 방앗간을 들렸다. 어제 떡을 만들어 놨다가 오늘 가지고 가면 편하지만 며느리가 따끈따끈한 가래떡을 좋아하니 오늘 만들어서 바로 가져가야 된단다. 설 명절 기분이 제대로 나는 곳이 바로 떡 방앗간, 아침 8시인데도 밀린 일감이 많고 대목이라 아르바이트 한명을 고용했지만 정신없이 바쁘다. 몸은 고되지만 시골이나 서울이나 떡 방앗간을 하면 돈은 틀림없이 번다. 단골집인 경북방앗간, 사장이나 부인이나 선하게 생겼고 부지런하게 산다.
목적지까지 170km, 평소 2시간 반이면 족하지만 서울 통과하는데 시간 다 잡아 먹었다. 3시간 반이나 소요됐다. 집에서 별로 크게 준비한 것도 없지만 차에서 끌어내려 옮기자니 꾸러미가 많다.가래떡에 고추, 들깻잎, 다시마 튀각과 오리고기와 떡갈비, 이웃에서 준 오리 알 한판, 가래떡에 묵나물 서너 가지, 빈대떡 해먹을 녹두 탄 것, 잡곡도 몇 봉지되고... 우리 마누라, 명절날 이렇게 이것저것 손수 준비해서 자식들에게 먹일 수 있는 마지막 세대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하여튼 자식과 손자를 위해서 무엇을 만들고 준비하는 아내의 모습이 참 행복하고 즐거워 보인다. 나도 즐겁고, 아내도 즐겁고, 거기다가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손자들이 즐거워하면 좋은 설날이다.
개장준비가 한창인 포장마차
5일장. 천막을 치고 있다.
정체가 심한 동부간선도로, 멀리 도봉산이 보인다.
성수대교도 막힌다.
한강, 그리고 멀리 보이는 남산타워
한강유람선
시골에서 마누라가 꾸려온 보따리
기저귀에 대변을 보다가 금년 초부터 변기에 걸터앉았다. 본인도 자랑스러운 모양이다.
오랜만에 본 할아버지보다 컴퓨터를 더 좋아한다.
작은손자 보름만인데 많이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