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잉어를 잡으러....

백수.白水 2014. 4. 16. 08:12

삼국시대, 북쪽의 고구려가 남진 할 때 반드시 통과해야만 하는 곳, 개성과 서울을 연결하는 수로 중 가장 단거리에 고랑포가 있고, 그 포구 여울목에 ´호로고루성´이 있다. 수직적벽위에 만든 삼각형지형의 강안평지성으로 임진강에 한 남쪽 벽과 해자(垓字)로 보호되는 북쪽 벽은 수직절벽으로 천혜의 요새다.

 

해자에서 흘러내린 물이 다시 임진강을 만나는 이곳이 바로 고랑포 여울목이다. 강 북안엔 고랑포장단적벽과 호로고루성이 있고, 대안(對岸)인 남쪽의 장자리에는 하얀 모래벌이 펼쳐진다. 풍류를 즐기던 시인묵객들은 이곳으로 열 지어 내려앉는 아름다운 기러기 떼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平沙落雁(평사낙안)이라 하여 고호팔경(皐湖八景)하나로 꼽았던 곳이다.

 

봄꽃 흐드러지게 피고 수온이 따뜻해지는 요즘은 바야흐로 물고기의 산란철이다. 팔뚝보다도 훨씬 큰 잉어들이 산란을 위해 떼 지어 강가 얕은 곳으로 모여들고, 암수가 서로 휘감고 돌면서 유희를 즐기는데 때때로 공중으로 솟구쳐 올랐다가 강물로 첨벙첨벙 떨어지면서 내는 물소리가 얼마나 청량한지...

가히 수백m 거리까지는 들릴 정도로 사람을 유혹한다.

 

고랑포절벽 쪽은 지뢰매설지역이고 호로고루 성벽 쪽도 위험해서 철조망을 쳐놓았는데, 수위가 줄고 강바닥이 많이 들어났기에 살금살금...잉어를 잡을 요량으로 장화를 신고 고기를 건져 올릴 매미채와 족대 그리고 고기를 담을 큰 물통까지 챙겨들고 살살 접근해 보았다.

 

그러나 고기를 건져 올린다는 것이 얼마나 순진한 발상이었는지 깨닫는 데는 채 1분도 걸리지 않았다.

가까이 접근하면 고기는 저쪽으로 도망가고, 저쪽으로 쫓아가면 고기는 이쪽으로 도망오니 약이 살살 오른다.

힘들게 들어갔는데... 사람이 고기를 잡는 게 아니라 고기가 사람 잡게 생겼다.

애시당초 안 될 일은 얼른 포기하는 것이 상수,

 

내가 내려선 강바닥은 험준한 호로고루 남벽과 접근이 불가한 고랑포적벽, 그리고 장자리모래벌 등 세 곳의 절경을 가장 가까이서 관망할 수 있는 최적의 포인트였다. 다시는 접근할 기회가 없을 것이다. 

 

장자리 모래벌, 왼쪽 산위에 이잔미성이 있다.

고랑포의 장단적벽

강 건너 임진강 괘암 위에 있는... 아는 분이 혼자 살고 있는데 체험장을 조성하고 있다.

미수 허목 선생의 글이 암각된 괘암이다.

 

 

 

잉어는 이곳에서 펄쩍펄쩍 뛰어 논다.

 

 

 

돌아서 가던 길 멈추고 다시 뒤 돌아 보며 아쉬워 한다.

 

호로고루성. 망루와 성벽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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