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이 아니라 농촌생활
2010/11/09
옛날 내가 군대생활을 하던 시절
훈련소에서 4주간의 교육을 마치면 특기병과 학교로 가던지 아니면 바로 보충대로 보내진다.
보충대 생활이란 것이 원래 훈련도 교육도 없다. 지겨울 정도로 몇날 몇 일을 무위도식하며
지친 심신이나 달래는 건데 어느 날 갑자기 연병장으로 집합을 시킨다.
자대배치를 위해 행선지별로 팻말을 꽂아 놓고 호명을 하며 줄을 세우는데 전방에 떨어지는
것도 후방으로 떨어지는 것도 모두 운수소관이요 복불복이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래도 집에서 조금이라도 가까운 후방으로 떨어지기를 바라며 조마조마해
하는데 가장 두려워했던 곳이 강원도 쪽에서 인제 원통 사창리 쪽 그래서 인제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 살겠다는 말이 유행했었고 경기도 지역 중에서 기피지역 중의 한 곳이 바로
여기 내가 사는 이 지역이었다.
다른 지역은 야간통행금지가 해제된 이후에도 이 곳은 줄곧 통행금지가 있었고 도로는 2차선에
비포장 자갈길이었단다.그러나 지금은 임진강이 코앞이요 38선과 민통선은 지척인데도
자유로와 전곡간 4차선길이 동네 앞까지 직선화되어 여의도에서 차로 50분이면 족히 닿을 수있다.
조용한 곳을 찾는다고 이 곳으로 왔지만 처음에는 왕래하는 차들이 많아 그리 한적하지 만은 않은
것이 좀 불만이었다. 한우,젖소,돼지,닭을 기르는 축산농가가 많아 사료와 우유를 실은 차가 수시로
드나들고 산자락의 산촌마을을 찾는 외지인과 폐교에 들어선 피자체험학교 관광객도 꽤 된다.
그리고 대대급의 군부대가 산밑에 있어 군용차량의 행렬과 훈련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있다.
살다보니 이곳으로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산속에 한 두 집만 덩그렇게 자리해 적막강산인 것보다야 낫지.
내가 도닦으려고 들어온게 아니니까
서로 부대끼며 사는것이 사람사는 세상이니까
전원생활 즐기려고 떠나 온게 아니고 시골에서 농사 지을려고 온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