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두고두고 마음으로 갚아야지요

백수.白水 2012. 9. 26. 11:17

오늘은 마을안길을 정비하는 날입니다.

고향 떠난 사람들이 둥지로 찾아드는 추석을 앞두고

내 집안 청소하듯 골목의 잡초를 베고

울타리나무를 잘라 시야를 넓히는 겁니다.

그리곤 기다리는 거지요.

그리운 사람들을...

 

청소차가 못 들어올 정도로 울타리의 나무가 우거졌습니다.

울타리에는 대추나무가 많습니다.

7시에 온 동네 사람들이 나서서 작업을 했습니다.

십 수대의 예취기가 왱왱거리며 돌아가고

트럭 몇 대가 드나들며 잘린 나무를 실어 냅니다.

엄지손가락 첫마디보다도 굵은 대추가 우수수 떨어져 내립니다.

동네 아주머니들이 모여들어 대추를 줍지요.

 

대추나무가 없는 우리 집.

일찌감치 나선 아내가 제일 많이 주었습니다.

두어 말은 될 듯, 몇 년은 족히 먹을 것 같습니다.

10시가 넘어 일이 끝나고 회관 앞에 모여 해장을 했습니다.

 

오늘 점심은 전에 살던 동네

소야 사랑한다.’ 그 노부부와 식사를 약속했습니다.

사료 값은 오르고 소 값은 반 토막으로 떨어져 죽을 맛인데...

우리가 고추농사 안 짓는다고 마른고추를 열 근이나 보내주셨습니다.

내가 별로 해준 것도 없는데... 이 고마움을 어찌 하지요?

 

두고두고 마음으로 갚아야지요.

그래도 마음으로 갚아나가야 할 대상이 많다는 것, 시골살이의 행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