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겨 온 글

존재 그자체로 행복할 줄 알아라.

백수.白水 2012. 10. 10. 19:20

1010일. 가을 하늘에 떠 있는 고추잠자리 마치 허공에 점을 찍어 놓은 듯이 가만히 있다. 무수한 빛과 바람을 맞으면서 지금 모든 세계가 고추잠자리의 지배를 받고 있는 듯하다.

 

1010일. 산중의 아침은 벌써 겨울이다. 산새들의 울음소리도 끼르륵 짹~ 빙판에 미끄러지듯 깔끔하다. 아마도 겨울은 수행자의 계절이 아닌가 싶다. 겨울은 감성의 폭과 사유의 영역이 깊고 고요하며 팽팽하면서도 날카롭다.

 

109일. 잠깐만 생각해도 알 수 있는 것을 평생을 생각해도 모른다. 권력에 눈이 먼 자는 세상 무엇 하나 영원한 것이 없다는 것을

 

109일. 선은 선 그 자체로만 선 일수 없다. 진정한 선은 악을 녹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108일. 그믐으로 가는 새벽달이 쓸쓸하다. 반달에서 살짝 패인 모습이 얼마나 핼쑥한지 뿌연 달무리가 눈물 자욱 같다. 아마도 이달은 낮달이 되어 오래도록 떠 있을 것 같다.

 

107일. 새야! 내 너를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 하는 것은 단지 네 모습이 아름답기 때문도 내 가슴에 사랑이 남아 있기 때문도 아니다. 내 너를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 하는 것은 다만 내 존재의 슬픔을 알기 때문이다.

 

107일. 수행자는 세상 모든 것이 자신을 향해 박수갈채를 보내도 결코 그 칭찬 속에 머물지 않고 비난을 해도 그 비난 속에 머물지 않는다. 마치 푸른 나뭇가지가 허공을 향해 뻗어 가듯 자신을 향해 뻗어 간다.

 

107일. 아침부터 빈 나뭇가지에 홀로 앉아 종일 자는 새를 보았다. 영혼이 아픈가? 먹다 남은 사과 한 조각 다시 먹는다.

 

105일. 괜히 사람을 좋아해도 괜한 행복이 따르고 괜히 사람을 미워해도 괜한 불행이 따른다. 괜히 사람을 만나도 즐거운 마음으로 만나면 괜한 즐거움이 공짜로 생긴다.

 

105일. 진리는 너무나 단순해 간단명료하다. 만약 그대가 진리와 한 몸이 되고자 한다면 단순 명쾌하라 그럼 진리가 먼저 그대를 따를 것이다.

 

105일. 밤이 오면 밤을 안고 낮이 오면 낮을 안고 이놈들은 밤낮없이 안고 놀아도 지칠 줄 모른다.

 

105일. 인생의 목표를 지금 살아있는 그 순간에 두어라 순간이 영원이 되게 하라 지금 행복하지 않다면 언제 행복할 수 있으랴

 

105일. 삶을 수단으로 살지 않고 목적 그자체로 산다면 미련도 후회도 없을 것이다. 삶은 끊임이 없이 변하고 변하는 것, 쫒아버려라 먼 훗날의 생각일랑 지금 무조건 행복해라

 

105일. 오늘은 오늘을 살고 내일은 내일을 살자. 바람 불 땐 바람소리 듣고 비올 땐 빗소리 듣자 삶을 단순하게 있는 그대로 몰입하면 모든 것이 축복이다.

 

105일.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감동이 없는 사람과 그저 눈만 껌뻑여도 감동이 있는 사람 있다 감동은 삶의 진실이 가슴의 계곡에서 메아리치는 것, 당신은 지금 어떤 사람인가?

 

104일. 사람이 사람인 까닭은 양심이 있기 때문이다. 일신의 영달을 위해 진실을 외면하는 자 천년을 산들 무슨 소용 있으랴!

 

104일. 그대가 만약 누군가를 돕고 싶다면 아무 말 없이 조심스럽게 행동해라. 그렇지 않으면 차라리 모르는 체 하는 것이 좋다. 무엇이든 행세를 하면 형벌이 되기 십상이다.

 

104일. 인생은 노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가슴 뛰게 이 세상은 내가 놀기 위해 만들어진 것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노는 사람 앞에서 이 세상이 내 앞에 펼쳐져 있는 것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열심히 놀라는 것 다른 의미가 아니다.

 

104일. 진정한 예술은 노는 것이다. 혼자 노는 것이 아닌 다 함께 노는 것, 싸이의 말 춤처럼 존재 그 자체를 노는 것,

 

104일. 싸이의 말춤이 세계인을 흥분케 하는 것은 나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너도 할 수 있다. 무대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데서나 할 수 있다는 것, 그만큼 사람들은 아무데서나 놀고 싶은데.. 싸이가 미친 듯 말달리듯 세상을 놀게 만든 것이다.

 

104일. 여기 있으면서 저기를 생각하고 저기 있으면서 여기를 생각하는 사람은 어디를 가도 불행하다. 여기서는 여기를 살고 저기서는 저기를 살면 어디를 가도 행복하다. 삶은 존재 그 자체를 즐기는 것.

 

104일. 누가 말했다. "어떻게 살면 잘 사는 겁니까?" "바로바로 살아라. 지금 여기 인생은 두고두고 살면 사는 맛이 안 난다. 존재 그자체로 행복할 줄 알아라."

 

103일. 날씨가 추워지니 24시간 산중음악회를 하던 모든 뮤지션들이 자취를 감추었다 여치 귀뚜라미 풀벌레 산새들조차

 

103일. 가끔은 타임라인을 무심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듯 하다. 오늘은 예쁜 종이비행기를 접어서 날려야지 예쁜 꽃잎을 흘려보내야지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다 아무것도 못하고 돌아설 때 세상이 왜 그리도 공연한지 씁쓸한 마음이 강이 된다.

 

102일. 귀뚜라미는 영영 오지 않는다. 대신 산짐승 울음소리가 골짜기를 메운다. 아직도 잠 못 이룬 사람들 평안하소서..^^ 새벽 찬바람이 몸을 일으킨다.

 

102일 떠나 있어라. 떠나 있는 자에겐 삶이 곧 여행이다.찾지 마라 잃기 쉽다.

 

 

102일. 앞산 소나무에 걸린달 동네 개 짖는 소리에 놀란다. 찻잔에 흔들리는 달빛! 왕창 내안으로 쏟아진다.

 

102일. 빈 나뭇가지에 앉은 새 한 마리 니가 있어 행복하다. 졸졸 흐르는 개울물 소리 니가 있어 행복하다. 볼을 스치는 바람 소리 니가 있어 행복하다. 세상 그 무엇보다.

 

101일. 달구경 하는 아이

 

 

101일. 고요히 흐르는 달빛에 기대어 차를 한잔 마신다. 졸졸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가 달빛을 쫒느라 첨벙거린다.

 

101일. 하~ 어쩌자고 달빛이 저리도 밝은가 게으른 나그네의 속 눈섶을 타고 흐르는 달빛이여!

 

930일. 밤새 귀뚜라미를 그리려 했지만 못 그렸다. 대신 작년 12월에 그린 그림, 홀로 우는 귀뚜라미를 올린다.

 

 

930일. 오늘밤엔 귀뚜라미를 그려 내일 밤엔 꼭 울게 해야지

 

929일. 귀뚜라미가 사라진지 5일째 아직도 소식이 없다. 차탁위에서 노는 배짱이도 귀뚜라미를 기다리는지 연신 벽 쪽으로 머리를 기댄다.

 

929일. 작년엔 뜰 앞 돌배나무에 돌배 셋이서 풍성한 한가위를 맞더니 올핸 빈 나뭇가지에 거미줄만 무성하다. 휘영청 달은 밝으나 텅 빈 산중엔 싸늘한 적막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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