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만년 정신사의 맥을 찾아서. 김중태 / 재야사학자
<1>고구려는‘가우리’였다.
<편집자 주> 60년대 박정희대통령의 철권정치에 맞서 학생운동권에서 역시 또 하나의 철권을 휘두른 맹장이 있었다. 당시로서는 중무장한 첨단 진보이데올로기와 타고난 열정, 웅변으로 학생운동권의 최선봉에 섰던 서울문리대 정치학과의 김중태(金重泰). 민주화 투쟁과 투옥, 해외추방, 정계진입, 낙마 등 부침과 풍상을 거듭하던 40여년의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어언간 그는‘우리들의 잊혀진 영웅’이 되어버렸다.
지천명(知天命) 이라는 50줄에 들어서며 그는 태백산을 비롯, 강산을 누비며 반만년 정신사의 맥을 찾아 헤맨 끝에 10년전에는 원효결서(元曉訣書)라는 두권의 충격적인 예언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그는 단군조선과 고구려, 발해 등 거의 잊혀져가는 우리역사 되찾기에도 남다른 애정으로 재발굴ㆍ재해석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마침 고구려사의 귀속문제로 중국과 첨예한 논쟁이 가열되고 있는 이 때 고구려사 정립을 비롯한 우리 5천년 민족사ㆍ정신사의 큰 줄기를 그의 독특한 시각으로 재조명해 보기로 했다. 앞으로 계속 그의 건필과 독자제현의 예의주시를 기대한다.
최근에 이르러 한국과 중국사이에 고구려史 문제를 놓고 갈등과 시비가 증폭되고있다. 중국 측의 입장은 장수왕이 지금의 평양으로 천도하기 전 만주지역을 무대로 펼쳐진 고구려 역사는 자국의 영토 내에서 일어난 사건의 집합이므로 자국사의 일부라 주장하는 반면 우리는 신라 삼국통일 이후 비록 고구려의 옛 영토인 만주를 상실하기는 하였으나 신라 백제와 더불어 삼국시기를 형성했던 고구려 및 고구려 역사는 엄연한 우리 역사의 일부라 주장한다. 양국 간에 벌어지고 있는 이러한 역사논쟁은 가까운 시일 내에 매듭지어질 성질의 것이 아니므로 이 기회에 고구려사뿐만 아니라 고구려 이전 이후에 있었던 우리나라 역사 전체와 중국역사와의 관계를 포괄적으로 재조명해 보자는 것이 이 글의 취지이다.
먼저 문제가 되고 있는‘고구려’라는 나라이름에 관해 우리 국민 대다수는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도 모르고 있거니와 나아가 고구려의 후계자임을 자임한 왕건이 왜 나라이름을 ‘고구려’라 부르지 않고‘구’자를 생략한‘고려’라 했는지 의아해 하고 있다. 고구려의 정식명칭은우리말로‘가우리’이다. ‘가우리’라는 우리 음을 그대로 살려 중국인들은 가우우리의 한문표기를 高句麗, 가우리의 한문표기를‘高麗’라 쓴다. 즉 高(까우)句(우)麗(리), 高(까우)麗(리)가 되는 것이다. ‘가우리’에서‘가’는‘한가위’,‘ 한 가운데’에서 보듯 복판(中)이라는 의미고‘우리’에는 세가지 뜻이 있다.
첫째, 하늘의 옛말은‘한울’이다. ‘한울’을 풀어 쓰면 한우리 즉 한울타리로서 천계(天界)를 말하며 종교적 의미로 한울님이 계시는 상계(上界)를 말한다.
둘째, 말뚝을 쳐서 만든 돼지집을 돼지우리라 하듯 지계(地界)인 지구는 사람을 포함한 모든 생물들이 살아가는 공동우리이다.
셋째, 너와 나는 따로 분리되어있는 개별적 존재가 아니라 같이 합해지면 일인칭인 나와 이인칭인 너가 소멸되는 동인칭(同人稱)의‘우리’가 된다.
따라서 가우리는 한울의 중심 즉 천계의 한복판에 있는 나라로 천태극(天太極)이고 지구울타리의 한복판에 있는 나라로서 지태극(地太極)이며 너와 나를 합친 우리들의 한복판에 있는 나라로서 인태극(人太極)이다. 천태극, 지태극, 인태극을 합하여 삼태극(三太極)이라 부른다.
이것을 그림으로 표시하면 이고 중앙의 점 하나가 태극이다.
한편 1959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발굴한 경주 감은사 석각에 새겨진 삼태극도형은 감은사의 준공년도가 서기 682년이므로 주렴계의 태극도설보다 388년이 앞서 있을 뿐 아니라 그 내용에 있어서도 중국의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우리 고유의 것이다. 삼태극문양은 우리 민족뿐 아니라 몽고, 티벳, 위구르족, 거란족, 만주족 등 우랄알타이계에 속하는 모든 민족들이 성물(聖物)로 받들어 사원이나 가옥, 자연석 등에 새겨져 있는 흔적을 오늘날에도 볼 수 있다.
그림에 나타난 삼태극 사상은 하늘, 땅, 사람의 삼재(三才)가 모여서 하나인 태극점으로 돌아오는 회삼귀일(會三歸一) 사상이며 천령(天靈), 지령(地靈), 인령(人靈)이 서로 감통하여 하나인 태극으로 수렴되는 사상이다.
단재 신채호는 [조선상고사]에서‘가우리’를 한문으로 표시하면 중국이 되므로 우리가 중국이고 저네들의 명칭은 지나라 불러야 된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그는 가우리의 뒤를 이어 일어난 발해는 그 뜻이 태양이 뜨는 본고장이라는 말이며 이를 한문으로 표시하자면 곧 일본이 된다고 말하면서 못난 우리 후손들의 잘못으로 중국과 일본이라는 나라이름을 다른 민족에게 다 빼앗기고 우리는 반도에 쭈그리고 앉아 소중화(小中華)로 만족하는 정치적 앉은뱅이 신세가 되고 말았다고 자탄했다.
이 기회에‘가우리’에 이어 발해의 뜻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발해는 나라이름을 세 번이나 바꾸었는데 초대 진국열황제 대걸걸중상(震國烈皇帝大乞乞仲象)시절에는‘후가우리’라 했고 2대 성무고황제(聖武高皇帝) 대조영 시절에는 대진국(大震國)이라 불렀으며 3대 대무예(大武藝)황제때에 이르러 대장 장문휴(長文休)가 오늘의 산둥성을 정벌하고 동서 6천리에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하여 나라이름을 발해로 바꾸었다(후가우리→대진국→발해). 대진국(大震國)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자면‘큰벼락나라’라는 뜻이다.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낳은 어린아이의 이름도 큰벼락이라 짓지 않을텐데 하물며 나라이름을 큰벼락이라고 지을 정신병자가 어디에 있겠는가? 따라서 이것은 진짜 나라이름이 아님을 단번에 알 수 있다. 한웅의 신시개천 이래로 우리 민족은 조물주인 하느님을 신앙했는데 부여에서는 이를 대천교(大天敎), 가우리에서는 경천교(敬天敎), 신라에서는 숭천교(崇天敎), 백제에서는 효천교(孝天敎), 발해에서는 대신교(大神敎), 오ㆍ금ㆍ청에서는 주신교(主神敎)라 불렀다. 나라에 따라 명칭은 각기 다르나 내용은 한결같이 창조주이며 주재자인 하느님을 (두 글자로 줄여서‘한님’이라고도 한다.) 믿고 받드는 동일 종교였다. 따라서 震, 辰, 眞은 현재 우리 발음으로는 진이라 읽지만 그옛날 우리 조상들이나 지나 사람들은‘신’으로 읽었다. 따라서 대진국은 대신국(大神國)이고 대신은 우리말로 한 분의 신(神), 즉 하나님이므로 대신국은 하나님의 나라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발해의 뜻은 무엇인가? 발해(바다 渤, 바다 海)를 한문으로 풀이하면 육지라곤 하나도 없는 바다뿐이니 바다 속에서 사람이 어떻게 살 수 있으며 또 어떻게 나라를 세울 수 있겠는가. 결국 발해는 이두문임을 금방 알 수 있다. 이두문은 우리말 발음을 한문글자로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을 말한다. 가령‘죽일 놈’을 한문자로 쓰자면 놈에 해당되는 글자가 없으므로 노무가 되어 죽일노무(竹日奴武)라 쓰게 된다. 이런 것이 이두문의 한 예로서 죽일노무(竹日奴武)를 뜻으로 해석해서는 아니 된다. 이러한 이두문의 이해를 바탕으로 발해를 해석해 볼 때 ‘밝게 빛나는 해’의 줄인 말이 발해이다. 남편을 잃고 홀로 사는 과부를 ‘홀로어머니’라 하지 않고‘홀어머니’라부르듯이‘밝게비추이는달’을 밝달,‘ 밝게 빛나는'해’를 밝해, 발해라 부르는 것이 우리말의 독특한 묘미인 것이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가우리’와‘발해’는 순수우리말에서 유래된 나라이름임을 알 수 있다.
‘가우리’와‘발해’이외에도 신시 이후 우리나라 전체의 역사와 복희, 신농, 황제의 삼황(三皇) 이래 중국역사 전체와의 상관관계를 정확히 파악하려면 우리 국어의 ‘나라’라는 명사의 뜻이 무엇인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 달나라, 별나라, 하늘나라, 숲속나라라 할 때의‘나라’는 무슨 뜻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흙(土)이고, 땅(地)이며, 라=물(水)이다. 따라서 나라는 흙과 물의 합성어인 것이다. 예를 들면 동ㆍ서ㆍ남ㆍ북과 중앙의 五行을 본따 만든‘가우리’의 오부는 연나(燕那), 순나(順那), 절나(絶那), 관나(灌那), 계루나(桂婁那)이다. 가우리 사람들은 자신이 태어난 지명을 성씨 대신 이름자 앞에 붙였는데 그 단적인 예가 연개소문의 우리말 이름인 ‘연나갓쉰동’이다. 연나(오늘의 북경지역)에서 연개소문의 아버지가 갓 쉰살이되었을 때 얻은 아이라는 뜻이다. 이에 따라 만약 홍길동이 순나에서 태어났다면 ‘순나길동’으로, 성춘향이 계루나에서 태어났다면 ‘계루나춘향’으로 부르는 것이 가우리의 작명관습이었다.
‘나’가 흙이라는 것은 이미 설명이 되었고, ‘라’가 물이라는 것을 뒷받침하는 사례를 들어보자. 압록강의 우리말 이름은‘아리라’이고 낙동강의 우리말 이름은‘가라’이다. 오리의 옛말이‘아리’이므로‘아리라’는 오리가 노는 물이라는 뜻으로서 이것을 오리 압(鴨)자, 푸를 록(綠)자를 써 한자로‘압록강’으로 표기했다. 서울의 한강 옛 이름도 아리수(水)로서‘라’대신 물 수(水)자를 대신 쓴 것이다.‘ 가라’란 큰물이란 뜻으로 가야도가락도아닌‘가라문명’이라 불러야 정확하다. 오직 일본만이 원음 그대로를 살린 가라(加羅)라 표기하고 있다. 또한 정선아리랑의 발생지를 아우라지(地)라 부르는데 두물이 아우러지는 땅이란 뜻이다.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임나(任那)와 지나(支那)를 해석해 보자. 임나는 경남지방에 있었던 고대 일본의 식민지라고 일본학계는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전혀 근거 없는 억지에 불과하다. 가라의 김수로왕에게는 아들 8명이 있었는데 첫째아들이 태자가 되자, 나머지 칠형제는 지금의 구주지방으로 건너가 각각 나라를 세웠다. 그러나 일곱왕자들은 고향이 그리워 늘 북쪽 김해지방을 바라보며‘임나’라고 불렀으니 임나란 그리운 님의 땅이란 뜻이다. 한웅거세발한의 신시개천 이래 우리나라에는 연대기적으로 이름을 달리하는 여러 국가가 존재하였으나 대외적으로는 가우리 즉 코리아로 알려졌듯이 하(夏), 은(殷), 주(周), 진(秦), 한(漢), 당(唐), 송(宋), 명(明) 등 수많은 왕조가 명멸해 갔으나 대외적으로중국은차이나로알려져왔다.‘ 支那’라는두글자를 써 놓고 한(漢)족은 ‘차이나’혹은 ‘치나’라 발음하고 일본인은 ‘시나’, 우리는 ‘지나’라 발음한다. 그러나 어떻게 발음하든 ‘지나’는 곁가지 땅이라는 뜻이며 본땅 즉‘본나(本那)는 우리를 말한다. 지나인들이 자기민족의 조상으로 받드는 복희(伏羲), 신농(神農), 황제(黃帝)의 삼황(三皇)중 복희는 신시오대 태우의(太虞儀) 천황의 막내아들로 신시에서 우사(雨師)직을 지냈으며 강씨의 시조인 염제 신농은 신시에서 목축관을 지냈고 황제 공손헌원(黃帝公孫軒轅)은 신시의 자부선생으로부터 내황문(內皇文)을 받아 황제내경을 지었는데 이러한 사실은 갈홍(葛洪)의 포박자(抱朴子)에 수록되어 있다. 뒤를 이어 일어난 요(堯), 순(舜), 우(禹), 탕(湯), 주문왕(主文王), 주무왕(周武王), 주공(周公)으로 이어지는 지나는 본나인 신시와 치우천왕의 청구국(靑丘國)과 한검단군의 조선으로부터 십간십이지(十干十二支)의 역법(曆法)과 오행치수법(五行治水法), 도량형과 문자, 천제(天祭)의 제사법과 철학사상 등 모든 문물제도를 배워갔다. 그런데도 지나인들은 우리를 동쪽 야만인이란 뜻의 동이(東夷)로 주변민족들을 싸잡아 야만이라 부르면서 자기만 스스로 높혀 중화(中華)라 우쭐대고 마치 자기네들이 우리를 가르친 것처럼 역사를 허위조작하고 심지어는 엄연한 우리 역사의 일부인 가우리史까지도 자기네들의 역사의 일부로 편입시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든다. 가우리의 역사를 자기들의 역사라고 우기는 지나의 작태를 보면서 지나는 본나인 우리로부터 겉치레만 배워갔을 뿐 홍익인간의 진짜정신이 무엇인지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생물들이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인 흙과 물의 합성어가 나라인 만큼 나라에는 사람들만 사는 것이 아니라 흙 속에 사는 수많은 미생물들로부터 지렁이, 개미, 매미, 산천초목 물속에 사는 물고기에 이르기까지 억조창생의 모든 생물들이 살아가는 삶의 공동터전인 것이다. 그러므로 홍익인간사상은 인간들끼리만 서로 보살피고 도우는 좁은 카데고리의 휴머니즘을 훨씬 뛰어넘은 하늘이 주신 지구관경(管境)안에 살고 있는 중생일체를 내몸으로 여겨 중생일체와 더불어 화합하고 신계(神戒)를 지키며 조화스럽게 살아가는 하늘, 자연, 인간의 일체합일사상인 것이다. 개인이건, 국가이건 남의 것까지 빼앗아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무제한적 탐욕이 주조(主潮)를 이루는 허위와 기만의 시대에 역사적 진실을 왜곡하려드는 지나의 어떠한 술책도 결국은 성공하지 못할 것임을 단언해 둔다. (다음호에 계속)
<출처: 2004.02 국회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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