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전원거(歸田園居) .... 시골에 돌아와 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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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고마운 장맛비.

백수.白水 2013. 7. 2. 18:53

 

계속되던 마른장마 끝에 드디어 단비가 내렸다. 현재까지의 강수량이 56mm라 한다. 새벽5시에 일어나서 아내와 함께 비를 맞으며 그동안 어쩔 수없이 미뤄두었던 들깨모를 냈다. 어제 아침에 들깨모를 미리 뽑아서 선별을 하고 물에 담그어 놓았기 때문에 좀 수월했지만 세찬장맛비가 비옷으로 스며들어 몸을 적셨고, 수렁이 된 밭고랑이 푹푹 빠지며 발목을 잡는 바람에 8시 반에야 끝이 났다.

 

어제 녹두를 심고 오늘 들깨모를 냈으니 금년도 심는 일은 모두 끝났고 앞으로 잘 키워 가을에 수확을 하면 된다.

녹두를 심은 곳에서 녹두가 나올 것이고, 들깨를 심었으니 추수를 끝낸 후 들기름 짤 일만 남았다.

 

인력을 다했으니 나머지는 하늘의 뜻에 달렸다. 비가 소강상태를 보이기에 밭에 다녀왔다.

오늘 심은 들깨는 빗물을 흠뻑 마셔 생기가 돌고, 연약한 참깨가 혹시나 바람을 맞지 않았을까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잘 버티고 서있다. 그런데 좋은 일 뒤로 꼭 나쁜 일이 따라 붙더라.

오전까지만 해도 빳빳하게 서있었던 옥수수가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모두 45도 각도로 쓰러져버렸다.

뿌리를 박고 있는 땅이 많은 비에 물러져서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던 것,

하기야 옥수수는 매년 넘어진다. 작년까지만 해도 비가 그치고 나면 일으켜 세워서 뿌리부분을 밟아주고, 말뚝을 박아서 고정을 시켜주었는데...

 

옛 선조들은 농사는 7분은 하늘이 짓고 3분은 사람이 짓는다 했다.

가뭄, 홍수, 태풍, 병충해 등 인력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예기치 않은 일이 종횡으로 밀어닥치기에 7분의 불합리와 운명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

이렇게 본다면 농사는 짓는 것이라기보다 자연의 섭리로 지어 지는 것이다.

나는 3의 이치에 따라 최선을 다했으니 잘되고 못되는 건 하늘의 뜻이고, 하늘이 주는 대로 그저 거둬들이는 것이 맞다.

금년부터 옥수수 일으켜 세우는 일은 그만두어야겠다.

 

天地不仁하다고 야속하게 생각할일도 아니다. 자연은 그저 無爲로 행할 뿐인데 그동안 내가 너무 욕심을 부렸기에 마음이 불편했던 것, 밤사이 다시 폭우가 쏟아진다는데  그저 잘 버텨주길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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