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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서 노는 남자, 날라리 이원규시인

백수.白水 2015. 9. 28.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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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kbs.co.kr/1tv/sisa/andpeople/view/vod/index.html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 이원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은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노을을 품으려거든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유장한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몸이 달아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불일폭포 물 방망이를 맞으려면

벌 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의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안으로 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을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고

 

최후의 처녀림 칠선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 만 오시라

 

진실로 진실로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겸허하게 오고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 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 만 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이 남자가 노는 법 - 지리산 시인 이원규

 

남자 나이 쉰살. 평생 일을 하고 자식을 키웠지. 일하는 게 노는 것보다 쉬웠는데. 이제 어디를 보고 달려가야 하나. 지리산을 찾는 50대 늙은 청춘들이 던지는 이 질문에 날라리 시인 이원규는 말한다. 인생은 바라보는 방향으로 달리게 되어 있어. 도랑을 바라보면 도랑으로 빠지고 꽃밭을 보면 꽃밭으로 달리고.'

 

중앙일보 기자를 그만두고 지리산에 들어온 지 18. 귀촌자들이 많아지면서 지리산 땅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지만 이원규시인은 그 긴 시간 땅 한 평, 집 한 채 자기 소유로 해두지 않았다. 돈 버는 일에 얽매일수록 걱정은 많아지고 놀 시간은 줄어든다는 지론 때문이다. 그가 하는 노동이라고는 한 달에 한 번 그를 찾아오는 시문학반 학생들을 위해 집 안팎 모기약을 뿌리는 일이 전부. 그는 스스로를 날라리 시인, 지리산에서 노는 남자라고 부른다.

 

나는 나랑 논다.

 

 

 

지리산에 구름이 끼면 어김없이 오토바이를 타고 산을 오른다.

시인의 배낭에 든 것은 연필과 노트가 아니라 디지털 사진기!

몸이 아플 때 알게 된 지리산 야생화, 시인은 야생화 사진작가로 이미 전시회를 여러 번 열었다.

그가 찍은 사진은 안개와 비속에 피어난 야생화. 매일 야생화를 찾아 산을 헤매는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잘 놀려면 자기 자신과 놀 줄 알아야한다. 인생이 안개 속에 있을 때 어딘가 피어 있는 야생화처럼, 자신만의 빛깔을 찾아 외로움과 당당히 맞설 줄 알아야 한다.’

 

 

최백호의 감성을 만나다.

 

최백호의 한편의 시 같은 노래와 아름다운 풍광이 만나 인생이야기를 빚어낸다.

지리산의 장엄한 일출과 최백호의 히트곡 낭만에 대하여가 감각적인 영상과 함께 펼쳐진다.

노래듣기 ☞  https://www.youtube.com/watch?v=6EyHtPC_0Uk

낭만가객 최백호가 지리산 자유시인에게 보내는 따뜻한 위로. 가끔 열 마디 말보다 한 소절의 노래가 우리의 가슴을 울리는 순간이 있다. 최백호의 호소력 있는 목소리와 피아노 연주로 듣는 그쟈는 이원규와 신희지부부의 사랑을 더 깊이 전달한다.

 

이원규시인, 생각과 말 말 말

 

여기서는 싱싱하게 자라다가 맘껏 시들어버릴 자유가 있다.

 

 

우리인생살이도 사실은 오리무중 안개 속에 갇혀도 누구나 꽃인데, 그 순간 서럽고 절망스러워 꽃 인줄 모른 거예요. 그래서 나는 안개와 구름 악천후 속의 꽃을 보여주면서 우리 모두 아무리 절망에 빠져있어도 우리가 꽃이라는 걸 깨닫자 이거죠.

 

 

 

내 몸도 건강을 잃고 하다보니까 아주 낮고 키 작은 꽃들에 마음이 가더라고,

꽃마다 색깔이 다르고 얼굴이 다르고 또 밤에 볼 때 아침에 볼 때 안개 속에서 볼 때 구름 속에서 볼 때가 전혀 다른데, 오래 들여다보면 내 인생 50년이 다 들여다 보여요....

꽃을 오래 바라다보면 지난날의 내 기억속의 사람들을 하나하나 되새기게 되더라고...

 

 

서울생활 도저히 적응이 안 돼 늘 한쪽이 무너져있더라고,

그리고 도시적 인간관계도 깊이 신뢰할 수 없고, 그렇게 빨리 변하는지 알 수가 없어요.

사람이 사람을 못 믿게 되는 게 치명적이거든요. 술은 일종의 마취제였죠.

잠깐 마취시키고 아침에 출근하게 만들어주고 또 저녁에 통증이 오면 술 한 잔하는 걸로 통증을 숨기고, 위장된 삶이었죠.

 

우리는 뭐하나를 잡았다가 놓치면 죽는 줄 알아요.

인생은 한번씩 털고 바꿀 수도 있어야 돼요. 잠시 가던 길 잃었다고 무어 그리 조급할게 있겠습니까.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언제나 너무 일찍 도착했으나 꽃 한 송이 피우지 못했습니다.

 

쉬는 게 노동이란 걸 사람들이 잘 몰라요. 잘 쉬면 머리가 더 맑아지고 더 잘 보이거든요.

오늘이 불안하니까 내일이 저당 잡혀요. 오늘이 불안하니까 계속 내일만 행복할 거 생각해요.

그것에 준비를 다 해. 오늘은 맨 날 불안해요. 그러니까 맨 날 오늘도 시원찮고 내일도 시원찮고...

 

부부간이라도 네팔 네가 흔들고 내팔 내가 흔들어야지, 네팔 내가 대신 어떻게 흔들어 주느냐 이거예요.

당신도 당신위해 철저히 사는 대신 나는 당신 때문에 당신만 보고 살았어요. 이거 엄청나게 멍청한 짓이에요. 이거 평생 싸움만 되지 서로 좋은 관계가 될 수 없어요. 나 때문에 희생했다고 자꾸 우기면 상대는 나는 너 때문에 그랬어 서로 싸우다가 하루도 잠잠할 날이 없어요. 부부사이가 좋을 일이 없어요.

 

 

 

안개구름이라는 정서상으로 슬픈 기운너머에 파랗게 별이 박혀있다는 것, 우리 삶은 이렇게 두 가지 얼굴이 있거든요. 그걸 동시에 보여주는 게 좋더라고요. 야생화도 꽃이고 별도 우주의 꽃이고 지구도 그 꽃 중의 하나고 사람도 꽃이잖아요.

 

 

 

외로움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이 불행해요. 외로운 것을 인정하고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도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혼자 있는 시간도 스스로 해결을 못하면 남하고 같이 있는 시간도 해결 못 할거 란 생각을 일찍부터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