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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세 청년의 독립 선언

백수.白水 2015. 12. 2. 13:29

시간이 맞으면 가끔씩 보게 되는 KBS 1TV사람과 사람들(매주 수요일)’ 박상설 옹(88)의 한마디 한마디에서 오는 울림이 크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 것이다. 울고불고 난리칠 것 없다. 나는 걷다가 산에 나를 버리겠다. 그런 줄 알고 나를 찾지 마라. 그러고 해외로 떠났다.

 

아들딸은 내 소유가 아니다. 생일날에 나를 보러 와라? 생일날에 왜 나를 보러와. 그 대신 잘 살면 되는 거지. 그날은 배낭 메고 나 혼자 걷는 거지.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가장 중요한건 가족들하고 자주 자연에 나가는 것이다. 그것만이 답이다. 인생이 여행이라면 종착지는 자연이다.

 

아비지 돌아가시고 나면 나는 어찌 하냐는 딸의 말에, 저기 풀숲 길옆의 들국화를 봐라. 거기에 아빠가 가장 좋아하는 들국화가 피어 있다. 그걸 보고 나 한번 기억해주면 나는 그걸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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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kbs.co.kr/1tv/sisa/andpeople/view/vod/index.html

방송일시 : 2015114일 수요일 저녁 730

 




 

30년 전 죽음의 문턱에서 가족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하고 홀로 길을 나선 88세 박상설 옹. 새로운 것을 보기 위해 오늘도 자신만의 길을 걷는 그를 만나본다. 백세시대가 모두에게 축복만은 아니다. 은퇴 후에도 수 십 년이나 남아 있을 시간 앞에서 많은 이들은 불안하고 막막하다. 삶의 여분이 아닌 알짜배기를 살고 있는 오지탐험가 박상설 옹(88) 30년 전 가족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하고 왕성한 현역으로 활동하는 88세 청년의 인생 3막을 들여다본다.

 

 

 

나는 나대로 살고, 너는 너대로 살고

 

가을이면 러시아에서 날아온, 톨스토이가 봤을지도 모를 기러기 떼를 만나기 위해 빈 들녘을 헤매는 박상설 옹. 그는 30년 전 집을 나와 혼자 살고 있다. 아내와 자식들이 어디서 살고 있는 지도 모른다는 그는 김치며 식혜도 담가먹고 모든 의식주를 혼자 해결한다. 걸을 수 없을 만큼 아파도 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혼자 견뎌낸다. 그에게는 매순간이, 자신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실험이다.

 

 

산에 나를 버리니, 산이 나를 살렸다

 

가족 부양의 의무를 다한 후에는 혼자 살겠다는 것은 그가 젊어서부터 세운 인생 계획이었다. 그 계획을 실행에 옮긴 계기는 30년 전 찾아온 뇌졸중이었다. 건설업체 중역으로서 일밖에 모르고 살던 중 맞닥뜨린 죽음의 문턱 치료방법은 없고, 1년을 넘기기 힘들다는 의사의 진단. 그는 가족에게 짐이 되기 싫었다.

환자로 죽지 않고 여행자로서 걷다가 죽겠다는 각오로 집을 나와 2년 간 정처 없이 방랑했다. 그리고 기적처럼 지금까지 살아있다.

 

 

인생은 꿈을 쫓아가는 여로

 

강원도 오대산 자락 600미터 고지에 그의 주말농원이 있다. 노지에 서 있는 비닐하우스, 그는 주말농장 1세대다. 치열한 직장인으로 살던 50년 전, 늘 자연을 꿈꿨고, 숨 쉴 구멍을 찾아 주말농장을 만들었다. 자연에서 체험한 것들을 글로 써내려갔고, 뜻을 같이 하는 이들이 알음알음으로 찾아와 그의 캠프 동지가 됐다.

 

 

 

오늘은 내일보다 젊다

 

그는 날마다 시력을 잃어가고 있다. 눈의 망막 중심부 황반부에 변성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아무것도 못 보게 될 지도 모르지만 그 순간이 온다고 해도 그는 걷겠다고 얘기한다.

남들이 닦아놓은 길이 아닌, 막힌 길을 뚫고 넘어 만든 길 위에서 새로운 것을 보기 위해 그는 오늘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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