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렇게 내려가다 그만 멈춰버렸다.
멀리 보이는 군 초소, 오른쪽 둑에 올라서면 바로 철책이 보인다
트랙터 바퀴가 웬만한 사람 키만큼이나 크다.
그야말로 청정지역에서 잡은 자연산
쓴나물(고들빼기)
곰보배추, 기관지에 좋다고..
도로에서 바라본 고구려 城인 호로고루, 산처럼 생겼으니 사람들이 재미산(잣뫼, 城山)이라 했겠지..
어제, 긴팔 T셔츠가 부담스러운 초여름 날씨.
점심 먹고 텃밭에 열무 씨를 뿌린 후 쉬는데
전에 살던 동네 맹사장이 집채만큼 덩치가 큰 트랙터를 몰고 들이 닥쳤다.
前方 민통선 안에 있는 논을 갈러 간단다.
갔다가 오는 길에 내가 농사지을 밭 500평을 갈아 주겠다고...
맹사장이 논을 갈 때 우리는 우렁이나 잡을 요량으로
군 초소에서 검문을 받고 같이 따라 들어갔다.
이북에서 공갈협박을 쳐대는 통에 검문검색과 경비가 삼엄하다.
그런데 시속40km 속도로 탱크처럼 달려갔던 트랙터
논에 들어서려는 순간 시동이 그만 멈춰버린다.
열을 받아서 그렇거니 생각하고 한참을 냉각시켰지만 여전히 안 걸린다.
농기계수리센터, 전화가 안 터져 한참동안 애를 쓰다가 간신히 연락이 됐는데
한 시간이 훨씬 지난 후에야 나타났다.
이것저것 점검하더니 연료에 문제가 있단다.
어제 주유소에서 경유를 넣었는데 경유에 석유가 섞여 연소가 안 된다는 것.
해결 방법은 기름 다 빼내고 새로 넣어야 한다네.
덩치가 커서 기름을 100리터도 더 먹는데 보통일이 아니다.
패트병에 기름을 받아 넣고 시내로 나와 다른 주유소 두 곳에 감정을 의뢰해보니
이구동성으로 석유 섞인 것이 맞는다는 말씀.
기름을 넣었던 주유소에 쫓아가서 항의를 했더니 적반하장.
석유가 섞이지 않은 경유가 맞다며 오히려 큰소리친다.
목소리 큰 내가 나서서 한참동안 서로 큰소리치며 싸웠지만 해결이 안 된다.
결국 시청에 찾아가서 성분분석을 의뢰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거야 정말, 일진이 사나우니 일이 이렇게 꼬이네.
기계 수리하는 동안 나는 우렁을 잡고 아내는 나물을 캐고...
푹푹 빠지는 수로, 발레선수다리 찢듯,
두 다리 벌려 양쪽 둑에 걸치고 우렁이 꽤나 많이 잡았다.
어제의 열기를 식히려는 듯 아침부터 또 비가 내리고
동네고샅 앵두와 자두나무, 연분홍 꽃잎이 하나둘 흩날려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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