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국시대 사상가인 장자(莊子)는 당장 먹을 곡식이 없을 정도로 몹시 가난했다. 딱히 생각해도 굶주림을 벗어날 방법이 없었던 터라 그는 평상시 안면이 있던 감하후에게 약간의 곡식을 빌리러 갔다. 그의 사정을 들은 감하후는 거절할 수 없어 이렇게 말했다.
“며칠 후 받을 돈이 있는데, 그때 돈을 받으면 한 300금 정도는 꿔줄 수 있을 것 같네.”
그러자 장자는 안색을 바꾸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내가 여기 올 때 누군가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소. 뒤를 돌아보니 수레바퀴가 지나간 자리에 고인 물에 있던 붕어가 나에게 ‘어디서 한 말쯤 되는 물을 가져다가 나에게 부어줄 수 없겠소?’라고 말하더이다. 그래서 내가 말했소. ‘그래, 좋다. 내가 지금 월나라로 가서 서강(西江)의 물을 길어와 너에게 부어주겠다’라고 말이오. 그랬더니 붕어가 이렇게 말했소. ‘지금 당장 저에게 있어야 할 물이 없소이다. 단지 한 말이면 되는데 그렇게 말하니 저를 찾으려거든 건어물 가게로나 오십시오’라고.”
지금 당장 곤란한 사람에게 100의 도움을 주는 것과 그리 곤란하지 않는 사람에게 500의 도움을 주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비록 도움의 양은 500이 많겠지만 지금 당장 곤란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는 100의 도움이 더욱 체감지수가 높다는 이야기다. 동일한 노력으로 그 실질적인 투자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곤란을 겪고 있는 바로 그 순간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사람에 대한 당신의 투자가 ‘건어물 가게에 널려 있는 붕어 신세’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기’에 민감해야 한다. <이남훈 / 시기에 민감하라에서>
이른 아침, 마을회관의 스피커는 어버이날행사를 알리는 이장의 목소리를 몇 차례나 걸걸하게 쏟아낸다. 주민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는 60여 호의 시골동네, 청년 장년 노년층의 분포가 비슷한데 남녀노소 구별 없이 다 모인다. 농번기라서 새벽 5시쯤 부터 일을 시작하니 11시에 점심식사다.
부녀회에서 개를 잡고 닭을 삶아 정성껏 준비한 밥상. 잔칫날 온 가족이 한데 모여들 듯, 동네사람 모두모여 술도 마시고, 서로 안부도 묻고, 농사정보도 교환하며 즐거운 동네잔치를 벌였다. 아직도 농촌마을에서는 이렇게 미풍양속을 이어내리는 곳이 많다.
최소한의 버팀목으로 가장 안정적인 구조를 만들려면 지게처럼 세 다리가 필요하다. 고대에 祭器로 신성시하던 삼정(三鼎)은 다리가 셋이요, 나라도 두 나라로 갈라져 죽기 살기로 대립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세 나라(三國鼎立)가 서로 경쟁하며 견제하고 때로는 한 나라가 완충역할을 해줘야 좀 더 평화롭다.
우리네 가족도 좁게 보면 夫, 婦, 子息의 삼각구도요, 넓게 보면 父母, 夫婦, 子息의 三代구도 아닌가.
세 다리의 길이가 같아야 다복하고, 적어도 비슷해야 안정을 유지하는데 요즘은 그런 가정을 찾기 힘들다. 한 다리가 부러져 나가서 제대로 설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부모님이 이미 돌아 가셨거나, 자식이 없거나 없어졌거나, 아니면 본인이 잘못되어 祖孫가정이 되어 힘겹게 사는 가정도 많다.
그리고 다리가 짝짝인 경우는 얼마나 많은지? 제 다리 부러지는 줄 모르고 아들다리 키우기에 올인하는 사람들, 부모다리 닳고 닳아 몽달이 되고 녹슬어 부스러지는데 아들다리만 보이는 근시안들, 제 다리는 닳지 않고 늙어도 그대로 있을 줄 안다. 제 부모를 나 몰라라 방치하면서, 내리사랑을 쏟아 부으면 나중에 자식이 큰 효도할 걸로 생각한다면 천만의 말씀인거야. 몽매한 자들이여! 그 자식들도 에미애비 본 받아 제 자식만 내리사랑 할거 거든..
부모는 세월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시기에 민감하라.
부모님이 건어물시장의 붕어가 되었을 때, 그때서야 제사상에 올리며 회한의 눈물짓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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