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나이 예순아홉
임진강 넘나들며 세월을 낚고
꼬여버린 인생, 소주 한잔에 풀어 헤치며
예닐곱 세월 뛰어넘어 우정을 나누는 분.
기골이 장대하고 혈기왕성한데
역시나 왕년에 지방고등학교 기율부장이었단다.
일찌감치 서울로 올라와 돈 많이 벌어
살림집 딸린 조그마한 빌딩하나 서울에 있고
십여 년 전 농장을 마련해 주로 이곳에 거주한다.
胃에 조그마한 암이 생겨 수술 받으러 서울에 갔었는데
며칠 전 이곳에 나왔다며 전화가 왔다.
엊그제 이웃집과 옛 동네친구,
그리고 그분을 집으로 불러 콩국수로 점심식사를 했는데...
파리한 병색, 갑자기 깡마른 모습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위를 2/3나 잘라 냈단다.
저녁에 문병을 갔었는데 신세한탄에 숙연해진다.
아내와 작은 아들이 차로 모셔 왔는데
다 쫓아 서울로 보내고 혼자 있단다.
사십 넘어 결혼도 못한 딸년과 작은 아들.
그리고 사사건건 스트레스를 안겨주는 아내 때문에 자기가 이렇게 되었단다.
젊은 시절 고향집에서 2년 농사지은걸 갖고 지금껏 원한이 그리 많고
돈 잘 벌 때 둘째 자식인 자기가 아버지 병원비 감당한 것을 두고 지금도 씹는단다.
어렵게 살다가 죽은 동생, 옛날에 도와줬던 것도 시빗거리요.
사업할 때 술 먹고 다닌 것을 지금도 주문외우 듯 씨부린다고..
수술 받으러 세브란스병원에 가는 날
시간이 다 됐는데 마누라나 자식이나 병원 갈 생각을 않더란다.
참다못해 험한 욕하며 소리 지르니 그제야 둘이서 마지못해 나오더라고..
오직하면 애들이 사십이 넘도록 결혼을 못하냐며...
몇 차례 봤지만 내가 봐도 그 양반 말 그대로다.
그 마누라 틈만 나면 과거지사를 원한 가득히 씹어 돌린다.
같이 있으면 스트레스 받으니 이렇게 혼자 있노라고..
자기 아버지가 말씀하셨단다.
너는 마누라만 잘 얻었어도 크게 잘됐을 거라고
자기 같이 독한 사람이니 이나마 버티며 사노라고
이혼해야 되는데 아직도 자식 결혼을 못 시켜서 그도 못한다며
내가 봐도 그만한 남자가 없는데...
마누라도 아들도 똑똑하지 못하면 모두가 내 탓이니 가슴을 칠 일이지만
웬수요 남만지도 못한 것. 어쩐다냐, 이 나이 먹어서..
저녁 때 한번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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