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어쩐다냐? 이제와서 이 일을...

백수.白水 2012. 5. 6. 12:42

금년 나이 예순아홉

임진강 넘나들며 세월을 낚고

꼬여버린 인생, 소주 한잔에 풀어 헤치며

예닐곱 세월 뛰어넘어 우정을 나누는 분.

 

기골이 장대하고 혈기왕성한데

역시나 왕년에 지방고등학교 기율부장이었단다.

일찌감치 서울로 올라와 돈 많이 벌어

살림집 딸린 조그마한 빌딩하나 서울에 있고

십여 년 전 농장을 마련해 주로 이곳에 거주한다.

 

에 조그마한 암이 생겨 수술 받으러 서울에 갔었는데

며칠 전 이곳에 나왔다며 전화가 왔다.

엊그제 이웃집과 옛 동네친구,

그리고 그분을 집으로 불러 콩국수로 점심식사를 했는데...

파리한 병색, 갑자기 깡마른 모습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위를 2/3나 잘라 냈단다.

 

저녁에 문병을 갔었는데 신세한탄에 숙연해진다.

아내와 작은 아들이 차로 모셔 왔는데

다 쫓아 서울로 보내고 혼자 있단다.

사십 넘어 결혼도 못한 딸년과 작은 아들.

그리고 사사건건 스트레스를 안겨주는 아내 때문에 자기가 이렇게 되었단다.

 

젊은 시절 고향집에서 2년 농사지은걸 갖고 지금껏 원한이 그리 많고

돈 잘 벌 때 둘째 자식인 자기가 아버지 병원비 감당한 것을 두고 지금도 씹는단다.

어렵게 살다가 죽은 동생, 옛날에 도와줬던 것도 시빗거리요.

사업할 때 술 먹고 다닌 것을 지금도 주문외우 듯 씨부린다고..

수술 받으러 세브란스병원에 가는 날

시간이 다 됐는데 마누라나 자식이나 병원 갈 생각을 않더란다.

참다못해 험한 욕하며 소리 지르니 그제야 둘이서 마지못해 나오더라고..

오직하면 애들이 사십이 넘도록 결혼을 못하냐며...

 

몇 차례 봤지만 내가 봐도 그 양반 말 그대로다.

그 마누라 틈만 나면 과거지사를 원한 가득히 씹어 돌린다.

같이 있으면 스트레스 받으니 이렇게 혼자 있노라고..

자기 아버지가 말씀하셨단다.

너는 마누라만 잘 얻었어도 크게 잘됐을 거라고

자기 같이 독한 사람이니 이나마 버티며 사노라고

이혼해야 되는데 아직도 자식 결혼을 못 시켜서 그도 못한다며

 

내가 봐도 그만한 남자가 없는데...

마누라도 아들도 똑똑하지 못하면 모두가 내 탓이니 가슴을 칠 일이지만

웬수요 남만지도 못한 것. 어쩐다냐, 이 나이 먹어서..

저녁 때 한번 다녀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