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똥장군을 지고도 이념이 있어야 여유롭다고...

백수.白水 2012. 6. 3. 11:01

북한 대부분 지방이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특히 평양과 해주 등 북한 서해안 지방은 5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어 심각한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는 것, 426일 이후 지금까지 평양의 강우량이 2밀리미터, 해주는 5밀리미터, 신의주는 1밀리미터에 지나지 않으니 그 피해정도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맑은 날이면 멀리 송악산이 보이는 이곳은 예전엔 개성에 인접된 장단군이었다. 개성인삼의 주산지요 이곳에서 나오는 콩이 장단콩으로 기상정보도 개성지방의 예보가 잘 들어맞는 편이다. 북한지방보다는 심각하지 않지만 이곳도 날이 많이 가물다. 모내기는 이미 끝났고 527일 내려준 단비 덕분에 일찍 심어야 될 밭작물들은 다 심었지만 6월 들어와 심어야 될 서리태나 팥 녹두 등 잡곡을 심기에는 땅이 너무 푸석거린다.

 

명나라 말기에 지어진 요재지이(聊齋志異)란 책에 나오는 이야기 세상은 정의대로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불합리한 운명의 장난이라는 것이 꼭 따르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렇게 세상은 7의 불합리가 지배하고 있으나 3의 이치가 행해지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그래서 옛 선조들은 농사도 7은 하늘이 짓고 3은 사람이 짓는다고 했고 아무리 풍년이 들어도 풍년이라고 말하지 않았던 이유도 오랜 시련 끝에 터득한 자연에 대한 겸허였던 것이라 한다.

 

예나 지금이나 한 나라의 지도자가 지향해야 될 국정의 최우선 지표는 백성의 배를 채워주는 것. 그 다음에 이념도 있고 사상도 있고 인권이 있는 것 아니겠는가?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식량부족으로 고난의 행군을 이어가던 북한, 이제는 세계적으로 고립되어 식량지원을 받지도 못하고 아사자가 속출하는 판에 지금 같은 가뭄이 지속된다면 식량난은 최악으로 치달을 것이 불 보듯 뻔하다. 하늘이 도와주지 않으면 백성의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해서 3의 이치에 올인해야 함에도 새로운 정권 역시 엉뚱한 일에 몰두하고 있다.

 

남한의 종북주사파들의 행태는 더욱 한심하다. 內在的 接近 좋아하고 있네. 백성들은 굶어서 죽고, 수용소에서 끌려가 맞아 죽고 있는데 그런 일들은 어버이 수령님의 교시이니 당연하다는 말인가? 탈북 시인 장진성의 말에 귀를 기울여 봐라. 통일 상대로서 북한 체제를 인정하는 것이 내재적 접근법이라면 북핵, 3대 세습, 인권 유린과 같은 북한에 현존하는 내재적 악습들도 우리가 인정해줘야 하는가. 북한은 백주에 우리 땅을 향해 대포를 쏘는데 우리는 그쪽에 대고 나쁜 것을 나쁘다고 말도 못하는 것이 내재적 접근법인가?”

 

비가 내려줘야 좋은 날인데 오늘도 날이 화창하다. 아내는 친척 결혼식 때문에 지방에 내려갔다. 내려간 김에 손자들도 볼 겸 23일의 일정이다. 둘이 같이 있다고 내가 구속감을 느끼거나 불편을 느끼지도 않지만 가끔씩 혼자 남겨졌을 때 나는 무한한 자유와 해방감을 느낀다. 먹을 것 챙겨놓지 않아도 내가 알아서 잘 해먹지만 제대로 챙겨먹지 않을까봐 걱정이 되는지 삼계탕을 끓여놓고 밥을 여섯 그릇 따로 담아 냉장고에 넣어놓고 갔다.

 

어느 글에 이념이 있기에 행동하는 거고, 똥장군을 지고도 이념이 있어야 여유롭다고 했다.

밭농사라야 고작 500평이니 내가 매달려 전력을 기울일 만큼의 일이 아니다. 거의 놀아가면서 때 되면 심고 드문드문 관리하고 나중에 거두면 된다. 내가 이 일을 선택하지 않았으면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생각하니 아찔하다. 이른 아침, 자전거를 타고 찬 공기 맞으며 밭으로 나갈 때 느끼는 상쾌함이 좋고, 지금까지 살면서 눈여겨보지 못했던 자연의 이치와 작용을 알아가는 것도 큰 재미다. 더위를 피해 절간 같이 조용한 방에 앉아 글을 읽고 쓰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진 것도 예전에 없던 행복이고...치열한 생존경쟁의 현장을 매일 대하지 않아도 되니 마음 편하고, 순박한 이웃들과 이해 관계없이 그저 오감에 어린 날 고향의 정을 느끼며 산다. 곁에서 밥해주고 빨래해주고 나들이 할 때 운전을 도맡아 해주는 아내가 있으니 편하고, 내가 하고 싶었던 일에 푹 빠질 수 있으니 참으로 여유롭다.

 

 

521일 포트에 파종한 서리태. 비를 기다리고 있으나 소식이 없으니, 화요일 날 옮겨 심고 물을 줘야겠다.

525일 심은 흰콩. 새가 파먹지 말라고 빨강 물을 들였다.

그런데도 비둘기가 머리를 쪼아서 부러뜨린 곳이 많다. 꼭 아침 식전에 파먹는다.

아침에 우는 새는 배가고파서 울고요 저녁에 우는 새는 님이 그리워 운다는 노래.

그래 맞다. 배고 고파서 파먹는 거다. 까치는 길조요, 비둘기는 평화의 상징이라 하는데

농사군 입장에서 보면 둘 다 흉조다. 그러나 같이 먹고 살아감이 자연의 이치라...

역시 525일 심은 참깨. 그 작은 씨앗에서 나온 새싹이 비를 맞고 굳어져 딱딱한 흙을 밀어 올렸다. 땅이 갈라져 생명의 길을 터주는 것이다. 하늘은 重力으로 누르고 땅은 반작용으로 하늘로 밀어 올리는 것 같기도...

 

참외

땅콩과 오른 쪽은 옥수수

빈 자리에 서리태를 이식하고, 6월 중순경에 팥과 녹두 그리고 들깨를 이식하면 된다.

고구마

단호박과 일반호박

수박

 

고구마 밭 왼쪽으로 보이는 것이 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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