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저녁, 밝은 달빛 아래 마당평상에 모기장을 쳐 놓고 잠을 자는데 갑자기 찻소리가 나며 헤드라이트불빛이 비춰진다. 옆집의 젊은 아기엄마 두 사람이 어디서 더위를 피해 밤드리 술을 마시고 노닐다가 그제사 들어오는가 보다. 주차를 하며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새벽2시에 잠이 깨고 말았다.
다시 잠들기 난망한일, 털고 일어나서 새벽3시에 출발했다.
옥수수를 좋아하는 고향친구가 살고 있는 여의도시범아파트 까지 80km, 4시에 도착해서 옥수수와 가지, 그리고 오이고추와 단호박이 담긴 포대자루를 경비실에 맡기고, 그곳에서 100km의 길을 달려 5시 반쯤에 천안에 도착했다.
한 하늘에 해와 달이 같이 뜨지 않는 법,
앞산 저 너머 여명을 여는 태양이 힘찬 기운으로 동쪽하늘 붉게 물들이고, 밤새 그리도 고왔던 보름달을 희부옇게 탈색시켜 서산너머로 밀어내 버린다. 온종일 폭염에 지쳐 늘어졌던 천지간의 하루가 새벽의 푸른 하늘, 고운 구름, 시원하게 일렁이는 바람으로 다시기력을 회복해 시작되는 것이다.
한숨 늘어지게 자고나니 전화가 오기 시작한다.
새벽에 전화를 받지 않던 여의도친구는 왜 꼭두새벽에 전화를 했느냐고? 무슨 일이 있느냐고 따지고...
우진네는 아침밥먹자마자 산 계곡으로 찾아들었는데 시원하고 경치가 좋다고 올라오거든 매일 찾아가잖다.
옛 동네 돼지농장의 이사장, 말복 날 친한 사람들 계곡으로 불러 복달임하려고 내가 똥개 한 마리 구해서 그 집 개장에 맡겨 놓았는데 아침에 사료주려고 가보니 다른 개는 멀쩡한데 그 개가 죽었단다. 가정집에서 기르던 개였으니 더위에 약해서 그런 것 같다고, 그 개가 없어 졌으니 어찌한다? 그농장 개라도 잡아야지...
흔히 피서(避暑)라는 말은 많이 쓰지만 피한(避寒)이라는 말은 별로 쓰지 않는다. 추위는 버텨내고 더위는 피해야 될 모양이다. 여기서 잘 버티다가 올라가면 매일 도시락 싸들고 계곡에 들어가서 발 담그고 책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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