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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답벌과 어유지리 용못

백수.白水 2013. 5. 26. 20:59

 

 

 

계곡물이나 강물이 흘러 내려오다가 만들어낸 깊게 파인 물웅덩이를 소()라하고, 특히 폭포수가 떨어지는 곳에 생긴 깊은 웅덩이를 용소(龍沼)라고 한다. 물이 소용돌이치는 이런 곳을 어릴 때 우리는라 불렀다.

우리나라 어느 곳을 가던지 소(: 혹은 못)가 없는 곳이 없고, 에는 반드시 천 년 묵은 이무기가 용이 되어 하늘로 날아올라 갔다거나, 그 못 안에는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가 살고 있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뱀이 오래도록 수행을 해서 도를 이루면 승천하여 용이 되고, 승천하지 못하면 이무기가 된다고 했다.

()을 우리말로 미르라 하고, ‘이무기는 한자로 리()라고 쓰는데 용이 되지못했다고 해서이시미라 부르다가 나중에이무기로 바뀌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이무기는 보통 커다란 구렁이와 같은 모습으로 상정(想定)된다.

 

파주시 적성면 임진강가에 어유지리(魚游池里)라는 아름다운 이름의 마을이 있다.

어유지리의 용못에 살던 이무기를 고기에 비유하여, 물고기가 노니는 못이라는 의미로 어유지(魚游池)라고 했다고 전한다. 그러나 여지도서(輿地圖書: 1757<영조 33>1765년에 각 읍에서 편찬한 읍지를 모아 成冊한 전국 邑誌)에는 어여지(魚餘地)라 나오니 더 깊은 由來는 알 수가 없다.

 

임진강의 발원지인 법동군 지역, 임진강 최상류에도 어유리가 있다. 강물이 흐르듯 지명도 함께 따라 흐르는 것, 地名은 어느 한곳에만 유일하게 영구불변 고착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새로운 땅을 찾아 이동정착하면서 옛 고향땅과 비슷한 지형지물에 그 이름을 붙이게 되니 북에도 남에도 이곳저곳에 같은 이름이 여럿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이무기가 살았다는 용못은 어디에 있을까? 어유지리에는 용못이 없다. 용못을 찾아가려면 368번 도로의 어유2리마을회관앞에서 어못내길을 타고, 쭉 동네 안으로 들어가서 동네 뒷산을 넘어야 한다.

 

 

고갯마루에 오르면 서낭당고개가 나오고 이곳에 적성면 어유지리와 전곡읍 마포리의 경계표시가 있다.

조금만 내려가면 눈앞으로 어마어마하게 넓은 벌판이 펼쳐지는데 이곳이 바로 마포리의꽃답벌이다.

 

 

홍수가 나면 한탄강과 임진강은 합수머리에서 세차게 부딪히면서 위에서 떠내려 온 모래와 자갈을 한쪽으로 밀어붙이게 되니 도감포에서 마개나루까지 의 남쪽에는 엄청난 퇴적층이 쌓였다. 마포리는 본래 임진강에 마개(馬浦)나루가 있어서 마포리라 하였는데, 현재는 행정리만 존재하고 전 지역이 주민 입주지역이다.

 

내가 구글의 위성지도로 추정해보건대 꽃답벌은 도감포 북쪽으로 넓게 펼쳐진 화진벌(禾津坪; 군남면 남계리는 본래 마전군 화진면 지역으로, 남계리와 황지리에 펼쳐져 있는 넓은 들판)보다는 좁지만, 강 건너동이리 벌판과 넓이가 비슷해 보인다. 20만평쯤 될까? 개간해서 농지를 조성하면 참 좋겠다.

 

임진강은 멀리 도감포로부터 꽃답벌 뒤쪽으로 미산면 동이리와 경계를 그으며 삼화리의 당포성 쪽으로 흘러내리는데 이 일대의 임진강을 일러 호구협이라고 한다.

 

 

이곳은 ‘썩은소도감포의 중간쯤 되는 곳의 꽃답벌로 어유지리의 어못내길이 이렇게 강물 앞에 와서 멈춘다.

 

예전에 '마개나루'가 있었고, 후에 마포교(馬浦橋: 마포리에서 미산면 동이리로 통하는 콘크리트 다리)가 놓였던 자리다.  마포교는 2002.8.4 ∼ 8.7까지 계속된 집중호우로 교량접속부분이 유실되어 철거 되었다. 강을 건너서 고개를 넘으면 동이리마을회관이 나온다.

 

마주보고 있는 두 마을의 지명유래를 보면, [마포리]에서는 "마포교(馬浦橋), 마개 : 마포리에서 미산면 동이리로 통하는 콘크리트 다리. 예전에는 나루가 있었다."하고, [동이리]는 "말여울[馬灘] : 부개골 앞에 있는 임진강 여울로 전곡읍 마포리와 연결되는 마포교가 있었다고 나온다"고 되어 있다.

 

말여울  · 마탄(馬灘) · 마개 · 마포교로 불려왔음을 알 수 있다.

 

철거되기 전의 마포교

 

 

서낭당고갯마루에서 조금 내려오면 길 왼쪽에 조그마한 못이 하나 있는데 가끔씩 낚시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작은 연못과 50여m의 거리, 꽃답벌로 내려서자마자 바로 왼쪽에 용못이 나온다. 이 지역은 행정구역상

전곡읍 마포리인데 웬일인지 사람들은 이 못을 어유지리 용못이라고 부른다. 옛일을 확인하기 어렵다. 

 

 

용못(龍淵)은 꽃답벌 서쪽에 있는 못으로 이무기가 살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명주실 한 꾸러미가 다 들어가고도 모자라는 깊이라 한다.

 

호구협과 썩은소

 

 

주상절리석벽 앞이 '썩은소'다. 썩은소(朽淵, 朽斤渡, 腐淵江)동이리반도 남쪽, 미강서원지 앞에 있는 임진강의 큰 소로, 고려가 멸망한 뒤 고려왕들의 위패를 실은 배가 임진강을 거슬러 올라와 이 곳에 멈추어서 쇠밧줄로 정박시켰다고 한다. 그런데 다음 날 쇠밧줄은 썩고 배는 아미리 잠두봉 아래로 떠내려가 있어서 쇠밧줄이 썩은 소라고 해서 썩은소라고 이름하였다고 한다. 한국전쟁 전에는 마포리로 건너다니던 나루가 있었다.

 

 

현무암 절벽, 이곳에서는 선캄브리아시대의 변성퇴적암위에 미고결퇴적층(백의리층)이 있고, 그 위에 제4기의 한탄강 현무암이 몇 개의 용암단위를 이루며 부정합으로 덮고 있다. 용암층의 하부에는 판상절리가, 바로 그 위에는 방사상절리가, 그리고 중부 및 상부에는 주상절리가 잘 발달되어 있다.

 

 

꽃답벌 서쪽에서 멀리 하류의 당포성이 보인다. 이곳에서 상류쪽인 도감포까지를 호구협(壺口峽)이라 했다.

 

당포성에서 호구협을 찍었다. 연무로 시야가 너무 흐린 날이라서...

 

도감포(都監浦, 陶哥湄, 陶家湄, 甕岩灘)는 남계리 남쪽, 임진강과 한탄강이 합류하는 곳에 있던 포구 마을로 옛 지리지나 여러 기행문에 보면,  이곳 합수머리에서 임진강을 따라 전곡읍 마포리 지역에 넓게 펼쳐진 꽃답벌 미산면 동이리 썩은소 앞의 강폭이 좁아지는 지점까지의 지형이 항아리의 형태와 닮았다 하여 ‘독안이[壺內]' 또는  호구협(壺口峽)이라는 명칭으로 불리워졌다고 한다.

 

 

이곳이 합수지점인 '도감포'이고, 오른쪽 둔덕을 된버지라 한다.

 

도감포 남쪽의 둔덕인 '된버지' 아래의 현무암 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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