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동막리’나 ‘동막골’이라는 동네가 많다. 특히 돌을 캐던 채석장이 있던 동네에 이런 이름을 많이 붙였는데, 동네 뒷산이 돌로 막혀있다 하여 ‘돌막’으로 부르던 것을 한자를 빌려 적을 때 東幕(동막)으로 적은 것이다. 내 고향인 금산군의 진산면에 석막리(石幕里)라는 마을이 있다. 원래 돌이 많은 산간마을로 돌이 병풍처럼 둘러있다 하여 ‘돌매기’나 ‘돌막’으로 불렀으나 한자로 적으면서 ‘돌’을 ‘石’으로 바꿔 ‘石幕里’가 된 것이다.
동막리 풍혈(風穴)은 연천읍 동막리 계곡 중간 즉 성산 남서릉 북사면 하단부의 바위굴이다. 성산(城山·520m)은 연천역에서 동쪽 직선거리로 약 4㎞거리에 있는 동막리 동막 계곡 동쪽에 병풍을 두른 듯 솟아 있는 산이다. GPS로 풍혈이 나오지 않으면 동막계곡을 입력한 후 천천히 달리다 보면 동막계곡 입구 직전에 안내판이 보인다.
풍혈 안내판을 보고 철로 된 조그마한 다리를 건너면 화장실이 있고 다소 급경사로 보이는 오르막길 소로가 나온다. 일반적으로 명승지 입구에 화장실이 있다는 것은 산세가 험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겁내지 말고 직진하기 바란다. 풍혈은 예상보다도 가까운 곳에 있어 화장실로부터 거리는 무려 50m(?)나 된다. 깊이 16m, 높이 2.2m의 천연동굴인데 7, 8월 여름철에도 얼음이 녹지 않을 정도로 찬 공기가 흘러나온다. 풍혈은 두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풍혈 입구는 상단부에 있고 하단부의 벽면에서도 바람이 불어오며 여름철에도 두 곳 모두 얼음이 얼어있음을 볼 수 있다.
피서지로 적합한 거리지만 상단부는 휴식할 장소가 없고 하단부 근처 공터는 장소가 협소해 10명 정도 앉을 수 있다. 연천군의 풍혈 안내판에는 일제강점기 때 냉동시설이 불비하여 이곳에다 잠종(蠶種) 1,000여 매를 저장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풍혈이 숨겨져 있는 성산 자체만 보면 나무들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어 풍혈이 있을 장소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곳에 왜 풍혈이 있는가라는 질문의 정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풍혈 옆에 크고 작은 너덜층이 여러 개 있다. 지질학 교과서가 틀리지 않음을 다시금 알려준다. <이종호 박사의 과학유산답사기에서>
이런 곳이 너덜이다. 너덜은 너덜겅의 준말로 많은 돌들이 깔려 있는 산비탈을
가리키는 순수한 우리말이며, 영어로는 스토니 슬로프(stony slope)라고 한다.
첫눈이 펑펑 쏟아진다. 당분간 협곡 답사가 힘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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