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돌쩌귀와 추기경(樞機卿)

백수.白水 2014. 1. 18. 10:10

옛 관직 중에 요즘과는 달리 좀 특이하게 구성된 관직명이 있다.

내 고향 금산군은 진내군, 진례군, 진례현으로 불려오다가 고려 말에 금주(錦州)로 승격되었던 시절이 있었다. 錦州의 최고위직은 지사(知事) 금주지사인데 그 관직명을 지금주사(知錦州事)’라 하였다. 사이에 지역이름을 집어넣어 멋진 이름을 만든 것. 요즘의 도지사를 지경기사 지충청사 지강원사로 불러도 좋을듯하다.

 

우리 선조 중에 지중추부사(知中樞府事)라는 관직에 계셨던 분이 있다. 중추부(中樞府)는 조선시대의 관청으로 관장직무와 소임이 없는 (요즘으로 말하면 무임소) 문무당상관을 우대하기 위한 관청이었다. 관직명으로 領事(正一品) 判事(從一品) 知事(正二品) 同知事(從二品) 僉知事(첨지사,正三品)...가 있다. 요즘식으로 부르자면 중추부지사인데 이를 지중추부사라고 이름한 것이다.

 

중추(中樞)는 사물의 중심이 되는 중요한 부분이나 자리로 한가운데를 이른다. '너는 커서 나라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라'하는데 그러한 역할을 하는 기관이 중추기관(中樞機關)이다. 우리 몸 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器官(기관)中樞神經系(중추신경계) 또는 순환계중추기관(循環系中樞器官)등으로 器官(기관)이라고 쓴다.

 

자전에서 樞(지도리 추)는 지도리(돌쩌귀), 근원본질, 가장 중요한 부분, 관건(關鍵), 계기(契機), 고동(기계 장치), 天子의 지위,국가의 정권, 별 이름..이라 나온다.

 

 

지도리(돌쩌귀)는 옛날 초가집에서 창호지 바른 문짝을 달 때  많이 사용했는데, 문설주에 달아 여닫는 데 쓰는 두 개의 쇠붙이를 말한다. 암짝(아래)은 문설주에, 수짝(위)은 문짝에 박아 맞추어 꽂는다.

 

가톨릭서울대교구 추기경(樞機卿)에서 추기(樞機)는 중추기관(中樞機關)의 줄임말이며, (,벼슬)은 장관 이상의 벼슬, 長老에 대한 존칭, 임금이 신하를 부르는 말, 선생, 그대 등의 뜻이 있다.

 

-------------------------------------------------------------------------------------------

 

추기경의 추기(樞機) 뜻은?

 

사물의 핵심 의미… 중추가 되는 기관, 사람, 언행 일컬어


추기경(樞機卿)은 라틴어 카르디날리스(cardinalis)의 번역어다. 이는 경첩을 의미하는 라틴어 카르도(cardo)에서 파생했다. 문을 여닫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점에서 교회의 중추적 역할을 맡은 직위를 뜻하게 됐다고 한다.

한국과 중국에서는 이를 추기경으로 번역한다. 경(卿)은 황제를 측근에서 모시는 높은 벼슬을 뜻한다. 그렇다면 추기(樞機)는 무슨 뜻일까. 이 단어는 현대어에선 거의 쓰이지 않는다. 하지만 유교문화권에선 사용 빈도가 제법 높은 단어였다. 조선왕조실록에도 87회나 등장한다.

추(樞)는 ‘지도리 추’다. 문짝과 문설주를 연결하는 돌쩌귀(경첩)를 의미한다. 라틴어 카르도와 뜻이 통하는 단어다. 기(機)는 쇠뇌(弩·쇠로 된 발사장치가 달린 활)의 줄을 거는 걸개를 말한다. 둘을 합친 추기는 사물의 핵심적 요소를 뜻한다. 중추가 되는 기관(機關)이나 국가 중대 사안을 다루는 업무나 사람이라는 의미도 파생됐다. 문맥에 따라서는 언행이라는 뜻도 지닌다. 추기와 비슷한 단어로 추밀(樞密)과 중추(中樞)가 있다. 동양에선 국가 중대 사태와 관련한 기밀을 다루는 황제의 자문기관을 추밀원 또는 중추원이라고 불렀다. 고려시대 왕명의 출납과 군사 업무를 맡은 기관을 처음엔 중추원, 후대엔 추밀원으로 불렀다. 훗날 조선총독부의 자문기관 이름도 중추원이었다.

추기는 이 단어들보다 격이 한 단계 높다. 유교의 비조인 공자가 주역의 경문을 해석했다고 알려진 계사전(繫辭傳)에 나오는 “말과 행동은 군자의 추기다. 추기가 발하는 것이 영욕의 주요 요인이다(言行 君子之樞機. 樞機之發 榮辱之主也)”로 유명해진 어휘이기 때문이다. 조선 정종 때 권근의 상소문에 나오는 “인주(人主·임금)의 한 마음은 백성을 다스리는 본원이요, 하늘을 감동시키는 추기(樞機)이니, 바루지 않을 수 없습니다”라는 표현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이에 따르면 추기경은 곧 교황 언행의 담지자이자 교황의 영욕이 달린 존재다. 따라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새로 지명된 추기경들에게 서한을 보내 “겸손의 길을 걸은 예수의 모범을 뒤따라 달라”며 축하연 자제를 부탁한 것도 절로 이해가 된다. 현지 토착화를 통한 포교를 택한 가톨릭의 모범적 번역 사례라 할 만하다.

한편 추기경을 영어로는 카디널(cardinal)로 표기하는데 미국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팀명과 같다. 여기서 카디널은 북미에 서식하는 홍관조를 뜻한다. 이 새의 선홍색 빛깔이 유럽 이민자들의 눈에 추기경을 상징하는 선홍색 의상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동아일보 |
상식의 재구성>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경(雪景)  (0) 2014.01.20
족제비도 낯짝이 있다.  (0) 2014.01.19
한 많은 이 세상 야속한 님아!  (0) 2014.01.17
상처의 치유  (0) 2014.01.11
토종은 강하고 야생은 아름답다.  (0) 2014.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