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전원거(歸田園居) .... 시골에 돌아와 살며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전체는 되는대로

인문학에 길을

SNS 친구가 적다고요? 위축될 필요 없습니다

백수.白水 2011. 5. 5. 09:38

 

오늘은 어린이 날입니다.

길 건너 체험학교에 어린이와 부모들이 모여들고

학교주차장이 꽉 차니 맹사장 집 공터에 마련된 임시주차장으로

승용차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내일이 입하입니다.

이곳에서는 보통 입하가 지나야 노지작물을 심기 시작합니다.

입하가 지나야 냉해를 피할 수 있다는 나름의 경험이지요.

날이 일찍 밝으니 5시면 눈을 뜹니다.

밭 한 바퀴 돌아보고 닭장도 살펴보고 자전거로 학교 운동장을 수십 바퀴 돌았습니다.

사타구니가 아플 때까지 돌았습니다.

열심히 많이 타면 숨이 가쁘고 가슴이 답답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페달을 밟으면 밟을수록 가슴이 시원합니다.

그리고 아침식사 전까지 밭에서 풀을 뽑았지요.


우리가 살면서 구심력에 한 없이 끌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제는 감악산 정상에 올랐습니다.

우리 집이 성냥갑 만하게 보였습니다.

그런데 나는 그 조그마한 집 방 한쪽에서

컴퓨터에 앉아 소통을 위해 많은 시간을 집중한 적이 있습니다.

 

소통의 즐거움 뒤에 오는 부작용을 슬슬 실감했습니다.

그 세상에서도 희노애락의 감정이 싹트고.....

너무 중심을 향해 빠져들게 되더라는 얘기지요.

감각적인 소통 뒤에 허전함을 느끼게 되는 것은 

깊이 있는 사유가 소홀해진다는 점 입니다.


원심력의 필요성을 실감했습니다.

등산과 독서 같은 일들이 필요함을 느꼈습니다.

원심력은 자기 자신의 의지라 생각이 됩니다.

소통과 대화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때로는 전원을 끄고 길 떠나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구심력과 원심력 사이에서 중심을 잘 잡을 수 있는 지혜가 필요 합니다.

이제 골프연습장에 가서 공이나 힘차게 때리려구요.

 

모두 즐거운 하루 되시길요.

 

>>>>>>>>>>>>>>>>>>>>>>>>>>>>>>>>>>>>>>>>>>>>>>>>>>>>>>>>>>>>>>>>>>>>>>>>>>>>>>>>>>>>>>>>>>>>>>>>>>>>>

 

트위터 하세요? 팔로어(트위터에서 내 트윗을 받아보는 사람)는 몇 명인가요?

페이스북 하세요? 페이스북 친구는 많으신지요?

예전에 싸이월드가 유행일 때도 일촌 수는 얼마 되지 않으셨다고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시대입니다.

이 시대에 온라인 친구 수가 갖는 의미는 전과는 전혀 다릅니다.

이 수는 마치 현실세계의 친구 수와 같아서 온라인 친구가 많으면

술자리에도 더 많이 초대받고, 파티에도 더 자주 불려갑니다.

때로는 존경받기도 하고, 때로는 사회적 영향력도 발휘하게 됩니다.

그래서 팔로어도, 페이스북 친구도, 싸이월드 일촌도 적은 사람들은 점점 위축됩니다.

짐짓 “SNS 같은 건 시간낭비”라는 말도 해보고,

“난 가까운 사람들하고만 SNS를 하기 때문에 팔로어가 적은 건 당연해”라고 자기 위안도 하지만 사실 초라합니다.

너무 많은 댓글과 멘션과 담벼락 메시지로 정신없는 온라인 세계의 슈퍼스타들 앞에서 나는 보잘것없는 존재입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최근 나온 연구 결과는 페이스북 친구나 트위터 팔로어가 많다고 부러워할 것만은 아니라는 걸 입증했습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와 버몬트대의 연구진은 SNS 사용자를 면밀히 추적했습니다.

그랬더니 SNS를 통해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의 수가 ‘인지 욕구’에 중대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발견됐습니다.

인지 욕구란 심리학에서 사용하는 용어입니다.

 인지 욕구가 높은 사람일수록 논쟁이 벌어졌을 때 논리 자체에 관심을 둡니다.

올바른 주장을 펴는 사람을 지지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죠.

반면 인지 욕구가 낮은 이는 논쟁 참여자의 주변 요소에 영향을 받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논리보다는 잘생긴 사람, 신뢰할 만한 목소리를 가진 쪽의 주장에 더 귀를 기울입니다.

연구진은 SNS 사용자에 대한 관찰을 통해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관계를 맺는 사람이 많은 사용자일수록 인지 욕구가 낮다는 통계적 상관관계를 발견합니다.

바꿔 말하면 SNS를 적게 사용하는 사람들일수록 인지 욕구가 높아 생각이 깊고 고민이 많다는 겁니다.

또 SNS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대체로 ‘멀티태스커(multi-tasker)’였습니다.

한 번에 여러 일을 하고, 인터넷에서 보내는 시간도 많았습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이들로 하여금 한 가지 일에 천착하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인지 욕구가 자연스레 낮아질 수밖에 없던 것입니다.

SNS는 최근 들어 새로운 문명의 이기(利器)로 묘사됩니다.

기존 매체보다 빠르게 새 소식을 알려주기도 하고,

경청할 만한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전해주는 통로가 되기 때문입니다.

최근 오사마 빈라덴 사살 소식도 트위터가 가장 먼저 전했죠.

하지만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우리의 생각하는 능력을 발전시켜 주지는 못합니다.

친구들의 재잘거림(tweet)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좋지만 한 번쯤 노트북 뚜껑을 닫고,

전화기 전원을 끈 채 책 속으로 빠져들어 보는 건 어떨까요.

마침 책 읽기도 좋은 봄날이니까요.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