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장 담그기

백수.白水 2014. 2. 18. 19:12

금년에도 어김없이 216일 말날(馬日, 戊午)에 장을 담갔다.

장 담그기! 연례행사다. 2011년 다른 곳에서 살 때, 장담을 때 쓴 글을 끌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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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촌마을오두막에 우수가 찾아드니....

 

  2011.2.21()

어제 찍어서 블로그에 저장해 놓고, 이제 들어와서 농사일지를 쓴다 .

내가 다른 복은 몰라도 인복, 염복, 술목은 타고 난 사람이다. 11시쯤 나가서 산길을 걷고 있는데,

서울사는 시골 집안조카 한테서 점심이나 같이 먹자고 전화가 왔다. 이게 웬 떡이여!

오늘도 복이 술을 내려주는구먼.

차 끌고 돌아갈 사람인데 적성면 소재지에서 주거니 받거니 그 좋은 국순당막걸리 같이 마시고

술깨면 가라고 집에 데리고와 잡담 좀 하다가 보냈다.

글쓰고 있는데 건넌방에서 티비를 보고있던 마누라가 갑자기 달려왔다

옆 마을인 장현리에서 살인사건이 났다고, 뉴스에 나온다네...

죽은 사람은 농장을 하는 여잔데, 그 여자가 바람을 피운다고....내연관계에 있는 남자가 공기총으로 팍 쏴 죽였단다.

그 여자와 내통하는 남자까지 2명을 동시에... 옆에 있는 엉뚱한 두 사람은 머리에 총탄을 맞았다나?

 

우리집 닭장에는 장닭이 두마리. 장닭 한마리면 암컷 10마리이상 거뜬히 감당하는데 장닭을 두마리 넣었더니 초기에는 매일 아주 피터지게 서열 싸움을 하던데.. 지금은 싸움이 잦아들었지만 견제는 여전하다.

이거 서열 싸움여 뭐여. 이겼어도 이긴 놈 손에쥔게 없는데, 이건 좀 아리송하네 그려...에이 참. 그거....

 

입춘은 한해가 시작되는 날이고 우수가 되니 이곳 감악산아래 산촌마을에도 봄이 찾아들었다.

농촌에 살면서 새삼 느끼는 것은 24절기가 기가 막히게 들어맞는 다는 사실. 우수가 지난 어제 말날에 장을 담갔다.

 

우리 마누라, 시집온 후부터 지금까지 집에서 장(고추장, 된장, 간장)담그는 일을 한해도 거른 적이 없다.

작년 12월초 콩을 쑤어 메주를 만들고, 말리고, 띠우고, 담갔으니, 때가 되면 갈라서 익으면 먹을 일이다.

메주 만들어 건지 220일만인데 정해놓은 날이 없이 그저 적당한 시기에 적당히 감을 잡아 띠우고,

익으면 먹으니 참으로 신기하다. 적당이라? 보고 만져보면 감이 잡힌다니 도사다. 쑤고, 만들고, 말리고,

띠우고, 담그고, 가르고, 익히는 모든 과정을 모두 순수한 우리말로 이름 하니 참으로 정겨운 일이 아닌가.

 

그런데 다른 일은 적당히 해도 담그는 날만은 음력 정월 말날을 고집 한다.

왜 그래야 하나? 그런데 말날을 고수하는 것은 도시나 농촌, 젊으나 늙으나, 기독교신자나 불교신자나,

심지어 된장공장 까지도 다 똑 같으니 기묘한 일이다. ()날에 장을 담그어야 하는 이유?

동네 할머니에게 물어봐도 모른다.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검색해 보니 네 가지가 이유가 나온다.

 

1) “메주나 장 담그는 날을 중요시했다는 기록은 옛 문헌에도 나와 있습니다. 조선 명종 때 엮은 <고사촬요 攷事撮要>에는 장 담그기 좋은 날은 정묘일 丁卯日이며 신일 辛日은 피하라고 쓰여 있지요. <농가월령가>에도 장 담그는 날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이후 장은 정월에 12간지 중 말, 호랑이, 소 등 털 달린 짐승의 날 담그는 것이 좋으며 그중에 으뜸이 말날이라고 전해집니다. 굳이 말날을 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말의 피처럼 붉고 진하게 잘 우러나라는 주술적 의미와,‘맛있게되라는 발음과 비슷하기 때문이라는 두 가지 해석으로 풀이 합니다. 사시산요초에는 우수 때가 장 담그기가 좋다고 했고 오늘날까지 이시기가 가장 좋은 때로 여기고 있으며 이시기는 상고시대이후로 계속 지켜진다.

 

2) 동물 중에 피가 제일 붉은 말날에 장을 담그면 말의 핏빛처럼 장 빛깔이 진하고 맛이 달게 된다 ?

 

3) "늙은 말이 콩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속담처럼 말이 콩을 좋아하기 때문에 말날에 장을 담그면 맛있다는?

 

4) 또한 정월장을 담그어야 소금이 적게 들어가고 차가운 공기가 장을 맛나게 만든다 했다.

 

정월장이 소금 적게 들어가고 차가운 공기가 장을 맛있게 만든다는 말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과학적으로도 지당하다. 그런데 한 달에 12간지 중 말()이 들어가는 날은 딱 두번뿐인데, 왜 꼭 그날이라야만 된다는 것인가? 그 다음날 담그면 덧이 나나 왜 꼭 말날이냐구? 피가 붉은 동물이 어디 말뿐인가. 소도 돼지도 양도 다 붉은데.... 늙은 말이 콩을 좋아한다? 늙은 사람이 여자 밝히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인데 어찌 콩을 말만 좋아하나, 소도 돼지도 더더구나 염소는 더 좋아하는데....그러나 콩과 말의 불가분의 관계는 분명하게 있다.

이것이 아니고는 달리 설명이 않되는 딱 한 가지 사실. 그 사실을 밝혀 적는다.

 

기묘하고 에로틱해서 민망하지만 구전의 실체를 밝힌다는 사명감에서 믿으려면 믿고, 아니면 그만인, 그러나 나는 분명히 전해들은 사실을 이제 최종판으로 적는다. 고등학교 때 금산 읍내에 사는 친구들에게 들은 얘기다. 그때도 나는 지금처럼 시골마을에서 걸어서 읍내 학교에 다녔고.... 옛날 주요한 운송 및 교통수단은 말이다. 말이 수레를 끄니 마차라 했고...장날 짐을 싣고온 말은 짐을 내린 후, 마차에서 풀어내어 시장 한 곳에 쭈욱 매어놓았다고 한다. 소전(우시장)이 아니고 말들의 휴게소 쯤 된다.그런데 암수가 섞여있으니 갑자기 통하면 교미를 하는데 시장에 온 남녀노소 누구나 구경하느라 모여들어 에둘러 앉고, 콩 팔러온 아낙들은 콩 자루를 깔고 앉아 구경을 한단다. 그런데 동물 중에 오로지 말만 정배위(??? 나는 못 봤으니...) 자세를 취한다고 한다. 너무 리얼하여(http://www.youtube.com/watch?v=bIw3xOh0Wk0) 아주머니들 콩자루가 젖는 줄도 모를 수밖에...그래서 옛 어른들이 그랬다. 뭐 구경하다 콩자루 젖는지 모른다고...이것이 말과 콩의 불가분의 관계일 것이다.

 

 

살균 소독을 위해 짚을태워 연기로 소독하는 과정

 

겨우내 억눌렸던 배설의 욕구, 뜨거운 물 몇 바가지 퍼부으니 시원하게 쏫아진다. 정확하게 우수 다음 날에....

메주를 이렇게 곰팡이 꽃 잘피워 띠워낸다는 것은 가히 예술이다. 볼 줄아는 사람은 다 안다.

 

약수터 옆의 연못. 물고기도 봄을 즐긴다.

 

서울에서도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백학의 이름난 약수터. 높은 산에서 파이프관을 연결해

이 곳에 물이 모인다. 독에 메주를 넣고 정한수를 부었다. 모든게 정성 아닌가

 

참숯! 숯의 사명은 벌겋게 제 몸을 불사르는데 있다. 타다만 동강은 아무 소용이 없소이다.

 

 

사 랑

<홍난파 작곡 / 이은상 작사>

 

 

   탈 대로 다 타시오 타다 말진 부디 마소

타고 다시 타서 재 될 법은 하거니와
타다가 남은 동강은 쓸 곳이 없느니다


반 타고 꺼질진대 아예 타지 말으시오
차라리 아니 타고 생나무로 있으시오

탈진댄 재 그것조차 마저 탐이 옳으니다


 

 

참숯에 불을 붙여 벌겋게 탈 때 , 장독에 집어 넣는다. 이 것도 살균 효과.

 

고추는 붉으니 살균과 귀신 쫏는 효과. 대추는 단맛을, 깨는 고소한 맛을 내기위함인것 같다.

그런데 소야사랑한다 아주머니 왈 고추도 대추도 딱 다섯개만 넣으란다.

왜 꼭 5개냐고 하니, 웬래 그렇게 하는거여---

 

우리집 오리. 겨우내 알하나 낳지 않다가 이 무슨 조화속인가.

우수가 되니 알을 쏟아냈다.

얼마나 진통이 심하고 급하면 땅바닥에 저렇게...?

원래 오리는 땅바닥 아무데나 알을 낳는다.

 

내가 재현해낸 전통방식의 알낳는 둥지

 

옛 어른들의솜씨처럼 그런 매끈함이 없다. 그저 우물딱 주물딱.

 

닭 6마리, 오리 4마리. 4월달 까지만 완전자유를 허했다. 닭은 완전 순수혈통을 이어받은 토종닭.

작지만 새처럼 잘 날고 야생습성이 강해 풀어놓아야 제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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