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를 말함
사람들은 집을 지어 거기 깃들어 살고
죽어 그 집 끌고 저승길 가지 못해 집에서 죽지
물 같은 점액질의 달팽이는 스스로 짓는 집 한 채 없이
살면서 기와 한 장 올리지 못한 집 뒤집어쓰고
거기 깃들어 살지
더듬어 갈 곳이 어디 극락뿐이랴
그러다 죽으면 바람에 몸 녹이고
살던 집 텅텅 버려두어도
세간은커녕 아무도 깃들지 않아
사람으로 태어나
기어코 한 세상 잘 살자던 불면의 밤이야
차라리 마음마저 팽개치고 떠난 달팽이로
그냥 그렇게 꼬물거리며 살다 가겠네
내가 사는 집이 큰 집이다 작은 집이다 고대광실이다
탐낼 것 하나 없이 어느 날 내 꿈도
저리 맑은 바람 촛농처럼 녹아 버렸으면 좋겠네
죽은 자리에서 다시 태어나
기와 한 장 올리지 못한 집을 뒤집어쓰고서라도
또 그렇게 천천히 더듬어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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