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전원거(歸田園居) .... 시골에 돌아와 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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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에 길을

통찰에 이르는 개념파괴와 발상의 전환

백수.白水 2011. 2. 24. 17:31

2011.2.24(목) 농사일기 .

오늘은 아내가 고추장을 담는다.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글을 쓰다가 부르면 나가서 도와주고....

엿기름 불에 올려 삭히는 일이 오래 걸린다. 내 글은 다 끝났는데 밖에서는 아직도.... 

 

몇 일전 KBS 9시 스포츠뉴스

“골키퍼가 없는데도 골이 안 들어간다”는 좀 야살스런 자막이 뜨더니 이내 예쁘고 상냥한 엄지인 아나운서가 등장한다. “골키퍼 있다고 골이 안 들어가느냐고 하는데, 골키퍼가 있어도 골은 들어가고, 골키퍼가 없는데도 골이 안 들어갑니다. 자 보시죠.” 하더니 이내 유로FA축구대회(?)의 하이라이트 동영상이 몇 장면 소개되는데 정말 그랬다.

골키퍼가 공격에 가담했다가 복귀가 늦어 골문은 텅 비어있고 수비수의 저항이 없는데도 프리미어리그의 잘나가는 선수가 내지른 골이 그만 골대를 벗어나고 마는 그런 장면이 연이어 나온다. 곧 이어 철통같은 수비벽을 비집고 사각에서 때린 공은 모서리로 고무줄처럼 쭈욱 빨려 들어가고.... 그렇다 축구든 우리의 일상사든 반전에 묘미가 있고 해학이 있는 것이니 잘못하면 썰렁하고 민망스러울 수 있는 얘기도 이렇게 뒤집으면 재미있지 않은가? 우리네 일상에서 때로는 굳어져 버린 개념, 행동, 현상을 발견해서 이를 뒤집는 발상의 전환 즉 통찰이 필요한 것이다.

 

고대 유물에 청동세발솥이 있다. 한자로 직역하면 靑銅三鼎인데 고대 동양 사회에서 정(鼎)은 임금이 하늘에 지내는 제사에 사용되는 제기였다. 나라의 기틀을 상징하는 물건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 물건의 특징은 다리가 세 개라는 점이다. 물론 다리를 여러 개 만들 수도 있지만, 다리를 최소한으로 한 가장 안정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세 다리 중 하나만 부러지면 솥(나라의 기틀)은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큰 사찰의 일주문은 기술은 놀라운데 혹시 넘어지지 않을까 불안하고, 해변의 팔각정은 안전을 염려해서 팔각으로 만든 것은 아니다. 아름답게 보이려고 그러한 것이지....


정치구조도 삼권분립, 세 기관이 한 국가의 권력을 나누어 가지는 원리이니 마치 세발솥 같다. 세 기관이 상호 견제를 통해 나라의 균형을 맞추고 있는 상태인데 세 권력 중 어느 한 기관이라도 그 기능을 잃게 되면 나라가 위험에 빠진다.


역사시간에 배우지 않았나.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대립구도를 三國鼎立이라 하는데 세 나라가 솥의 세발처럼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는 남북 양자구도라서 합종연횡과 같은 타협이 잘 안되고 마주 보고 달리는 철로위의 기차처럼 아찔아찔한 대결양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고, 그렇다고 셋으로 갈라져야 좋다는 얘기가 아니라 다리가 두개면 셋보다 훨씬 불안정하다는 얘기다.

 

아무리 무거운 짐을 짊어졌다 하더라도 지게를 땅에 내리고, 약해 보이지만 Y자형 나무지게작대기 하나만 받히면 신통하게도 균형을 유지한다. 사람으로 치면 지게의 양다리는 男과 女요, Y자의 양 꼭지는 사랑과 믿음이며 이 두개의 머리가 합쳐서 지게작대기를 이루는데... 두 꼭지 중 하나라도 꺾이면 작대기는 튕겨 나가고, 지게는 두발로는 더 이상 지탱을 못하니 바지게에 담긴 계란은 한 순간에 와장창.... 그야말로 파경과 파탄을 부른다. 하기야 엉뚱한 놈 나타나서 잘 서있는 지게 작대기 걷어차 박살내는 경우도 있기는 하더구먼....


안정된 구도가 가장 편안하다. 그런데 편안함과 안정만을 추구하다보면 쉽게 무기력과 무사안일에 빠지게 되고 발전이 없다. 우리의 소원이 통일이니 어떻게든 변화를 주어 한나라로 만들어야 되지 않겠는가? 지게를 다시 지고 시장으로 향해야 되지 않겠는가? 그러기에 우리네 일상에도 변화와 개혁 역전과 반전이 필요한 것이다. 반전! 뒤집는다. 파전을 부칠 때도 뒤집어 줘야 제대로 익고, 장작불에 콩 다발 구워먹을 때도 한쪽을 다 먹으면 뒤집어야 새로운 먹을거리가 나온다.


역사를 가르치시던 이락희 교장선생님! 그 시절에는 중학교 교과서도 한글과 한자를 혼용했다. 수업시간에 6가야가 소재했던 한 지역의 한자를 몰라서 질문을 했더니 답을 해주셨는데 몇 일후 시험에서 그 것을 문제로 내주셨다. 내가 역사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바로 그 때부터다. 반골기질이 강하신 분인데 철모르는 중학생들을 앞에 두고 “역사란 저항의 피를 먹으며 발전하는 것”이라고 설파하시고 교지에도 그렇게 투고하셨다. 감이 잡힐 듯 말듯했지만 그 말은 몇 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 뇌리에 남아있고 나이를 먹어가며 더듬어보니 참으로 역사를 보는 안목이 탁월하셨다. 피의 역사, 저항, 멀리 보지 않더라도 자유를 갈망하는 이 나라의 4.19학생의거와 광주항쟁이 그러하고 이집트와 중동에서 벌어지는 피의 저항이 그러하지 아니한가.

 

어느 신혼부부가 있었다. 같은 대학을 나왔는데 여자가 선배였고 미모에 키가 크고 능력이 있어 남편보다 돈을 잘 버니 주도권은 항상 여자가 쥐고 산다. 남편은 착해서 귀엽기는 한데 키도 작고, 돈 벌이도 시원찮으니 항상 주눅이 들고, 싸움이 나기만 하면 네가 나보다 하나라도 잘나고, 잘하는 일 있으면 말해보라고 소리치는 아내의 기에 눌려, 늘 죽어지내니 인생이 고달프다. 그래도 남자의 자존심이라는게 있지 않은가?  어느 날 하루, 아내보다 잘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내고는 쾌재를 부르며 이내 도전장을 냈다.“내가 다른 것은 다 몰라도 오줌은 당신보다 높이 눌 수 있다. 해 볼래!” 그러니까 아내가 씨익 웃으며 하는 말“그래 해봐라”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남편은 용감하게 벽을 향해 온 힘으로 쏘아 올렸다. 그러고는 “당신 해봐 나를 이길 수 있는지.”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내가 물구나무를 서더니 여름철 시청 앞  분수대처럼 시원한 물줄기를 쏘아 올렸다. 아 이게 웬일..... 지금도 그 남편, 가정주부로 살고 있다. 


개념파괴. 발상의 전환. 뒤집어 보아야 새로운 것이 보인다.

나는 친절하게도 다른 방에 걸어 놓았던 글을 다시 아래에 옮긴다.

그렇게 무게만 잡지 말고 가끔은 물구나무도 서봐야지.

 

 

색깔 변하는 장미 만들 수 없을까?

 

개념파괴, 대박으로 가는 지름길

통찰에 이르는 방법을 이야기할 때 ‘스큐드(skewed)’라는 개념을 빼놓을 수 없다. 스큐드는 오랫동안 동일한 패턴이 이어지면서 어느 한쪽으로 굳어져 버린 개념, 행동, 현상 등을 의미한다. 누구나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은 스큐드를 보고도 무심코 스쳐 지나가곤 한다. 하지만 통찰은 바로 스큐드를 발견하고 이를 수정할 때 발생한다. 휴지통 외벽에 주름을 잡아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컴프레션 휴지통, 손가락을 집어넣을 수 있도록 중앙에 구멍을 낸 플러그 등은 모두 우리가 늘 지나치는 스큐드에 변화를 줌으로써 탄생했다.

통찰에 이르는 스큐드 활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크게 세 가지 정도로 구분할 수 있다. 바로 색상의 수정, 형태의 수정, 사이즈의 수정이다. 이 세 가지 기준을 활용하면 스큐드의 변화를 유도하는 게 한결 용이해진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 72호(2011년 1월 1일자)에 실린 스큐드 활용법을 소개한다.



어느 한쪽으로 굳어져버린 ‘스큐드(skewed)’를 통찰에 활용하려면 색상을 수정하거나 형태를 달리하거나 사이즈에 변화를 주면 된다. 바구니 모양 사옥(위), 컬러 장미(왼쪽 아래), 티컵 강아지는 각각 색상과 형태, 사이즈 스큐드에 변화를 줘 큰 호응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DBR 자료 사진

 

○ 색상의 수정

장미는 원래 빨간색이다. 장미의 빨간색은 열정과 아름다움을 상징해 예부터 남성이 여성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순간에 많이 사용돼 왔다. 그런데 수백 년간 오직 빨간 장미로만 고백하다 보니 재미가 없고 다소 진부해 보이기도 한다. 그에 따른 감동도 갈수록 약해져 가고 있다.
이것을 고민하던 한 장미 농원주가 장미의 색깔을 변화시켜 보기로 마음먹었다. 사랑을 고백하는 순간, 장미꽃에 입김을 ‘후’하고 불면 온도차에 따라 장미의 색깔이 변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미 시중에 나와 있는 온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컬러잉크를 활용한 아이디어였다.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자 이 농원주는 곧 파스텔 장미, 야광 장미, 황금 장미 등 온도와 빛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기능성 장미를 다양하게 내놓았다. 세계 특허까지 획득한 이 상품은 현재 일본, 싱가포르, 러시아 등에서 송이당 3000원 안팎으로 팔리고 있다. 일반 장미보다 4, 5배 비싸지만 주문이 계속 밀리고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컬러장미의 성공은 오랫동안 한쪽으로 쏠려 있는 장미 색상의 스큐드를 수정했기에 가능했다. 색상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소비자들의 주의를 끌고 호감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온도에 따라 색상이 변하는 벽지 역시 마찬가지다. 이 벽지는 라디에이터의 온도가 올라가면 특정 잉크가 칠해진 부분의 색상이 변한다. 꽃무늬로 변화할 수도 있고, 노란색 가로등으로도 바뀔 수 있고, 주황색 목도리로도 변하게 할 수 있다. 컬러장미처럼 온도 변화에 따라 색상이 변하는 컬러잉크를 활용해 만들어 낸 변화다.

○ 형태의 수정
어떤 대상이든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 일정한 형태의 스큐드를 가진다. 컴프레션 휴지통, 구멍이 뚫린 플러그 등은 모두 형태 스큐드의 수정을 통해 통찰을 이끌어 낸 사례다. 형태 스큐드의 수정을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예가 미국 수제 바구니 전문업체 롱거버거(Longaberger)의 본사 사옥이다. 미국 오하이오 주 작은 시골 마을인 드레스덴에 위치한 롱거버거 본사는 바구니 모양의 외관으로 유명하다. 심지어 이 회사 사옥을 보기 위해 일부러 찾아오는 관광객조차 있을 정도다.

롱거버거의 최고경영자(CEO)는 “어떻게 하면 회사의 이름과 이미지를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회사 사옥을 바구니 모양으로 만들기로 했다고 한다. 생각해 보자. 바구니 모양으로 사옥을 지으면 안 된다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이런 스타일의 건물을 짓겠다는 생각을 하기는 어렵다. 회사 건물에 대한 스큐드 때문이다. 놀라움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우리가 이미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비틀어질 때다. 그래서 형태의 수정은 쉽고 효과적인 아이디어의 도출 방법이 된다.

또 다른 예를 하나 더 들어보자. 우리는 대개 세로로 높게 세워 들고 다니는 형태의 여행용 가방에 익숙해 있다. 그러나 이런 형태의 가방은 무게중심이 높아 좌우의 균형을 맞추기 어렵고 가방 높이 때문에 그 위에 소형 가방을 얹고 다니기도 불편하다. 하지만 만약 손잡이를 빼서 꺾을 수 있게 만들어 준다면 어떨까. 훨씬 안정적이면서도 편하게 끌고 다닐 수 있는 여행용 가방이 된다. 이것은 절대 결핍의 발견과 스큐드 형태 변화의 합작품이다.

 

 

○ 사이즈의 수정
사이즈도 우리가 주목해야 할 스큐드 중 하나다. 큰 것을 작게 만들거나, 작은 것을 크게 만드는 건 생각보다 높은 효용을 발휘한다. 먼저 사이즈를 크게 해서 성공한 사례로 ‘위스콘신 2010 스테이트 페어’에서 시판되자마자 모조리 판매된 ‘폭탄 버거’를 꼽을 수 있다. 이 버거는 다이어트를 하는 데 지친 사람들에게 심리적으로 완전한 해방감을 안겨주는 걸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무엇보다 맛있게 만드는 데 중점을 둔 이 버거의 열량은 줄잡아 1000Cal 수준이다. 다이어트에 열을 올리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가끔은 맛으로 똘똘 뭉쳐진 완벽한 ‘일탈 버거’를 먹고 싶어질 것이라는 데 착안해 다이어트에 역행하는 사이즈로 스큐드를 수정했다.

엄청나게 높은 열량에도 불구하고 이 폭탄 버거는 비단 미국에서만 인기를 끄는 데 그치지 않았다. 전 세계 주요 도시로 이 아이디어가 수입돼 유사한 사이즈의 버거가 속속 탄생하고 있다. 물론 한국도 최근 이 같은 고열량 버거를 선보였다.

작은 사이즈로의 변경을 시도해 성공한 예로 컵에 들어갈 정도로 작은 초미니 사이즈의 강아지를 들 수 있다. 이른바 ‘티컵 강아지’로, 한때 소녀들에게 열광적인 사랑을 받았던 애완견이다. 이 티컵 강아지는 몸집이 작은 부모견을 연속 교배시켜 작은 사이즈의 강아지를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이처럼 작은 강아지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내는 게 옳은 일인지에 대한 판단은 보류하고 사이즈의 변경이 사람들에게 어떤 심리적 변화를 가져다주는지 만을 놓고 따져봤을 때 티컵 강아지의 성공은 어렵지 않게 예상되는 결과다. 사이즈에 관련된 스큐드에 변화가 일어나면 소비자는 심리적 격차를 느끼게 되고 그에 따라 정보처리의 양이 증가하게 되면 선호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강아지의 경우 소비자가 기대하는 사이즈가 있다. 이것보다 월등히 작은 사이즈의 강아지라면, 그것도 작은 컵에 들어갈 정도의 강아지라면 ‘귀여움’을 좋아하는 소녀들에게 열광적인 사랑을 받을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이것이 스큐드의 변화로부터 나타나는 소비자들의 심리적 변화다.

컬러 장미, 롱거버거 본사 사옥, 티컵 강아지 등의 사례에서 보이듯 오랫동안 변하지 않은 스큐드에 일정한 형태의 변화를 주면 놀라움이 발생한다. 우리가 우선 주목할 것은 색상과 형태, 사이즈라는 세 가지 요소다. 이 요소에 대한 변화만으로도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여러분의 비즈니스에 적용해 보기를 바란다.

<동아일보 DDR> 
신병철 WIT 대표 bcshin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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