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면 일이 생긴다.
고백할 일. 서성일 일.
잠 못 자고 깨어있을 일.
차 먹다 문득 생각나서 가슴 미어질 일.
더운 날 햇빛 가려줄 일.
슬퍼할 때 마음 여며줄 일.
사랑하면 마음이 으깨진다.
순두부처럼 으깨진다.
기뻐서 빵처럼 부풀었다가 잘린 조각보처럼 올올이 흐트러진다.
이 세상에 사랑만한 일도 없다.
사랑아 사랑아 해묵은 단어를 반복하다 보면
울기 위해 가슴 부풀린 장마철 개구리가 된다.
말하지 못하면 삼켜야 한다.
내가 부풀리고 내가 삼켜야하는 고백의 출처에는 상처만 남는다.
마르지 않는다.
누가 아파하면 이윽히 바라봐줘야 한다.
허허 벌판 같은 등짝이라도 좋다.
이 세상에서 가장 울기 좋은 모퉁이는 당신 가슴이라고 더듬이처럼 말해야 한다.
<2019.04.05. 인도에서 고행중인 여공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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