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 우리 어머니 吉阿只(길아지)

백수.白水 2019. 10. 9. 22:10


오늘은 한글날!

수십 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면서, 지금껏 궁금했던 어머니의 특이한 이름을 고찰해본다.

 

 

이름: ((()

우리선조들은 대부분 명((() 3개의 이름을 가졌다.

  -.(): 이름(實名), 본이름(本名).

  -.(): 관례(冠禮)가 행해질 때 아명(兒名)을 버리고 지어주는 이름(冠名,관명)

  -.(): 본명이나 자() 이외에 쓰는 이름. 당호(堂號), 별호(別號), 아호(雅號), 시호(諡號) .


  

관례(冠禮)와 계례(笄禮)

전통의례에 따르면 남자는 1520세 사이에 상투를 틀고 관(,)을 씌우는 관례의식을 치렀으며,

여자가 15세가 되면 쪽을 찌고 비녀를 꽂아 성년이 되었음을 인정하는 계례(笄禮)예식을 가졌다.

 

 

율곡 이이(栗谷 李珥)는 성: (), 이름: (), 아명: 현룡(見龍), : 숙헌(叔獻), : 율곡(栗谷), 시호: 문성(文成)이다.

 

 

할머니와 어머니의 특이한 이름

할머니는 천안 씨인데 이름없이 그냥  "全氏"로 올라가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130여 년 전쯤(1886년생, 조선고종23년)에 태어나셨으니 기록이 없어서 이름이 전해지지 않은 것은 아닐 것이다.

고래(古來)의 역사기록에서처럼 따로 이름이 없었기에 어디 사는 천안 全氏 아무개의 딸로, 그리고 누구의 부인 또는 어머니로서 한평생을 사신 것이다

   


阿只(아지) 阿只(아기)

어머니는 성명은 吉阿只(길아지, 1913년생)이시다.

내가 철이 든 후 어머니의 이름이 阿只(아지)라는 사실을 접하고부터 지금까지,

이름을 천하게 지어주어야 오래 산다는 속설을 따라서 강아지·망아지·송아지처럼 동물과 관련된 말을 끌어다 붙였으리라 짐작하고 별다른 생각 없이 살아왔다.

그러다가 근래에 와서야阿只(아지)가 곧 아기임을 알게 되었다.

알고보니  고운 우리말 阿只(아기), 阿只氏(아기씨)이니 되 뇌일수록 얼마나 아름다운지...


  

고려사/ 열전/ 신돈

()旽喜曰 今日召還 蓋爲阿只思我也 阿只方言小兒之稱라는 기록이 있다.

<신돈이 기뻐서 말하기를, 오늘 나를 소환하는 것은 아마 아기가 나를 생각하기 때문일 것 이라고 했다. 阿只는 방언 즉 우리말인데 어린아이를 말한다.>


시기를 늦춰 잡는다고 하더라도 고려사가 편찬(조선조 1450년대)된 고려시대이전부터 어린아이를阿只(아지)’라고 불렀음을 알 수 있다. 아는바와 같이 지금은 어린아이를아지가 아닌아기로 부르고 있다.

 

 

아기의 어원

아기의 어원에 대한 정설은 없는 것 같다. 추론과 주장을 정리해보자.

 

1) 어원은 아지

 많은 연구에서 아기의 본래 어원을 '아지'로 파악했다. 이러한 논의의 근거는 '아지'의 차자표기인, , ,등의 한자음을 <>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1)-1.지금도 강아지·망아지·송아지에서 쓰이는 것처럼 어원이 아지인데 어느 시기부터 아기로 바뀌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는 역구개음화(逆口蓋音化)의 역설이라는 주장에서 찾을 수 있다.

김치, 새의 깃(), 방향 키(), 길쌈은 본말이 짐치, , , , 질쌈이었는데 모두 구개음화한 방언으로 오해해 현재의 형태로 바꾸게 되는 것은 역구개음화’의 해프닝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출처 2017.01.11.서울신문>

 

 

2) 어원은 아기

차자표기인, , , 의 고대국어시기의 음가가 []가 아닌 []에 가깝고, 또한 중세국어시기의 '아기'의 차자표기도 '아지'가 아닌 '아기'임을 확인하는 논문이 있다. <논문:‘아기의 어원(語原)에 대한 재고찰(再考察) /조재형/200912>

 

 

3) 어원아기가 구개음화(口蓋音化)아지로 되었을 가능성.

구개음(口蓋音)이란 혀가 입천장에 닿아서 내는 소리로, .이 여기에 속한다.

따라서 구개음화(口蓋音化)란 구개음이 아닌 자음이모음 앞에서 구개음으로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땀받이땀바지, 굳이구지, 같이가치, 묻히다무치다, , 기름지름. 이처럼 아기아지가 되었을 가능성 말이다.



여러 표기사례

-. 阿只(아기): “阿其와 같다. 

-. 新阿只氏(새아기씨): 새아기씨. 새색시를 높이어 이르는 말

-. 發阿只(발아지): 바라지. 햇빛이 들도록 벽에 낸 작은 창.

- . 阿只氏(아기씨): 궁중에서 어린 왕자나 왕녀왕손을 높여 이르던 말도 아기씨이다.

-. 阿只草 (아기풀): 애기풀. 다년 생의 풀의 한 가지.

-. 兒只(아기) 我歌(아가): 격암유록(格菴遺錄)의 아기(兒只)

. 甫兒只(보아기): 보시기, 작은 사발과 같이 생긴 반찬 그릇



▣ 표기방식 "阿只(아기兒只(아기)"

내가 생각할 때 정설이 없다면, 현재 다수의 언중(言衆)이 쓰는 것처럼 한자로는 阿只·兒只로 쓰고,

(  )안에 아기로 쓰는 "阿只(아기兒只(아기)"방식이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본다.

 


▶참고: 염티(塩峙) 대티(大峙)

참고로 아산시 염치읍은 예전에는 염티면이었는데 지금은 지명을 염치로 바꾸었다.

초등학교이름은 지금도 옛날 그대로 염티초등학교이다.

염티읍(塩峙-) 부산시 사하구 대티동(大峙-)... 등 우리말 가 들어가는 한글지명은 거의가 위와 같이 우리말 를 쓰고, 한자표기는 구개음화가 될시에 바뀌게 되는()로 치환했다.



이글은 10.8.일자 “<1> 우리 어머니 이름은 吉阿只(길아지) ”를 수정 등 재정리한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