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글날!
수십 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면서, 지금껏 궁금했던 어머니의 특이한 이름을 고찰해본다.
▣ 이름: 명(名)·자(字)·호(號)
우리선조들은 대부분 명(名)·자(字)·호(號) 3개의 이름을 가졌다.
-.명(名): 이름(實名), 본이름(本名).
-.자(字): 관례(冠禮)가 행해질 때 아명(兒名)을 버리고 지어주는 이름(冠名,관명)
-.호(號): 본명이나 자(字) 이외에 쓰는 이름. 당호(堂號), 별호(別號), 아호(雅號), 시호(諡號) 등.
▶관례(冠禮)와 계례(笄禮)
전통의례에 따르면 남자는 15∼20세 사이에 상투를 틀고 관(冠,갓)을 씌우는 관례의식을 치렀으며,
여자가 15세가 되면 쪽을 찌고 비녀를 꽂아 성년이 되었음을 인정하는 계례(笄禮)예식을 가졌다.
▶율곡 이이(栗谷 李珥)는 성: 이(李), 이름: 이(珥), 아명: 현룡(見龍), 자: 숙헌(叔獻), 호: 율곡(栗谷), 시호: 문성(文成)이다.
▣ 할머니와 어머니의 특이한 이름
할머니는 천안 全씨인데 이름없이 그냥 "全氏"로 올라가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130여 년 전쯤(1886년생, 조선고종23년)에 태어나셨으니 기록이 없어서 이름이 전해지지 않은 것은 아닐 것이다.
고래(古來)의 역사기록에서처럼 따로 이름이 없었기에 어디 사는 천안 全氏 아무개의 딸로, 그리고 누구의 부인 또는 어머니로서 한평생을 사신 것이다.
▣ 阿只(아지) 곧 阿只(아기)
어머니는 성명은 吉阿只(길아지, 1913년생)이시다.
내가 철이 든 후 어머니의 이름이 阿只(아지)라는 사실을 접하고부터 지금까지,
이름을 천하게 지어주어야 오래 산다는 속설을 따라서 강아지·망아지·송아지처럼 동물과 관련된 말을 끌어다 붙였으리라 짐작하고 별다른 생각 없이 살아왔다.
그러다가 근래에 와서야“阿只(아지)가 곧 아기”임을 알게 되었다.
알고보니 고운 우리말 阿只(아기), 阿只氏(아기씨)이니 되 뇌일수록 얼마나 아름다운지...
▣ 고려사/ 열전/ 신돈
『(辛)旽喜曰 今日召還 蓋爲阿只思我也 阿只方言小兒之稱』라는 기록이 있다.
<신돈이 기뻐서 말하기를, 오늘 나를 소환하는 것은 아마 아기가 나를 생각하기 때문일 것 이라고 했다. 阿只는 방언 즉 우리말인데 어린아이를 말한다.>
시기를 늦춰 잡는다고 하더라도 고려사가 편찬(조선조 1450년대)된 고려시대이전부터 어린아이를‘阿只(아지)’라고 불렀음을 알 수 있다. 아는바와 같이 지금은 어린아이를‘아지’가 아닌‘아기’로 부르고 있다.
▣‘아기’의 어원
아기의 어원에 대한 정설은 없는 것 같다. 추론과 주장을 정리해보자.
1) 어원은 “아지”
많은 연구에서 아기의 본래 어원을 '아지'로 파악했다. 이러한 논의의 근거는 '아지'의 차자표기인「知, 智, 只,之」등의 한자음을 <지>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1)-1.지금도 강아지·망아지·송아지에서 쓰이는 것처럼 어원이 “아지”인데 어느 시기부터 “아기”로 바뀌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는 역구개음화(逆口蓋音化)의 역설이라는 주장에서 찾을 수 있다.
「김치, 새의 깃(羽), 방향 키(舵), 길쌈」은 본말이 「짐치, 짓, 치, 짓, 질쌈」이었는데 모두 구개음화한 방언으로 오해해 현재의 형태로 바꾸게 되는 것은 ‘역구개음화’의 해프닝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출처 2017.01.11.서울신문>
2) 어원은 “아기”
차자표기인「知, 智, 只, 之」의 고대국어시기의 음가가 [지]가 아닌 [기]에 가깝고, 또한 중세국어시기의 '아기'의 차자표기도 '아지'가 아닌 '아기'임을 확인하는 논문이 있다. <논문:‘아기’의 어원(語原)에 대한 재고찰(再考察) /조재형/2009년 12월>
3) 어원“아기”가 구개음화(口蓋音化)로 “아지”로 되었을 가능성.
구개음(口蓋音)이란 혀가 입천장에 닿아서 내는 소리로‘ㅈ, ㅉ.ㅊ’이 여기에 속한다.
따라서 구개음화(口蓋音化)란 구개음이 아닌 자음이‘ㅣ’모음 앞에서 구개음으로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땀받이→ 땀바지, 굳이→ 구지, 같이→ 가치, 묻히다→ 무치다, 길→ 질, 기름→지름. 이처럼 “아기→ 아지”가 되었을 가능성 말이다.
▣ 여러 표기사례
-. 阿只(아기): “阿其”와 같다.
-. 新阿只氏(새아기씨): 새아기씨. 새색시를 높이어 이르는 말
-. 發阿只(발아지): 바라지. 햇빛이 들도록 벽에 낸 작은 창.
- . 阿只氏(아기씨): 궁중에서 어린 왕자나 왕녀ㆍ왕손을 높여 이르던 말도 아기씨이다.
-. 阿只草 (아기풀): 애기풀. 다년 생의 풀의 한 가지.
-. 兒只(아기) 我歌(아가): 격암유록(格菴遺錄)의 아기(兒只)
. 甫兒只(보아기): 보시기, 작은 사발과 같이 생긴 반찬 그릇
▣ 표기방식 "阿只(아기)·兒只(아기)"
내가 생각할 때 정설이 없다면, 현재 다수의 언중(言衆)이 쓰는 것처럼 한자로는 阿只·兒只로 쓰고,
( )안에 아기로 쓰는 "阿只(아기)·兒只(아기)"방식이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본다.
▶참고: 염티(塩峙) 대티(大峙)
참고로 아산시 염치읍은 예전에는 염티면이었는데 지금은 지명을 염치로 바꾸었다.
초등학교이름은 지금도 옛날 그대로 염티초등학교이다.
염티읍(塩峙-) 부산시 사하구 대티동(大峙-)... 등 우리말 ‘티’가 들어가는 한글지명은 거의가 위와 같이 우리말 ‘티’를 쓰고, 한자표기는 구개음화가 될시에 바뀌게 되는‘峙(치)로 치환했다.
※이글은 10.8.일자 “<1> 우리 어머니 이름은 吉阿只(길아지) ”를 수정 등 재정리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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