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겨 온 글

허망한 이별 마무리<단편장평소설>

백수.白水 2011. 8. 30. 22:35

출처: 하루키 http://blog.daum.net/harukigo317/2774

 

허망한 이별 마무리 <태산 공도식 지음>


 

시대와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이문열 소설가는 젊은 세대들을 이해하지 못하여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았다.

반면에 이외수 소설가는 신세대들과도 트위트를 통하여서 교류하며 기쁨으로 글을 쓰며 살아간다.


내 나이는 60세다.

내 아내는 마음이 한강처럼 바다처럼 너그럽다.

"첫사랑과 친구처럼 지내세요."

그리하여 친구처럼 지내보려고 첫사랑에게 오랜만에 간신히 전화번호를 기억하고 문자로

"오늘 한번 만나주실 수 있을까요?"라는 나의 문자에 잠시 후에 답이 왔다.

"만나고 싶지 않습니다."

담담하였다.


1년 3개월 전이다.

몇 년 만에 그녀에게 전화하여 "한번 만나고 싶습니다."

그날은 그녀는 "몸이 아픈데 저의 아파트로 오시려나요?"

나는 "네, 아파트가 어디에 있지요?"

그녀는 "00아파튼데요"

나는 "그 아파트가 있는 동이 어디나요?"

그녀는 망설였다.

나는 "그 아파트가 있는 동을 가르쳐주세요."

그녀는 "오늘은 그냥 가시고 다음에 만나서 이야기 하지요."

그 말을 하고 전화가 끊어졌다.

그러나 나는 그녀가 아프다는데 그냥 오기가 그랬다.

몇번 망설이다가 결국 나는 택시를 타고 그 아파트 이름을 대자 중소도시여서

택시 기사는 그 아파트로 나를 실어다 주었다.

나는 택시에서 내려 그녀에게 "여기 아파트 앞입니다. 몇 동 몇 호입니까?"

그녀는 당황하면서 "지금은 안 되겠어요. 저 몸도 아프고 저 몰골이 말이 아니에요.

그리고 며늘아이가 손자를 데리고 절 간호하려고 와 있어요. 그리고 집안도 엉망이에요."

나는 전에 와는 달리 어디서 용기가 났는지 몰라도 " 아프다는데 어찌 그냥

갑니까? 몇 동 몇 호실입니까?"

그녀는 "오늘은 그냥 가시고 다음에 만나지요."

나는 "아닙니다. 오늘 꼭 만나서 의논할 일이 있습니다."

이렇게 몇 분간을 전화로 다투었다.

그녀는 결국 화를 내면서 "가세요."라는 명령어를 발하였다.

그녀는 연상이며 일 년 선배이다.

호랑이 띠이고 난 토끼띠다.

난 그녀 앞에만 서면 호랑이 앞에 토끼처럼 된다.

난 토끼처럼 다시금 택시를 타고 돌아오고 말았다.


그 후로 1년 3개월을 잘 참아내었다.

"가세요. 택시를 타고 가세요. 우리 집에 오시면 주변 사람들이 무어라고 하겠어요?"

난 "나와 00님과는 아무런 사이도 아니잖아요. 그냥 고향 사람이 왔다고 여겨주세요."

그러나 그녀는 나를 받아주지 않았다.


나는 그 일이후로 "가세요. 주변 사람들이 무어라고 하겠어요."라는 말을 생각하면서

죽을 때까지도 전화하거나 찾아가려고 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내의 "첫사랑과 친구처럼 지내세요."라는 말에 "그래볼까?"하고 문자를 보내보았던 것이다.

그런데 "가세요."라는 명령어에 대해서 사과는 커녕 "보고 싶지 않다."는 짧은 말이 전부였다.


나는 1시간 후쯤 구두 수선집에서 구두를 수선하면서 기다리는 동안에 문자를 보냈다.

"무슨 오해가 계신지는 모르지만 오해는 풀고 싶습니다."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내 맘도 의외로 담담하였다.

"이렇게 우리는 진정 이별하고 마는구나" 나의 마음속 생각이었다.

하루 종일 이 생각이 나를 지배하였다.

"아내 말처럼 친구처럼 지내려고 하였는데,"

그러나 아내 말 그대로 친구로만 지낼 자신은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나는 인터넷에 그녀와 나의 소설을  삭제 처리 하였다.

가상에서라도 데이트를 하고 청소년 시절 여행도 하며 외국 유학도 한다는 행복한 이야기를 모두 지웠다.

나의 블로그와 몇몇 카페를 찾아다니면서 깔끔히 삭제 처리 하였다.

아깝기도 하였으나 소설을 이 지상에 남겨두고 싶지 않았다.

이젠 나도 홀로 짝사랑만은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사랑은 아무나 하나"라는 트롯트처럼 사랑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가 보았다.

전화번호에 기록해둔 그녀의 전화번호도 모두 삭제 하였다.

나이 60에 친구가 할 만한 나보다 젊은 여인하나 구해볼 생각은 아직은 없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시작한 첫사랑인데 53년 만에 정리가 되나 보다.

그녀는 오래전에 남편이 암병으로 이 세상을 떠나갔다.

그녀가 그 후 재혼이라도 한 것인지 홀로 사는 것인지도 난 전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