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남아메리카물개 ‘온누리’ 공개… 힘겹게 태어난 사연은
○ 멸종위기종 번식비결은 "삼각관계'
《 서울 광진구 능동 서울어린이대공원 바다동물관에 사는 수컷 남아메리카물개 ‘물돌이’(7)는 2007년 4월 우루과이에서 한국으로 왔다. 주둥이가 뾰족한 것이 특징인 남아메리카물개는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서 ‘멸종 위기에 처할 수 있는 종’으로 분류돼 물돌이는 한국 땅을 밟자마자 ‘귀한 몸’이 됐다. 함께 들어온 암컷 ‘물순이’와는 동갑내기 커플이었다. 사육사들은 “수컷은 여섯 살쯤 돼야 이성에 눈을 뜬다”며 당시 세 살인 이들에게 2세를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2009년 새 암컷이 합류하면서 이들의 ‘불장난’은 시작됐다. 》
○ 카사노바 ‘물돌이’의 활약

2개월 전 태어난 남아메리카물개 온누리(암컷·오른쪽)가 30일 오전 서울 광진구 능동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엄마 물순이와 코를 비비고 있다. 모녀가 함께 있는 동안 아빠 물돌이는 다른 암컷 물개와 함께 지냈다. 연합뉴스
사이좋던 둘 사이에 금이 간 것은 2007년 11월. 물순이가 물돌이를 밀어내는 장면이 사육사들에게 여러 번 목격됐다.
평소 즐겨 먹던 오징어와 물고기도 꺼렸다. 한국에 오기 전 이미 임신하고 있었던 물순이가 본격적인 입덧을 시작한 것이었다. 남아메리카물개의 임신 기간은 평균 11개월 10일(340일). 결국 물순이는 2008년 1월 암컷 새끼 한 마리를 낳았다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사육사들은 둘을 격리했다. 철창을 사이에 두고 물순이는 새끼와, 물돌이는 혼자 지냈다.
두 달 후 더 큰 비극이 이들을 덮쳤다. 물순이가 낳은 새끼가 죽은 것이다. 조경욱 서울어린이대공원 수의사는 “물순이는 환경이 바뀐 스트레스 때문에, 물돌이는 자기 핏줄이 아니라는 이유로 돌보지 않아 자연사했다”고 말했다.
이후 물돌이와 물순이는 사이가 급격하게 나빠졌다. 마침 동물원 리모델링이 끝나면서 2009년 5월부터 둘은 자연스럽게 방을 함께 썼지만 그해 6월 우루과이에서 또 한 마리의 암컷(4)이 들어오면서 관계가 악화됐다. 새 암컷은 ‘물자’ 혹은 ‘공순이’라 불리면서 존재감이 떨어졌지만 물돌이는 새로 온 ‘그녀’에게 관심을 쏟았다. 물돌이는 평소 때와 달리 사육사가 물자에게 던져주는 물고기를 빼앗아 먹지도 않았다. 다섯 살인 물돌이는 막 이성에 눈을 뜰 때였다.
○ 질투는 번식의 힘
첫 번째 승자는 전처였다. 지난해 6월 물돌이와 물순이가 물속에서 교미하는 모습이 관계자들에게 발견됐다. 그 결과 물순이는 올해 6월 8일 새끼를 낳았다. 첫 출산을 한 지 3년 5개월 만이었다. 사육사들은 ‘정식 핏줄’이라며 직원 공모까지 해서 이름을 지어줬다. 새끼의 이름은 물개의 순우리말인 ‘온눌’에서 본뜬 ‘온누리’였다. 온누리는 2개월 넘는 양육기간을 거쳐 30일 관람객에게 처음 공개됐다.
그렇다고 게임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후처인 물자도 현재 임신 중이다. 조 수의사는 “5월 물돌이와 교미에 성공해 내년 4월 새끼가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암컷 사이의 질투가 결국 두 마리의 새끼 탄생이라는 경사로 이어진 셈이다.
삼각관계는 동물 번식에 때때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한다. 최근 서울동물원에서 태어난 두발가락나무늘보 ‘만보’도 수컷 두 마리와 암컷 한 마리의 동거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조 수의사는 “무작정 암수 한 쌍을 붙여놓는 것보다 질투심과 긴장감을 적절히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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