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수요기획'에서 김기덕 감독을 만났고, 오늘은 ‘효봉스님’이란 필명으로 독설을 쏟아낸 28세 장윤수라는 젊은이의 트윗글을 읽었습니다. 그의 “독설이 단순한 언어유희가 아니라 벼랑 끝 삶에서 길어 올린 성찰”이었음을 느낍니다.
삶은 위로의 대상 아닌 싸워야 할 전쟁터
‘효봉 스님’이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이다. ‘효봉 스님’은 하버드대 출신의 조계종 승려이자 베스트셀러 저자로 유명한 혜민 스님 ‘짝퉁’이다. ‘효봉 스님’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기간은 단 엿새. 그 짧은 기간에 1만 명이 ‘좋아요’(글에 호감을 표현하는 기능)를 눌렀다. 전체 조회 수는 무려 100만.
‘태어날 때부터 망한 인생 안 망한 척하느라 고생하셨으니 이제는 좀 쉬셔도 괜찮아요’ 같은 그의 독설에 누리꾼들은 열광했다. 혜민 스님 프로필 사진에 자신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을 올려놓은 효봉 스님의 정체는 패션 웹진에 근무하는 장윤수 씨(28). 장 씨는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밤중에도 기온이 35도까지 올라가는 7평짜리 옥탑방에 살고 있고, 다니던 회사에서 곧 나와야 할 처지”라고 했다. 그의 ‘돌 직구’ 독설이 단순한 언어유희가 아니라 벼랑 끝 삶에서 길어 올린 성찰이었음을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김기덕 감독의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기자는 김 감독과 효봉 스님이 겹쳐졌다. 둘 다 주류와 불화한 아웃사이더라는 생각에서다.
![](http://news.donga.com/IMAGE/2012/09/14/49417955.1.jpg)
광고인 이제석은 지방대를 다녔고 대학 재학 중에 국내 광고상 수상을 한 번도 하지 못했으며, 국내 광고대행사 취업에도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나 해외 유명 공모전을 휩쓸면서 세계적인 ‘광고 천재’가 됐다. 보수 작업을 위해 철거된 이순신 장군 동상 자리에 놓인 ‘탈의중’ 가림용 작품으로 유명해진 그는 “변방성이나 비주류성을 계속 갖고 갈 것”이라고 말한다.
문단은 또 어떤가. 속도감 있는 문체와 현실감 있는 묘사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소설가 정유정 씨는 한국 문단의 ‘바깥’에서 온 작가다. 그의 등단은 1990년대 이후 소설가의 배출 공식, 즉 대학의 문예창작과 수학 혹은 기성 선배 소설가의 사사(師事)라는 공식에서 벗어난다. 정 작가는 간호대를 나와 간호사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직으로 일했고 미국 작가 스티븐 킹, 레이먼드 챈들러의 작품을 탐구하면서 홀로 글쓰기를 훈련했다. 42세에 낸 첫 소설 ‘내 심장을 쏴라’는 15만 부, 지난해 낸 두 번째 소설 ‘7년의 밤’은 25만 부가 팔렸다.
영화로 성공한 웹툰 ‘이끼’의 만화가 윤태호 역시 돈이 없어 제대로 된 미술교육을 받지 못했다. 만화학원에 다니기 위해 고향 광주에서 서울로 올라왔지만 생활비가 모자라 노숙생활까지 했다. 실패와 좌절을 거듭하다 ‘이끼’로 이름을 날리기까지 20년이 걸렸다. 그 자신의 아웃사이더 인생의 신산(辛酸)함이 최근 책으로도 발간된 웹툰 ‘미생’에 녹아 있다. ‘미생’은 프로 바둑기사 입문에 실패하고 인턴사원으로 들어간 주인공이 대기업에 뿌리를 내리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미생’은 포털 다음 웹툰 평점 1위다.
김성근 고양원더스 감독도 이 시대의 대표적 비주류다. 재일교포 2세로 한국에 귀화한 그는 관중의 흥미에 영합하지 않으려는 비주류 근성 탓에 늘 구단과 불화했지만, 최근 다시 대기업 구단의 러브 콜을 받는 ‘실력’을 보여 줬다. “다른 사람한테 맞춰 사는 것은 인생이 아니다”라는 게 그의 인생관이다.
아웃사이더 문화코드는 이미 ‘슈퍼스타K’를 통해 입증됐다. 기성 가수들을 놀라게 하는 음악의 고수가 변방에 수두룩하다는 걸 확인시켜 준 ‘슈스케’ 아닌가. 하긴 문화뿐이랴, 정치권의 아웃사이더 안철수는 이미 주류 정치인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잖은가.
문화계 주류로 들어온 아웃사이더들은 ‘힐링’이나 ‘치유’를 말하지 않는다. 효봉 스님의 독설이 큰 호응을 불렀던 것은 당의정 같은 위로의 글로 덮을 수 없는 현실의 쓴맛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김기덕의 영화는 돈이면 다 되는 현실을 돌아보게 하면서 삶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가식 없는 이미지로 묻는다. 삶이 더는 위로받을 대상이 아니라 치열하게 싸워야 할 전쟁터라는 것, 바야흐로 아웃사이더의 혁명이 시작되고 있다.
<동아일보 /김지영 오피니언팀 기자>
필명 효봉스님(장윤수)의 트위글. 날자 순으로 아래부터 거꾸로 읽어야...
7월 22일 안녕하세요. 효봉스님입니다. 그리고 장윤수입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진지한 태도로 글을 쓰려니 어색하고 부끄럽습니다. 본디 좋아요 만 명이 넘으면 적으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자고 일어나면 만 명이 넘어 있을 것 같아 미리 적습니다. 나름 집착하지 않는 태도라고 봐 주시길 부탁드려요.
처음 효봉스님 페이지를 시작하게 된 이유로 나름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실연의 아픔으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기에 어딘가에 울분을 토로하고 ...싶었던 것이 있고, 지인인 효봉이형의 이름을 걸고 막가는 페이지를 만들어 효봉이형을 곤란에 빠트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그리고 과연 글이 외면 받는 세상에서 글만으로 얼마만큼 인기를 얻을 수 있을까에 대한 실험도 있었어요. 그 외에도 여러 자잘자잘한 이유들이 있었어요. 뭐, "네 놈들이 날 글쟁이라고 괄시하지만, 나도 하자면 할 수 있어!" 같은 치졸한 이유도 있었지요.
뭐 결론은 지금 여러분들께서 보시는 바와 같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정도로 많은 인기를 구가하게 되었고, 많은 분들께서 지지를 보내 주셨습니다. 그 마음 고맙게 받겠습니다. 여러분들의 잉여력 덕분에 이 페이지는 흥할 수 있었습니다.
효봉스님을 그만두려는 이유도 효봉스님을 시작하게 된 이유처럼 여러가지예요. 우선 이로 인해서 생업에 지장을 받게 된 것이 가장 큽니다. 28년 인생 중 최초의 성공을 맛보게 되니 손을 못 때고 붙잡고 있었고, 덕분에 해야 할 일에 매진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고로 앞으로 보다 일에 집중하기 위해서 이제는 그만두어야 할 때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이점에 대해서는 넓은 관용으로 감싸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거 붙잡고 있는다 한들 일원 한 장 안 생긴다고 몇 번씩 말씀드렸잖아요.
그리고 이제는 감당할 수 없는 경지로 가고 있는 것 같은 점도 접으려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우선 여러분들의 감사하지만 너무 많은 반응을 인해 제가 충분한 답변을 드리지 못하는 점이 있고, 막가는 페이지를 만들자는 모토를 둔 만큼 막가는 글을 적으려고 노력했으며 결국 많은 반감을 사게 되었다는 점이 있습니다. 결국 어느 면에서나 저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들었다는 점도 접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이점도 넓은 관용으로 받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이 페이지를 관리하고 글을 적는 것은 저인데 정작 유명해지는 것은 효봉이형이란 점에 괴로워했기에, 그 저열한 질투로 인해 그만두는 것도 있습니다... 는 진실입니다. 남이 잘 되는 것은 그러려니 하겠는데 효봉이형이 잘 되는 꼴은 도저히 못 보겠어요.
아무튼 오늘로 개설한지 딱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고, 대기의 위안을 얻었습니다. 그렇기에 이제 이 페이지의 업데이트를 멈추려 합니다. 지금까지 이 페이지에 관심을 보내주신 여러분들께 깊이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만수무강 하시고 수명어천 기수영창 하세요. 무엇보다도,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스스로를 도우세요. 이딴 페이지 보지 마시구요. 고맙습니다!
덤. 어짜피 언젠가는 신상이 털릴 것 같아 미리 적어둡니다.
장윤수 http://www.facebook.com/jangyoonsoo
정효봉 http://www.facebook.com/hyo1bong
1. 효봉이형은 이 페이지에 얼굴을 제공해주신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한 일이 없습니다. 그러니 뭔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그리고 이미 인연이 있으신 분이라면 어서 빨리 연을 끊으세요. 인생에 도움이 안 되는 사람입니다.
2. 저는 모 웹진의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여기서 회사 이름을 말하면 "이 새끼 홍보할려고 이거 만든거네"라고 생각하실 것이 뻔하기에 적지 않을게요. 찾아보지도 마세요.
3. 일전에 말씀드린 바 그대로 이거 하면서 일원 한 장 받은 것 없습니다. 금전적인 이익 외에 득 된 것도 전혀 없어요. 그러니 질투하지 마세요.
4. 진짜로 여자친구는 커녕 아는 여자도 별로 없습니다. 대쉬 웰컴.
5. 디씨, 일베, 개드립, 오유, 웃대, 조선일보 모두에 올랐습니다. 다만 서로 사이 좋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6. 불교를 존중합니다. 기독교도 존중합니다. 이슬람교 존중합니다. 서로 싸우지 맙시다.
7. 뭐 궁금하신 것 더 있으시면 페이지 글로 남겨주세요. 리플은 읽기가 힘들어요.
8. 효봉스님의 게시물을 적을 때는 생각나는 그대로 한 호흡에 퇴고 없이 적었습니다. 그래서 맞춤법이 개판인 곳이 많았습니다. 이해하세요. 뭐 어쩌라구요. 사실 이 은퇴의 변도 한 호흡에 적었습니다. 그래서 많이 틀릴거에요. 뭐 어쩌라구요.
또 덤. 1. 페이지는 닫지 않겠습니다. 심심하실 때 가끔 보시고 저를 기억해주세요. 싫음 말구요. 제가 언제 봐 달라고 애청했나요? 님이 오신 겁니다. 가시는 것도 님 마음입니다
7월 22일 주말까지 만 분을 이 페이지로 모시고 은퇴하려 했는데, 한 시간 정도 남았거늘 만 분의 보살님들을 모시는 것은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계획과 목표를 정하는 것이란 참 부질없으니, 어짜피 안 될 것이건만 뭐하러 염두하여 실패한 스스로를 더욱 참담하게 만드는지... 여러분. 아무 것도 계획하지 말고 아무 것도 목표로 두지 마세요. 그저 순간순간을 충실하게 사세요. 그렇게만 살아도 인생은 슬픔으로 가득 차 있는데다 짧기도 짧아요.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이 무너질 줄 누가 알았겠어요. 부처님께서도 모르셨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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