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오늘이라는 그물 속에는
풀어야 할 얼킨 그물과 기워야 하는 찢어진 그물이 있다
내 키보다 더 높게 쌓인 오늘이란 그물더미 앞에서
헝클어진 오늘의 끝을 찾으려고 서성이는 나는
찢겨진 가닥 어디를 추켜들고 어디를 먼저 기워야 하는가
- 전순영의 ‘포구에는 -
남들이 저만치 앞서가는데 이상하게 나만 뒷걸음질치는 듯할 때,
세상의 서슬에 무릎 꺾일 때 이들의 용기를 기억해둘 필요가 있겠다.
내가 생각한 꿈의 궤도를 따라 도착점까지 직진코스로 달리는 것만이 행복은 아니며,
궤도 수정이 세상의 끝은 아니라는 것.
지나고 보니 목표 지점에서 우회하거나 멀어지는 듯 보였던 숱한 시행착오가 있었기에
어렴풋이 인생의 참맛도 깨치고 사람 구실에 한 발짝 다가서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 고미석 -
오늘 하루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없어서는 아니 될 하나의 길이 된다
내게 잠시 환한 불 밝혀주는 사랑의 말들도
다른 이를 통해 내안에 들어와
고드름으로 얼어붙는 슬픔도
일을 하다 겪게 되는 사소한 갈등과 고민 설명할 수 없는 오해도
살아갈수록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나 자신에 대한 무력함도
내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고
오늘도 몇 번이고 고개 끄덕이면서
빛을 그리워하는 나
- 이해인의 ‘길 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