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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판 천자문(光州版 千字文)

백수.白水 2013. 1. 9. 19:08

천자문은 중국 양(梁)나라의 주흥사(周興嗣)가 무제(武帝)의 명으로 지은 책으로, 1구 4자로 250구, 모두 1,000자로 된 고시(古詩)입니다. 하룻밤 사이에 이 글을 만들고 머리가 허옇게 세었다고 하여 ‘백수문(白首文)’이라고도 합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천자문≫이 한자를 배우는 입문서로 널리 사용되어왔습니다. 그리하여 이 책에 ‘天 하늘텬’과 같이 새김과 음을 달아 읽게 되었고 이 석음(釋音)을 단 책이 간행되었습니다.

 

석음이 있는 ≪천자문≫으로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오랜 책은 1575년(선조 8) 광주(光州)에서 간행된 것입니다. 맨 끝에 ‘만력3년월일광주간상(萬曆三年月日光州刊上)’이라는 간기가 있는 책으로, 현재 일본 동경대학(東京大學) 중앙도서관 소장본이 알려져 있는데 ≪광주판 천자문≫이라 합니다. 이와 비슷한 책이 일본의 오히가시하야루기념문고(大東急紀念文庫)에 소장되어 있음이 최근에 밝혀졌습니다. 이 책에는 간기가 없어 확실한 것은 알 수 없으나 위에 말한 ≪광주판 천자문≫보다 조금 뒤에 간행된 것으로 추측됩니다.

 

우리 나라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천자문≫은 명필 한호(韓濩, 호는 石峯)의 글씨로 1583년 서울에서 간행된 ≪석봉천자문≫입니다. 현재 전하는 책들 중에서 경상북도 영주의 박찬성(朴贊成) 소장본과 일본 나이카쿠문고(內閣文庫) 소장본이 원간본 또는 이에 가까운 책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석봉천자문≫은 임진왜란 뒤에도 여러 차례 중간되어 우리 나라에서 ≪천자문≫이라면 이 책을 연상하리만큼 일반화되었습니다.

 

18세기에 들어 새로 ≪주해천자문 註解千字文≫이 간행되었습니다. ≪광주판 천자문≫이나 ≪석봉천자문≫은 한자 하나에 하나의 석음만 달았는데, 이 책은 둘 또는 세 석음을 단 경우가 많이 있으며, 이에 더하여 간단한 주석과 함께 250구에 대하여 통해(通解)를 베푼 점이 다릅니다.

≪천자문≫은 한자교육의 기본교재로서도 그 역사적 가치가 적다고 할 수 없지만, 오늘날 이들의 가치는 주로 국어의 역사적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우선 ≪천자문≫은 우리 나라 한자어의 새김을 연구하는 데 가장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특히, ≪광주판 천자문≫과 오히가시하야루기념문고 소장본은 16세기에 호남지방에서 행하여진 새김을 보여주는 것인데, 그 중에는 다른 어느 자료에서도 볼 수 없는 새김이 여럿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들의 새김은 ≪훈몽자회 訓蒙字會≫의 새김보다 전반적으로 옛스러운 특징을 지니고 있는데 아마도 고대의 전통이 이어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석봉천자문≫의 원간본과 여러 중간본 및 ≪주해천자문≫ 등을 비교해 보면, 새김이 역사적으로 개신(改新)되어온 경로를 더듬어 볼 수 있습니다. 이 여러 책들에 한자음의 차이가 나타나는 점도 특히 주목됩니다. 박찬성 소장본은 1982년 ≪서지학≫ 제7호에, ≪광주판 천자문≫과 나이카쿠문고 소장본, 홍성원의 ≪주해천자문≫은 1973년 단국대학교동양학연구소에서 각각 영인되었습니다.

 

 

첨부:    광주판 천자문.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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