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들 사주에 활짝 핀 복숭아꽃

도화살<1>

사주를 볼 때 ‘도화살(桃花煞)’을 빼놓을 수 없다.

도화살은 성(性), 사랑, 색정(色情), 또는 음욕(淫慾)의 운을 의미한다. 성과 사랑이 없는 인생사는 너무 무미건조하고 고통스러운 삶일 것이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사상가 중 한 명인 고자(告子)는 ‘식색성야(食色性也)’라고 했다. ‘먹는 것과 섹스는 인생의 본성이다’라는 뜻이다. 성이란 지치고 목마른 여행자의 목을 축여 주는 감로수처럼 인생의 고단함을 잊게 해 주는 맛있는 음식이라고 볼 수 있다.

‘도화’는 복숭아꽃(또는 복사꽃)인데 관능(官能)을 상징한다. 복숭아는 색이 발그레하고 생김새가 통통하면서도 가운데 골이 있어 여성의 젖가슴이나 엉덩이를 쏙 빼닮았다고 본 것이다. 잘 익은 복숭아는 말랑말랑하면서도 맛이 달다. 색정을 도화에 비유한 선조들의 감각이 탁월하다. 시인 이상화의 ‘나의 침실로’에도 “마돈나… 너도 먼동이 트기 전으로 수밀도(水蜜桃·껍질이 얇고 살과 물이 많으며 맛이 단 복숭아)의 네 가슴에 이슬이 맺도록 달려오너라”라는 대목이 나온다.

사주에서 도화살이 있는지는 명리학을 조금만 공부하면 금방 알 수 있다. 깊게 들어가 보면 10여 가지가 있고 수백 유형이 있다. 이것을 크게 보면 ‘좋은 도화살’과 ‘나쁜 도화살’로 나뉜다.

‘좋은 도화살’(이때는 도화살이라고 하지 않고 통상 ‘도화’라고 한다)이 있는 사람은 남녀를 불문하고 외모가 준수하고 말을 잘하며, 인기가 있다. 매력이 있어 늘 주위에 이성이 모여든다. 한마디로 스타 기질이 있다. 현대는 ‘스타의 시대’다. 인기는 돈으로 이어진다.

정치인은 인기가 있어야 선거에서 당선되고 연예인도 인기가 있으면 돈을 번다. 도화살이 있는 사람이 사업을 하면 영업을 잘해 돈을 잘 번다. 그래서 젊은이들이 도화살에 관심이 많다. 인터넷에 들어가 보면 젊은이들이 연예인들과 자신의 사주에 도화살이 있는지 없는지 알아보곤 한다. 이성 앞에서 스타가 되고 싶고, 연예계 진출의 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매스컴에 자주 뜨는 정치인, 배우, 가수, 화가, 음악가, 스포츠 스타 등 인기인들의 사주에는 어김없이 도화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나쁜 도화살’도 있다.

남자의 경우 색욕이 지나치게 강하고 음란하여, 주색과 도박으로 가산을 탕진하거나, 심지어는 구속되는 경우도 있다. 여자는 한 남자의 여자로 만족하지 못하고 여러 남자와 관계를 하여 시비구설이 끊이지 않고 남편의 신세도 망친다. 남편이 수를 누리지 못하여 젊을 때 청상과부가 될 수도 있다. 사주에 관(官·사주 용어로 여자에게는 남편을 뜻함)이 많으면 ‘관살이 혼잡하다’고 하는데 관살혼잡에 도화살까지 겹치면 옛날에는 기생 사주라 했다.

나쁜 도화살은 종종 섹스 스캔들로 비화된다. 요즘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연예인 박시후가 화제이다 보니 박시후의 사주 분석도 인터넷에 많이 올라온다.

조선시대에도 색정 스캔들이 비일비재했다.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스캔들이 조선 성종 때 터진 어우동(於于同·또는 어을우동) 사건이다.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어을우동(於乙宇同)을 교형(絞刑)에 처하였다. 어을우동은 바로 승문원 지사(承文院知事) 박윤창(朴允昌)의 딸인데, …시집가서 행실(行實)을 자못 삼가지 못하였다. …어느 날 계집종이 오종년을 맞이하여 오니, 어을우동이 맞아들여 간통하였다. 또 …방산수(方山守) 난(瀾)의 집 앞을 지나다가, 난이 맞아들여 간통을 하였는데….”(성종실록 122권·1480년 10월 18일)

어우동은 양갓집 자제 출신이다. 원래 이름은 아버지가 박씨이므로 박어우동이다. 출생 기록이 없어서 사주는 알 수 없지만 그녀는 시인이자 서예가이며 그림에도 능한 기생이었다고 한다. 요즘으로 말하자면 최고의 인기 연예인이었다고 볼 수 있다.

수십 명의 양반과 중인, 천민과 간통했는데 남자들은 처벌이 면제된 데 반해 그녀만 삼종지도(三從之道·여자는 어릴 때는 부모를 따르고, 출가해서는 남편을 따르고, 노후에는 아들을 따라야 한다는 유교적 윤리)를 문란하게 했다는 죄로 사형에 처해졌다. 남녀의 차별적 처벌, 어우동이 음녀(淫女)로 매도된 데 대한 동정과, 예술인으로서의 능력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그녀의 사주가 궁금하다.

<동아일보 / 김재원 동양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