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생활 초기에 도베르만과 허스키를 일 년여 맡아서 기른 적이 있지만 지금은 우리 집에서 개를 기르지 않는다.
끼니때마다 밥 챙겨주는 일이 귀찮고, 특히나 알레르기 비염이 있는 아내는 천지사방으로 흩날리는 개털이 집안으로 들어오고 텃밭의 채소에 달라붙는 것에 질색을 한다.
그러나 누가 강아지를 선물로 주면 나는 천연덕스럽게 받아온다.
주는 대로 받아다가 산촌마을에서 농장을 하는 이사장에게 건네주는 것,
그러면 복날 나한테 국물이라도 떨어지니 그 재미로 매번 그런 짓을 계속한다.
이런 시골동네에선 웬만하면 다들 개 한 두 마리 씩은 기른다.
트럭을 몰고 다니는 고물장수가 쓸 만한 물건을 고물로 여기고 가끔씩 집어가니
주인이 일터로 나가고 난 후 텅 빈집을 개만큼 잘 지켜내는 것이 어디 있을까?
쇠말뚝의 구속에 살모사처럼 독이 올라 여간 사나운 것이 아니다.
낯선 발자국소리가 나면 귀신처럼 알아차리고 금방 달려들어 물어뜯을 듯 펄쩍펄쩍 날뛰고, 행여
‘개 삽니다. 개 파세요.’ 개장수가 스피커를 울리고 지나가면 온 동네개가 엉엉엉 울부짖으며 민감하게 반응한다.
윗집 영감님 네 똥개, 처음 한동안은 나를 보면 두 눈을 부라리며 짖어댔지만,
내가 고기부스러기와 뼈다귀를 갖다 주며 얼러줬더니 이제는 꼬리치며 반긴다.
그런데 어제 영감님이 판자대기로 개집을 짓고 있기에 올라갔더니 나를 보고 경계하며 으르렁거린다.
웬일이냐고 했더니 개가 새끼를 나서 그런단다.
수캐가 없는데 어떻게 새끼를 낳았느냐? 교미를 시켜줬느냐고 물으니 아니란다.
몇 달 전에 떠돌이 수캐가 우리 동네에 나타나서 얼쩡거린 적이 있었다.
눈에 띌 때마다 나는 돌을 던져 쫓았는데 그 개와 붙어 먹었던 것.
영감님은 새끼를 8마리나 낳았다며 마치 집나간 딸년이 애를 낳아 들어오기라도 한 듯 싱글벙글한다.
그 집뿐만이 아니라 우진네도 6마리나 낳았다네.
향내가 천리까지 간다는 千里香이라는 식물이 있다더니,,,
포유동물이 발정을 하면 특유의 냄새를 풍겨 수컷들을 불러 모으는데
개의 암내는 반경 2km까지 퍼진다는 옛말이 맞기는 맞는 것 같다.
그 떠돌이 개 요즘은 멀리 면사무소 앞에서 얼쩡거린다.
가끔 산골에서 기르는 흑돼지가 멧돼지새끼를 낳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도 암내를 맡고 내려온 멧돼지와의 하룻밤 풋사랑, 그 사랑의 달콤한 열매다.
참으로 세상은 조화속. 음양의 화합, 자연의 이치가 얼마나 신기한가?
나중에 강아지를 한 마리 얻어야겠다.
2012.09.13일자 글을 리폼했다.
짝! 암수 찾기의 본능, 암컷은 대체로,
공작처럼 화려하게 날개를 펼치고 너스레 잘 떠는 수놈의 꽁무니를 졸졸 쫓아 다닌다.
제한된 공간, 세상 남자가 출연자밖에 없다는 착각이 들더란다.
수캐의 목줄이 풀렸으니 망정이지...
암캐의 목줄이 풀려 냄새를 흘리고 다녔슴 수캐 여러 놈 작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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