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1일 小滿.
농사규모가 커서 노상 바쁜 ‘반딧불이농원체험농원’의 李사장님네 가족들, 지난 주말에 모내기를 마치자마자 힘들고 귀찮을 텐데도 오늘 아침 일찌감치 아들이 트랙터를 몰고 와서 밭골을 째주고 갔다.
4월 30일 날 1차로 고구마(2골), 땅콩(2골), 옥수수(2골)등 일부작물을 심었기 때문에
오늘은 나머지 작물을 파종했다.
1골의 길이가 대략 35m쯤 되는데. 오늘의 작업은 참깨(4골), 흰콩(4골), 서리태(5골), 밤콩(2골), 쥐눈이콩(2골), 녹두(1골), 팥(2골) 등 총 20골이다.
내가 비료(콩거름)를 뿌리고 밭이랑을 고르면, 아내가 발로 심었다.
오른발 뒤꿈치로 찍고, 오른손으로 콩3알 넣고, 다시 오른발 앞꿈치로 흙을 덮고, 앞으로 나가면서 심은 자리를 밟아 준다. 다음에는 왼발이 나가서 뒤꿈치로 찍고...
지금까지 매년 쭈그려 앉아서 호미로 파고 심다가 금년에 처음으로 시도를 하는 건네,
일단 자세가 편하고 속도도 빠르다.
특히 가물 때는 밟아주기 때문에 흙의 수분이 잘 유지되어 그냥 심는 것보다 발아가 빠르다.
참깨는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며 손으로 파종했고, 토양수분의 증발을 막기 위해서 흰 비닐을 씌웠다.
앞으로 속에서 촉이 트면 때맞춰 비닐에 구멍을 뚫어줘야 타죽지 않는다.
녹두나 팥은 조금 빠르지만 지구온난화현상으로 기온이 오르는 점을 감안했고
특히 심는 길에 다 심자는 생각으로 한꺼번에 이름져버렸다.
더운데 고생한다고 美姬가 추어탕을 사들고 와서 잘 먹었고...
벌써 고구마, 땅콩, 옥수수 밭에는 새파란 어린풀이 무서운 기세로 올라오고 있다.
풀과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보리가 누렇게 익어 간다는 보리누름 소만(小滿)
보름이 지나 달이 기울기 시작하고 소만이 다가온다. 소만이란 작물이 자라서 약간의 곡식이 여무는 때란 뜻이란다. 정말 밀과 보리에 이삭이 올라온다. 이 산 저 산 뻐꾸기 울어대고 찔레, 아카시 꽃이 필 때다. 아카시 필 때 여기는 때죽나무꽃이 좋다. 때죽나무는 하얗고 깨끗한 꽃이 아래를 보며 핀다. 그 단아한 모습이 아주 예쁘다.
때죽나무와 아카시 꽃이 피어나니 온 산천이 향기롭다. 낮에는 뻐꾸기 울음소리가 일손을 재촉하고, 밤에는 소쩍새 소리에 시름없어진다. 새벽부터 까치들이 온 밭을 헤집고 돌아다니는 소리에 깨어나면, 곳곳에서 일손을 기다리니 하루해가 금방 간다. 그 가운데 모내기가 으뜸이라 이맘때 인사는 "모내기 했어?"다.
고추·토마토·가지꽃 피고 오이·호박·박·수세미 덩굴이 느리게 뻗어나가기 시작한다. 덩굴이 타고 올라가기에 앞서 섶을 대어 주어야 한다. 우리나라 날씨가 온대에서 아열대로 바뀐다고 한다.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여름은 일찍 오지만 더위는 더디 오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2009년 한낮에는 여름 날씨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한 날이 많아 오이·수박·참외가 꼼짝 못하고 제자리에 멈춰서 겨우 숨만 쉬었다. 그런 오이 잎에 노란 잎벌레가 여러 마리 달려들어 괴롭히니 보기에도 안쓰러웠다. 내가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기다렸다가 심으면 좋았을 텐데…….
모내기 뒷정리를 하고 모가 허리를 펴면, 논에 오리나 우렁이를 넣는다. 오리는 모내기 날 태어난 어린오리가 좋다. 어린 오리는 잘 돌보아야 하므로 일단 오리가 논에 들어오면 논농사는 사실 오리 돌보기로 바뀐다. 아침이면 오리 집 문을 열어 주고 해거름엔 오리를 집에 넣고. 아침저녁으로 오리한테 문안 인사를 한다. 사람이 오리한테 정성을 들일수록 오리는 즐겁게 논농사를 대신하지만, 오리를 돌보는 일은 만만치 않다. 조류독감이 몰아치고 나서 오리 농사가 점점 줄어들고 그 자리를 왕우렁이가 채우고 있다. 우리 역시 왕우렁이를 넣는다.
왕우렁이는 외래종 우렁이로 물속에 있는 어린 풀을 갉아먹는 습성이 있다. 이놈이 풀을 먹어 주니 사람은 가만 앉아서도 김을 맬 수는 있다. 이 얼마나 좋은가? 오리처럼 날마다 모이를 주지 않아도 되니 한번 넣으면 끝이다. 다만 이 우렁이가 물 아래 있는 풀만 먹으니 만일 그 때를 놓쳐 풀이 물 위로 올라오면 그건 사람이 손으로 매 주어야 한다. 우렁이는 또 물이 깊은 곳을 좋아한다. 그래서 논에 수평이 맞지 않아 물이 야트막하게 대진 곳, 땅이 드러난 곳에서는 우렁이가 먹지 않는다.
물 위로 올라온 풀을 아직 어릴 때 손으로 매 준다. 피·올챙이고랑이·벗풀……. 뽑기도 하고 논바닥을 긁어내기도 하면서 내년에는 논에 수평이 잘 맞아 물이 적당히 차오르도록 그래서 벼 잎은 물 위로, 논바닥에서 올라오는 풀은 물 아래로 잠기도록 물높이를 맞추리라고 다짐한다.
논에 벼가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 감꽃이 핀다. 감꽃이 피면 콩을 심어나가기 시작한다. 늦게 먹을 옥수수도 한 번 더 심는다. 비둘기와 까치가 어찌나 설쳐대는지 콩 싹과 옥수수 싹은 보이는 대로 죄다 뽑아 먹는다. 때를 놓치면 안 되므로 심기는 심어야 하겠는데……. 그 넓은 밭에 날아드는 새들을 어찌 막겠는가.
콩은 머리부터 올라오니까 싹이 뾰족이 올라오면 새벽같이 쏙쏙 뽑아 뿌리 쪽에 달린 씨를 쪽 빼먹는다. 한 해는 콩을 세 번 네 번 심었고, 어느 해는 새벽부터 밤까지 남편과 내가 번갈아 밭을 지키기도 했다. 까치 울음소리가 들리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달려간다. 밭에서 일하고 있을 때, 까치가 날면서 내 머리 위에서 까악 하면 "여기도 먹이감이다"고 외치는 기분이다.
더운 기운에 후딱 자라는 참깨를 심는다. 깨는 금방 자라는 편인데 자기복제능력은 상당하다. 처음에 참깨씨를 구했는데 한 움큼이다. 한데 그 넓은 밭에 다 심고도 남아 두어 번 보충을 하고도 남았다. 씨 하나가 수천 배 자기 복제를 한다. 이렇게 자기복제 능력이 뛰어난 참깨는 싹이 워낙 여리다. 싹을 한 뼘만큼 키우면 성공인데 이게 어렵다.
들나물에 이어 산나물이 쇠어, 나물도 이제는 풀이다. 하루 종일 낫질을 하는 날도 있을 만큼. 사람이 심어 가꾸는 작물은 이제 자라날 때다. 밀·보리는 이삭이 여물기 시작하고 지난해 농사한 알곡은 거의 다 먹어 바닥이 보인다. 소만이 끝나갈 무렵 보리가 누렇게 익어가니 이때가 보릿고개라는 걸, 얼마 전에야 알았다.
<출처: 농사꾼 장영란의 자연달력 제철밥상>
소만(小滿) 공부
소만은 24절기의 여덟 번째 절기로 입하와 망종 사이다. 양력 5월 21일께부터 보름간으로 만물이 점차 생장하여 가득 찬다는 뜻이다. 입하에 여름 기운이 일어섰다고는 하지만 소만이 되어야 여름 기분이 나기 시작하며 식물이 자라기 시작한다. 소만 무렵에는 모내기 준비에 바빠진다. 이른 모내기, 가을 보리 먼저 베기 작업에 이어 여러 가지 밭농사의 김매기들이 줄을 잇는다. <출처: 농사꾼 장영란의 자연달력 제철밥상>
초후에는 씀바귀가 뻗어 오르고,
중후에는 냉이가 누렇게 죽어 가며,
말후에는 보리가 익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