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망종(芒種), 초여름!

백수.白水 2014. 6. 6. 10:07

 

 

오늘은 현충일이자 망종(芒種)!

까끄라기 망()를 썼으니 벼나 보리와 같이 수염이 있는 까끄라기 곡식의 종자를 뿌려야 할 적당한 시기라는 뜻을 지니고 있으나, 잘 맞지 않고 실제로는 모내기와 보리베기에 알맞은 때이다.

따라서 망종 무렵은 까끄라기곡식이 아니라 알곡의 씨를 뿌려야할 적당한 시기로 보는 게 맞겠다.

 

지방선거일(수요일)이 끝나고 징검다리를 건너서  3일간의 연휴가 시작되었다.

아침5, 날이 밝기도 전에 뻐꾸기가 슬픈 울음을 토하며 잠을 깨운다.

다른 새들은 조용한데...정말 배가 고파서 우는 걸까? 아니면 다른 종류의 어미새가 기르고 있는 제 새끼가 그리워서 울고 있을까? 애달프다.

 

계절과 계절사이를 딱 부러지게 가를 수 없지만 5월이 지나면서 싱그러운 아까시꽃과 하얀 찔레꽃이 자취를 감추니, 6월 초여름의 길섶에는 개망초꽃이 잔별처럼 하얗게 피어나고, 산길엔 가늘고 강한 싸리나무줄기에 새파란 이파리 사이로 연분홍 싸리꽃이 앙증맞게 피어난다.

 

초여름 날씨가 오늘처럼 좋은 날도 드물다.

농사일은 망종에서 하지까지 고비라더니 한 이틀 바빴다.

5/21일 참깨 씨를 뿌린 후 흰 비닐을 씌웠는데, 속에서 촉이 트기에 5/26일 구멍을 뚫어 주었다.

그 후 5/29일까지 빈 구멍을 찾아다니며 누볐더니 다 올라왔다.

6/46/5일 이틀간 모종을 솎아내는 작업을 했다.

최종적으로 한 구멍에 실한 놈 12개만 남기면 되지만, 자라는 동안에 죽는 놈도 생기기 때문에 우선 5개정도만 남기고 나머지는 제거해주는 것이다.

참깨는 자기복제능력이 뛰어난지라 심은 듯 뿌리듯 대강 흩뜨려도 잘 나지만, 요 조그마하고 가벼운 것이 싹을 제대로 틔울까 우려스러운 마음에 듬뿍 뜸뿍 쥐어놓다 보니 한 구멍에 2030개씩 올라온 곳이 태반이다.

같이 솟아오른 잡초를 뽑아가면서 5개만 남기고 솎아내는 일이 여간 더디지 않았다.

한고랑에 3시간씩, 이틀에 걸쳐 작업시간만 꼬박 12시간동안 힘들게 마무리했다.

 

이제 마지막 큰 작업은 6월하순경이나 7월초에 심을 들깨만 남았다.

요즘 잡초의 세력이 얼마나 왕성한 시기인지...

풀을 매고 뒤돌아보면 다시 새파랗게 올라온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지독스럽다.

튀는 놈 때려잡으면 다른 쪽 머리가 귀신처럼 튀어 오르는 오락실 앞 두더지 틀,

많이 때린 놈이 점수 많이 올리는 것처럼...

전쟁하듯 틈틈이 풀 뽑기를 해줘야 제대로 수확할 수 있다.

결국 나에게 농사란? 풀 뽑기다.

 

 

참깨 4골

들깨 모종

땅콩

옥수수

고구마

참외

왕보리수

왼쪽 참마, 오른쪽 아주까리(피마자)

골풀

싸리꽃

호밀

왜가리

삭령바위와 임진적벽

강 아래쪽으로 미수괘암이 보인다.

이름이??? 좀 더두고 관찰해 봐야겠다.

벼가 제대로 땅내를 맡았다. 땅내란 옮겨 심은 식물이 새 땅에 뿌리를 내려 생기 있는 상태가 된 것을 말한다.

멍석딸기

층층이꽃

우슬

애기마름

 

개망초

 

보리와 밀 환갑날 망종

 

보리가 익어가고 꿀풀이 피고 지니 유월 망종이다. 감나무에 꽃 피고 산에 인동꽃, 다래꽃 달래꽃 핀다. 모내기도 끝내고, 얼추 알곡 씨를 넣었는가! 한고비는 넘겼지만 또 한고비 남았구나. 뻐꾸기 뻐뻐꾹 뻐뻐꾹 울어 농사일을 재촉하니 식구들 일 년 양식 빠짐없이 씨 뿌리자.

 

햇살이 따가우니 한여름에 접어든다. 망종하면 가뭄부터 생각난다. 비 소식 없나? 목마르게 기다린다. 2001년 가뭄. 논과 밭 모두 바싹바싹 타들어가고 옹달샘 물마저 끊겨 먹을 물도 안 나오던 그해는 가뭄이 정말 대단했다. 이맘때면 그러려니, 며칠 참으면 되겠지 했는데 하루 이틀……. 오월 중순부터 시작한 가뭄이 유월 중순이 되도록 이어졌지. 노할머니가 시집 와서 겪어본 가운데 가장 심한 가뭄이라 했다니까. 물을 길어 먹고 개울에 가서 빨래하고, 밭 옆 계곡에서 목욕을 하고. 나중엔 소방차가 물을 실어다 주기도 했다.

 

물이 끊기면 목이 더 마르다. 목 타는 건 사람만이 아니다. 논 물길도 마른다. 모두 마른다. 사람도 들판의 곡식도. 논바닥이 드러나고, 고추야 콩 싹이야 하나 둘 타서 시들어간다. 사람들은 경운기로 물을 퍼 밭에 주고. 강물을 퍼서 논에 댄다. 그래도 모두 자라지 못하고 목숨 줄만 부여잡고 견딘다. 이렇게 가무니 젊은 사람들 입에서 기우제 지내자는 소리가 나온다. 동네 어르신은 기우제는 하지 지나서 지내는 거란다. 다행히 하지 전 18일에 비가 왔다. 40여 일만에 비님! 한번 비구름이 끼니 비는 이어오신다. 어느새 장마 걱정으로 넘어간다.

 

논에는 모내기 끝에 애벌 김매기를 할 때다. 오리나 우렁이를 넣어도 이들이 다 잡지 못하는 풀이 있다. 논에 들어가 손으로 김을 맨다. 벼가 어찌 지내나, 논에 들어가 벼포기 사이를 돌아다녀 보면 논둑에서 볼 때하고 또 다르다. 벼하고 한식구가 되어 부대끼는 맛이다.

 

6월 벼는 포기가 벌어진다. 모내기를 하면 벼는 먼저 뿌리를 뻗는다. 그리고 새가지를 낸다. 이 가지에서 이삭이 나올 터이니 가지가 많이 나오면 좋다. 벼에서 새 가지가 나오는 걸 '포기가 벌어진다'고 한다. 부챗살 펴지듯 벌어지기 때문이다. 포기가 잘 벌어지려면 뿌리 힘이 좋아야 한다. 뿌리 힘이 좋으면 잎은 점점 짙푸른 빛을 띠고 부챗살 펴지듯 떡 벌어진다. 그렇지 못한 벼는 포기당 겨우 두세 개 벌어지다 만다.

 

밭마다 곡식들이 한창 자라고 있다. 고추·가지·토마토는 벌써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 시작하니 자주 돌봐 주어야 한다. 콩싹·깨싹·옥수수싹은 아직 여리다. 이 어린 싹들이 풀과 벌레를 이겨내게 도와 주어야 한다. 김을 매고 돌아서 보면 그 사이 또 풀이 올라와 있다.

 

보리··양파·마늘·감자가 차례차례 익어 거두어들인다. 거두지 못하고 아차 하는 사이, 장마가 밀어닥치면 어쩌랴. 보리 밀농사는 집에서 먹을 만큼 하기가 쉽지 않다. 규모가 있어 콤바인으로 베면서 그 자리에서 털어내어 건조기에 넣고 말리면 모를까, 사람 손으로 밀을 베고 도리깨로 털어 바람에 말리려면 장마하고 경주를 해야 한다. 이맘때는 하루에도 몇 번 131 날씨 안내 전화를 누른다. 비 오실 기미가 보이면 모종을 옮겨 붙이고, 날이 맑으면 거두어 말려야 하니까.

 

농사일은 망종에서 하지까지 고비다. 망종에서 하지까지 부지런히 움직여, 풀을 잡고 작물마다 제자리 잡도록 도와주고, 겨울 작물들 거두어 갈무리해야 하기에. 밭마다 비닐을 씌우고, 그러지 못할 곳은 풀약(제초제)을 치고, 밀 보리농사는 기계화하고. 서툰 일손을 빌릴 일이 그리 많지 않다.

 

보리 고개 막바지인 망종에 즐거움은 뽕나무에 달려 있다. 오디가 익으니 달디 단 오디 먹고, 뽕잎도 따 먹는다. 오디가 얼마나 좋은 음식인지는 새를 보면 알 수 있다. 해마다 오디가 익은 건 새가 알려 준다. 길을 가다 새똥이 검붉은 오디 똥이면 오디 철이 돌아온 줄 안다. 이때 콩을 심으면 새가 오디 따 먹느라 콩밭을 해치지 않는다는 소리가 있을 정도. 뽕나무 품에 안겨 입과 뱃속이 까매지도록 오디를 따 먹으며 보릿고개를 넘는다.

 

밀 그스름도 좋다. 밀을 이삭 채 군불에 까맣게 그슬린다. 뜨거우니 두 손을 바꿔가며 살살 비벼, 껍질을 후후 불어내고, 따끈한 밀알을 추려 한 입 씹으면 톡톡 터지는 밀알의 맛. 아궁이에 모여 앉은 식구들 입 언저리가 시커멓다. 하루 일을 마치고 고단한 몸이지만 시커먼 서로의 얼굴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망종(芒種) 공부

24절기 중 아홉 번째로 소만과 하지 사이다. 양력으로 66일경부터 15일간.까끄라기가 있는 곡식의 종자를 뿌리기 좋은 때라는 뜻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모내기와 보리 베기가 이뤄진다.

초후에는 사마귀가 생기고, 중후에는 왜가리가 울기 시작하며,말후에는 개똥지빠귀가 울음을 멈춘다 하였다. ·보리 농사를 지어보니 이때가 '발등에 오줌 싼다'고 할 정도로 1년 중에서 가장 바쁜 때다. '보리() 그스름'이라 하여 풋보리 (풋밀)를 베어다 그슬려 먹는 풍습이 있다.

<농사꾼 장영란의 자연달력 제철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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