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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 문화적 테러?

백수.白水 2011. 5. 25. 19:23

3월 20일 미국의 한 목사가 자신의 교회 앞에서 꾸란(이슬람 경전)을 불태웠다.

이슬람권 각지에서 항의 시위가 일어났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유엔 사무소가 공격을 받아 유엔 직원 7명 등 24명이 사망했다.

사건 보름 전 그가 꾸란을 소각하겠다고 밝혔을 때 미국 대통령과 국방장관은 자제를 촉구했다.

꾸란 소각 후 아프간 정부는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이 목사를 처벌하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그의 행동을 막을 수도, 그를 처벌할 수도 없었다.

미국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로 그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등 정치인들은 이 목사의 행위를 비난하면서 이슬람인들의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안간힘을 썼다.

2005년 9월 덴마크의 한 신문은 이슬람의 예언자인 마호메트를 부정적으로 묘사한 풍자만화를 게재했다.

이는 예언자들을 그림으로 그리지 않는 이슬람의 규범에 배치되는 일이었다.

마호메트를 테러리스트로 묘사한 이 만화는 표현의 자유라는 기치 아래 벨기에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노르웨이 등

22개국의 매체에 번역돼 실렸다.

이슬람 각지에서 항의 시위가 일어났다. 군중들은 덴마크 국기를 불태웠고 서방 대사관을 공격했다. 사상자가 속출했다. 이란, 리비아,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정부는 덴마크에 파견한 대사를 불러들였다.

아랍에미리트 정부는 “이것은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문화적 테러”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한동안 이 신문사나 덴마크 정부는 사과할 수 없다며 버텼다.

이슬람권에 진출한 덴마크 기업들은 처참한 결과를 맞았다.

낙농 회사인 알라푸드의 중동지역 매출은 연간 약 5000억 원에서 ‘0’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회사가 중동에서 40년 동안 쌓은 브랜드 이미지도, 사과 광고도 소용없었다.

칼스버그, 레고 등 다른 덴마크 회사들의 매출도 급감했다.

일부 덴마크 기업은 ‘덴마크산’ 라벨을 ‘유럽연합(EU)산’으로 바꿔 다는 원산지 물타기까지 시도했다.

해운사들은 이슬람권 항구에 들어갈 때 덴마크 국기를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슬람인들의 분노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덴마크는 전체 수출의 3%를 차지하는 중동시장과 함께 자국 내 일자리 1만 개를 잃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 사태는 제2차 세계대전 후 덴마크 최대의 위기라고까지 불렸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 중 하나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나라들의 인권 수준과 경제 발전 수준, 삶의 질이 전반적으로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의 부작용에 대한 논란은 남아 있다.

덴마크 신문의 행동이 법을 어긴 건 아니라고 하지만 윤리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을까.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아래 표출된 ‘자문화 중심주의’ 또는 ‘자인종 중심주의’는 아닐까.

국가든 도시든 기업이든 21세기 초경쟁 시대의 성공 키워드는 창조와 혁신이다.

가장 창조적인 도시로 일컬어지는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런던 등은

외부의 이민자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문화적, 인종적 다양성을 확보했다.

이들 지역의 지도자들은 표현의 자유를 언급하면서도 서로 다른 문화와 종교에 대한 존중을 강조한다.

전 세계 우수 인력들은 계속 이 지역으로 몰려들고 있다. 문화가 다르다는 것은 생각하는 방식이 다름을 의미한다.

서로 다른 생각이 결합하면 다양하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온다.

초경쟁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조직은 다양성이란 화두를 생각해봐야 한다.

한인재 미래전략연구소 경영교육팀장 epici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