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농사 마무리작업으로 메주를 쑤었다.
흔히들 메주를 만들기 위해서 ‘콩을 삶는 일’을 ‘메주를 쑨다’고 한다.
고작 한말밖에 되지 않지만 콩을 쑤어 찧고 메주를 빚는 일까지 6시간정도 소요되는 꽤 지루한 일이다.
불을 때고 찧고 메주를 빚는 일은 거의 내 담당이다.
센 불로 콩을 팔팔 끓여서 삶아내는 것이 아니라
불을 때기 시작한 후 부르르 끓어오르면 그때부터 불을 약하게 줄이고
화력을 조절해가면서 콩이 눌지 않도록 오랫동안 뜸을 들이며 잘 익혀내야 한다.
이번이 아홉 번째지만 늘 조심조심 긴장된 마음으로 신경을 쓰게 된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내가 TV에서 봤다면서 물이 넘치지 않는 방법을 일러준다.
한소끔 끌어 오를 때 된장을 한 숟가락 집어넣으면 그때부터 물이 넘지 않는다고...
그렇네. 참 신통한 방법이다.
웬만큼 화력이 세져도 넘치질 않는다.
된장에 함유된 소금기가 비등점(沸騰點)을 높이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별 볼일 없는 단순한 시골생활이지만
가끔씩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사소한 일들이 생긴다.
때로는 부글부글 끓어오르기도 한다.
아서라 말아라!
다짐을 하고 또 맹세를 한다.
웬만하면 끓지 말고 무덤덤하게 살자.
비등점을 높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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