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처서(處暑).
곳 處(처)자의 여러 의미 중에는 ‘멈추다’는 뜻이 있으니
처서는 더위가 멈추는 절기,
곧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분수령이 된다는 말이다.
풀도 이때쯤이면 계속 자라기보다는 생장을 멈추고 씨를 맺게 되는 고로,
처서가 지나고 나서 벌초를 해야 된다는 이치를 깨닫게 된다.
내가 경기북부지방에 있을 때는 처서를 전후해서 김장배추모종을 내곤 했는데
이곳은 좀 늦어 월말쯤이 적당하단다.
처서인 어제부터 폭염이 한층 누그러지고 오늘은 먹구름이 제법 끼며 흐리더니,
조금 전에 아주 잠깐 쥐새끼 오줌 싸듯이 비 몇 방울 찔끔 흘리고 지나갔다.
그래도 이게 어디여,
계산이 잘 안되는데 도대체 얼마 만에 구경하는 빗방울인지...
하여튼 처서턱을 하고 넘어갔다.
드디어 8월19일자로 준공이 떨어져 건축물대장이 만들어졌다.
어제는 군청에 나가서 건축물대장을 발급받고,
취등록세를 낸 후 등기소로 가서 건물보존등기신청을 했다.
예전에는 취득세와 등록세가 분리되어 있었지만 지금은 통합이 되어 취등록세가 되었는데
나는 비과세(감면)대상자로 0원 납부처리를 했다.
이제 등산을 할 때 정상에 올라선 그런 기분이랄까?
목표를 이뤘으니 홀가분하고
아직 내려 갈일이 남았지만 천천히 내려서도 된다는 여유로움이 생겼다.
일꾼(기술자)들과 같이 일을 할 때는 다 같이 출발해서 끝나는 시간까지 함께 달려야 했지만
이제는 그런 굴레에서 벗어나 내 마음대로 할일을 하면 되는,
그렇다고 꼭 해야 되는 것이 아니라
농땡이를 쳐도 좋은 그런 자유를 찾았다는 말이다.
그 꿈은 창대하였으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비! 비! 비!
요 며칠 아침5시반에 일어나 김장채소 심을 골을 만들고 있다.
다져져 굳은 땅을 파 엎어야한다.
매일 조금씩 깔짝거려서 말일 경에 배추모종을 내고 무씨를 파종할 것이다.
얼마 전 굴삭기가 파놓고 간 배수로.
경사지가 허물어지지 않도록 시나브로 돌을 쌓고 있다.
모양을 내야하지만 무너지지 않도록 쌓는 것이 더 중요하다.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내가 생각해도 제법.
그동안 축대 쌓는 것을 눈여겨 봤다고...
밤이면 데크에 앉아 한잔하면서 일독을 푼다.
이 동동주 겁나게 맛있다.
일부러 20km넘게 달려가 사온 술이다.
펜션은 나의 풍경이 되고...
나는 편션 객들의 풍경이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