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단독운동과 쌍방운동

백수.白水 2017. 11. 10. 17:39


귀촌해 살면서 운동 겸 심심풀이로 탁구와 골프연습을 하며 지내고 있다.

젊을 때 탁구채한번 잡아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거개가 그러하듯 정식교습을 받지 않고 친구동료들과 탁구를 치며 놀고 내기도하고

그렇게 마구잡이로 습득했으니 나는 폼도 실력도 엉망이다.

 

작심3일은 의지가 아닌 뇌의 책임이라는 말을 되새기면서

작년12하순부터 국민체육센터에서 1주일에 두 번씩 코치의 지도를 받고 있는데,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1년 가까이 여기까지 끌고 온 걸 보면 내 뇌가 내 의지에 세뇌되었는가 보다.

 

일 년을 50주로 잡으면 벌써 100여 번 코치를 받았을 테지만,

코치선생과 우리 측 사정으로 빼먹은 날을 감안한다면 아마도 1/3정도는 수업에 참여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아직도 초보단계지만 이제 조금 문리가 트이고 재미를 붙였다.

 

 

골프는 경력 30년이지만 아직도 어렵다.

하나의 화두를 붙잡고 깨우치지 못해 고뇌하는 수도승처럼

오랜 세월 열심히 연습은 하는데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알 수가 없으니 매번 그 타령이다.

어느 날 잘못된 점을 찾았다고 쾌재를 부르지만

다음날가면 다시 엉뚱한 곳이 무너지며 도로아미타불!

고로 나는 늘 백팔번뇌 한다.

 

그런데 어제 드디어 문제점을 찾아냈다.

백스윙 시 몸의 쏠림 없이 제자리에서 어깨와 상체를 비틀어 줘야하는 몸통회전,

가장 기본적이고 어떻게 보면 가장 쉬운 동작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내 스스로 내 동작이 어떠한지 알 수가 없으니

아내는 내 경력만큼이나 오래도록 나를 따라다니며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는데...

그 동안 그 점을 콕 집어내지 못하다가 어제서야 안목이 트인 모양이다.

백스윙회전동작이 잘못되었다는 아내의 지적을 받고 자세를 고쳐보니 만사형통,

지금껏 꼬여있던 여러 가지 문제점이 한꺼번에...

거창하게 말하면 화두가 풀린 것이다.

이제 자신감이 생겼다.

 

골프는 남이 조언이나 가르침을 받지만 온전히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나가야 발전할 수 있는 단독운동이다.

 

이에 비하면 탁구는 주고받을 상대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쌍방운동이다.

나나 아내나 코치와 둘이서 치면 제법 보기 좋은 조합을 이루는데,

내가 왼손잡이인 아내와 상대를 하면 나도 아내도 서로 삑사리(?)를 내며 조화가 깨진다.

이런 경우는 댄스를 비롯한 쌍방운동 모두에 예외가 없다.

이유는 상대가 실력이 월등해서 내가 잘 칠 수 있도록 받혀주기 때문이다.

 

사람 사는 세상도 마찬가지... 문제는 상대가 아니라 나에게 있다.

내가 탁월하면 상대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아름다운 조화를 이룰 수 있다.

자동차바퀴가 도로의 조화로운 결을 만나면 부드럽고 아름다운 음악소리가 난다는 이치와 상통한다.

나의 능력과 실력이 함께하는 사람을 돋보이게 한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원섭섭. 대숲을 추억하며...  (0) 2018.03.25
복을 짓다.  (0) 2018.02.15
새벽녘 서산으로 지는 달.  (0) 2017.11.08
작두로 작두콩을 썰었다.  (0) 2017.10.06
추석풍경과 단상  (0) 2017.10.04